2026년 3월 25일 : 91호

쉽게 좋아하지도, 쉽게 미워하지도 않겠다는 약속
<약속의 세대>라는 책이 출간될 것이라는 정보를 SNS에서 보았을 때 놀랐던 건 서평단의 규모였습니다. 작가명 공개 없이 블라인드 서평단을 모집해 신청자 중 500분에게 수록작 한 편을 공개한다는 기획이었는데요. 한 분 한 분의 주소를 취합해 택배를 보내는 모습이 상상이 됐었습니다. 서점 일을 오래하다보면 일의 규모만 봐도 출판사가 책에 품은 기대, 원고에 대한 자신감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신 있게 만들고 있는 책이리라는 생각을 하며 저도 이 책을 기억에 담아두었습니다.
백온유의 첫 소설집이었습니다. 2017년 장편동화로 활동을 시작해 2020년 <유원>으로 창비 청소년문학상을 수상, 2025년 <반의반의 반>으로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작가는 그야말로 전 세대가 함께 읽는 작가입니다. 의연하지만 대견하지 않은 청소년 <유원>, 엄마의 허물을 들추는 소설 <반의반의 반>처럼, 백온유는 전형성을 벗어나 인물의 속내를 향해 깊게 돌진하는 용기가 있는 소설을 써온 작가입니다. 작가의 첫 소설집은 역시 끝을 보겠다는 용기가 읽히는, 무엇보다 잘 읽히는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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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세대>라는 책이 출간될 것이라는 정보를 SNS에서 보았을 때 놀랐던 건 서평단의 규모였습니다. 작가명 공개 없이 블라인드 서평단을 모집해 신청자 중 500분에게 수록작 한 편을 공개한다는 기획이었는데요. 한 분 한 분의 주소를 취합해 택배를 보내는 모습이 상상이 됐었습니다. 서점 일을 오래하다보면 일의 규모만 봐도 출판사가 책에 품은 기대, 원고에 대한 자신감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신 있게 만들고 있는 책이리라는 생각을 하며 저도 이 책을 기억에 담아두었습니다.
백온유의 첫 소설집이었습니다. 2017년 장편동화로 활동을 시작해 2020년 <유원>으로 창비 청소년문학상을 수상, 2025년 <반의반의 반>으로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작가는 그야말로 전 세대가 함께 읽는 작가입니다. 의연하지만 대견하지 않은 청소년 <유원>, 엄마의 허물을 들추는 소설 <반의반의 반>처럼, 백온유는 전형성을 벗어나 인물의 속내를 향해 깊게 돌진하는 용기가 있는 소설을 써온 작가입니다. 작가의 첫 소설집은 역시 끝을 보겠다는 용기가 읽히는, 무엇보다 잘 읽히는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는 쉽게 한 인간을 카테고리 안에 넣곤 합니다. 택시 승객은 다소 경박해보이는 차림에 돈을 함부로 쓰는, 장거리 운행을 요구하는 나이 든 여성 (호감 가는 캐릭터가 아님), 장거리 손님 한 명만 더 받으면 아내가 끓인 추어탕으로 늦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택시기사 가장(호감가는 캐릭터). <광일>의 이야기는 유기와 사고와 폭력으로 이어지며 독자가 소설 속 인물에게 품고 있던 고정관념을 계속 비틀어 다음 영역으로 인도합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것. 소설을 읽으며 겨우 이 정도를 알 수 있다면, 인생에 대해 아주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되는 것 아닐까요. 믿고 읽을 작가를 한 명 더 모시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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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쪽 : 세주와 함께 있을 때 나는 명랑해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세주는 자꾸만 내게 여유가 넘쳐 보인다고 했고, 여전히 팔자가 좋아보인다고 말하곤 했다.

Q :
첫 소설집 <당신은 아직 젊고 건강하다>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소설집에 실린 첫 소설 <60평>을 읽다 "당신은 아직 젊고 건강하다. 다른 직장을 알아보거나, 아예 몇 년 쉬는 선택지도 있을 것이다..." (75쪽) 라는 문장, '그것'의 대사가 제목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아직'은 젊음과 나이듦 사이에 있는 단어라 곱씹고 있노라면 음산하게 느껴지네요. 이멍 작가도 이렇게 나의 쓸모를 평가당해본 경험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A :
삶의 모든 순간이 쓸모를 평가하고 평가받는 시간이었습니다. 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줄곧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렸어요. 적어도 밥값은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가 필사적으로 능력을 선보이며 어떻게든 본인이 타인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쓸모 있는 사람임을 증명하려 노력하지 않을까요? 그건 정말이지 너무 슬픈 일입니다. 모두에게 쓸모 있는 완전한 초인은 없는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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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첫 소설집 <당신은 아직 젊고 건강하다>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소설집에 실린 첫 소설 <60평>을 읽다 "당신은 아직 젊고 건강하다. 다른 직장을 알아보거나, 아예 몇 년 쉬는 선택지도 있을 것이다..." (75쪽) 라는 문장, '그것'의 대사가 제목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아직'은 젊음과 나이듦 사이에 있는 단어라 곱씹고 있노라면 음산하게 느껴지네요. 이멍 작가도 이렇게 나의 쓸모를 평가당해본 경험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A :
삶의 모든 순간이 쓸모를 평가하고 평가받는 시간이었습니다. 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줄곧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렸어요. 적어도 밥값은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가 필사적으로 능력을 선보이며 어떻게든 본인이 타인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쓸모 있는 사람임을 증명하려 노력하지 않을까요? 그건 정말이지 너무 슬픈 일입니다. 모두에게 쓸모 있는 완전한 초인은 없는데 말이에요.
Q :
'남의 살과 내장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작가소개가 범상하지 않습니다. 어떤 책을 읽어온 독자, 어떤 영화며 드라마를 본 독자와 가까워지고 싶은지, 이멍 작가의 소설을 좋아할 독자를 호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A :
제 글에 기괴하고 잔인한 요소가 일부 들었긴 하지만 만화 〈던전밥〉의 주인공 말마따나 진짜 마니아들을 보면 제 어중간함에 신물이 납니다. 그런 분들께는 보여드리기 민망할 수준이에요. 하지만 칼에 베인 뒤 피가 흐르는 상처를 들여다보는 사람, 순대를 먹을 때 돼지 내장부터 먹는 사람, 길바닥에서 죽어가는 지렁이를 맨손으로 구해주는 사람이라면 괜찮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요.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은 이야기들이니, 부디 가벼운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겨주시길 바랍니다.
Q :
그로테스크한 소설인데 읽고 나면 입맛이 당깁니다. 이멍의 소설을 읽으며 이 음식을 페어링해보시라고 독자에게 권할 만한 음식이 있을까요?
A :
육류가 들어간 음식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형적인 현대 축산업을 비판하고 멀리하고픈 마음도 일부 섞여 있지만, 그보다는 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가 대답으로 더 알맞겠네요. 제 글을 음식이라고 친다면 아마 육회, 오드레기(*소의 대동맥 부위)볶음, 곰탕 정도가 되겠지요. 여기에 살코기 요리를 곁들이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기름진 입안을 정리해 줄 석박지나 동치미, 파채 무침 정도가 잘 어울릴 거예요. 상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는군요. 부디 맛있게 읽어주시길 바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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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숙은 39년생. 이름은 김영숙입니다. 고향은 함경도 북청. 농부의 딸로 태어나 6.25때 피난을 왔습니다. 개 물림으로 병원에 입원을 했습니다. 병원에서 영숙은 사자(북청 사자춤이 떠오릅니다.) 같은 도깨비 꿈을 꿉니다.
현아는 이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독일 킬(Kiel)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던 현아는 코로나19로 귀국해 있다 영숙의 간병을 맡게 됩니다. 열한 살 때부터 봇짐 장사, 가게 점원, 신발 공장 노동자, 세탁 공장 노동자로 일한 영숙의 이야기를 현아는 그의 삶처럼 투박하고 호쾌하게 쓰고 그립니다.
현아는 작가 후기에 '처음에는 영숙의 말과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이 감당되지 않았다. 영숙이 들려준 웃음, 지혜, 고통을 지나오며, 내 안에 박힌 가시 같은 것들이 몇 개 쑥- 빠져나간 것 같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을 이해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책 속에 나오는 영숙의 그림과 시는 영숙처럼 웃기고, 어딘가 괴팍하고, 잘 모르겠으며, 사랑스럽다.'라고 적었습니다. 영숙의 필체로 적힌 그의 시와 본문의 싸움 이야기를 읽으면 진실된 삶만큼 문학적인 것도 없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칠십이 넘은 개가 팔십이 넘은 사람을 물었습니다. 그렇게 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한국문학의 가장 첨예하고 참신한 작가들을 만나는 지름길, 자음과모음 <트리플>은 시리즈명에서 알 수 있듯, 세 편의 짧은 소설이 담긴 소설집입니다. 작가가 쓴 이야기와 에세이, 문학 평론가의 해설까지. 책의 구성 또한 세 요소로 이루어져 있지요.
이러한 트리플 구조를 통해 작가는 <트리플>에서 여타 단행본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기획을 시도할 수 있으며, 독자는 우리 문학의 오늘을 조금의 시차 없이 접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작가-작품-독자’가 아름다운 트리플로 어우러지는 것이지요.
그런 <트리플>이 어느덧 서른다섯 번째 작품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2021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어린 심장 훈련』, 『키오스크 학교』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중인 이서아 소설가의 연작소설집 『방랑, 파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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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가장 첨예하고 참신한 작가들을 만나는 지름길, 자음과모음 <트리플>은 시리즈명에서 알 수 있듯, 세 편의 짧은 소설이 담긴 소설집입니다. 작가가 쓴 이야기와 에세이, 문학 평론가의 해설까지. 책의 구성 또한 세 요소로 이루어져 있지요.
이러한 트리플 구조를 통해 작가는 <트리플>에서 여타 단행본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기획을 시도할 수 있으며, 독자는 우리 문학의 오늘을 조금의 시차 없이 접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작가-작품-독자’가 아름다운 트리플로 어우러지는 것이지요.
그런 <트리플>이 어느덧 서른다섯 번째 작품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2021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어린 심장 훈련』, 『키오스크 학교』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중인 이서아 소설가의 연작소설집 『방랑, 파도』입니다.
여기 천천히 소멸해가는 바닷가 마을, 신을 흉내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단짝 할머니 향자와 미자, 백반집을 운영하는 지애와 지환, 요양보호사 혜란 그리고 이 마을에 새로 온 ‘나’까지. 세 개의 연작 속 여섯 인물의 삶은 서서히 그러나 매우 깊이 얽혀들어 마을의 역사를 관통하는 거대한 서사를 직조합니다.
“생은 직선적이거나 선형적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으며, 확고하게 규정하기 어렵다”는 이서아 작가의 말마따나, 생의 슬픔은 파도처럼 우리 앞에 겹겹이 밀려옵니다. 거듭 포개어지는 실패와 낙담 사이, 모두가 언제나 풋내기 서퍼일 따름이지요. 다만 세 편의 이야기 속 사람들같이 따스한 온기를 지닌 이들이 곁에 있어준다면, 이 끝 모를 서핑 수업이 그리 절망적이지만은 않겠습니다.
- 자음과모음 기획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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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이면을 비추는 두 편의 장르소설을 소개합니다. <홍학의 자리> 정해연은 읽는 즐거움이 강조된 소설집을 선보입니다. 현실의 빌런과 파괴적 반전이 어우러진 소설. 도저히 호감가지 않는 저열한 인물의 불유쾌한 심리의 밑바닥을 비추며 반전을 향해 달려가는, 읽는 맛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에세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소설 <나의 어린 어둠>을 발표한 조승리도 정신이 번쩍드는 사회파 미스터리로 찾아왔습니다. 신도시 빌딩 숲 사이, 낡고 허름한 외벽이 드러난 모텔 '용궁장'에서 투숙객 전원이 참변을 당하는데, 기이하게도 피해자 합동 장례식에서는 아무도 슬픈 표정을 짓지 않습니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는 피해자가 되는 폭력의 이면을 1부 부터 5부까지 화자를 바꾸어가며 조금씩 드러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