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19일 : 17호
2023 부커상 최종 후보 지명
이 책을 처음 읽은 밤은 아직도 기억납니다. '열네 살이 되기 전 이미 백 킬로그램을 넘어선' 춘희의 압도적인 캐릭터에 놀라며 도무지 멈출 수가 없어 이야기의 결말까지 잠 못 이루고 다음 장을 향해 나아갔던 건 저만은 아닐 것입니다. 한국 작품으로는 네번째로 천명관의 소설 <고래>가 부커상 최종후보로 선정되었습니다. 2004년 첫 출간 이후 '20여년 동안 한국문학의 모던 클래식'으로 간주되었다는 심사위원회의 작품 설명을 들으며, 새삼 이 소설의 모던/클래식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러 다시 들추어본 <고래>. 제게도 시간이 흘렀고 춘희의 시간에서 금복의 시간을 향해 나아가는 나이가 되어 이제 '누구에게도 제대로 전달되거나 결코 이해될리 없는 성질의 것'이라고 평을 받는 '춘희의 고독'을 조금은 더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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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읽은 밤은 아직도 기억납니다. '열네 살이 되기 전 이미 백 킬로그램을 넘어선' 춘희의 압도적인 캐릭터에 놀라며 도무지 멈출 수가 없어 이야기의 결말까지 잠 못 이루고 다음 장을 향해 나아갔던 건 저만은 아닐 것입니다. 한국 작품으로는 네번째로 천명관의 소설 <고래>가 부커상 최종후보로 선정되었습니다. 2004년 첫 출간 이후 '20여년 동안 한국문학의 모던 클래식'으로 간주되었다는 심사위원회의 작품 설명을 들으며, 새삼 이 소설의 모던/클래식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러 다시 들추어본 <고래>. 제게도 시간이 흘렀고 춘희의 시간에서 금복의 시간을 향해 나아가는 나이가 되어 이제 '누구에게도 제대로 전달되거나 결코 이해될리 없는 성질의 것'이라고 평을 받는 '춘희의 고독'을 조금은 더 알 것 같습니다.
2023년에 읽어도 확실히 재미있는, 확실히 충격적인 소설입니다. 노파-금복-춘희 여성 삼대의 삶을 둘러싼 폭력과 악의. 소재 자체만으로도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사건이 질펀하게, 폭풍처럼 전개됩니다. 출간 당시 '허풍'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던 소설, 하지만 소설fiction의 본질이 뻥이 아니면 대체 무엇일까요? 이제 함께 수상후보에 오른 번역자 김지영의 노고와 함께 영어권에서도 <고래>를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읽은 한국 소설 중 가장 놀라운 소설 중 하나인 <고래>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길, 이 소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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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쪽 : 다만, 언젠가 사람들이 그 많은 돈을 모아서 뭐에 쓸 거냐고 물었을 때 단지 '세상에 복수하기 위해서'라고 한 말이 노파의 진심이었다면, 그 돈의 엄청난 액수로 미루어 그녀의 고독과 세상에 대한 원한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혹, 노파의 복수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게 아닐까? 그래서 어쩌면 이제야 비로소 그녀의 저주가 시작된 건 아닐까?
Q :
『경우 없는 세계』의 ‘경우’에게 책을 선물한다면, 어떤 책을 선물할 수 있을까요?
A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이요. 사실 경우가 독서 경험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아서 편안하게 읽히면서도 흥미진진한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습니다. 동생과 세계를 지키기 위해 악과 맞서는 요나탄만큼 너는 용감한 아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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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경우 없는 세계』의 주인공 ‘인수’는 가정 내 폭력에 저항하던 순간을 “내 삶에 가속도가 붙은 시점”(55면)으로 기억하며 가출을 감행합니다. 작가님이 ‘이 순간이 소설가로서 가속도가 붙은 순간’이라고 느낀 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A :
작년에 『페퍼민트』를 출간한 후에 일에 속도가 붙는다는 것을 체감한 것 같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글을 그렇게 빨리 쓰는 편은 아닙니다. 원래 저는 말이나 행동이 느리거든요. 여러 가지 일이 한꺼번에 몰려들면 우왕좌왕하다가 그르치는 경우가 많아서 원고 한편을 오래 붙잡고 있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활동을 하다보니 강연 일정이 많아지고, 장편 원고 마감도 해야 하고, 중간 중간 짧은 글을 쓸 일도 생기고 그렇더라고요. 벅차다고 느꼈던 순간도 있지만 그래도 일정을 소화하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Q :
『경우 없는 세계』의 ‘경우’에게 책을 선물한다면, 어떤 책을 선물할 수 있을까요?
A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이요. 사실 경우가 독서 경험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아서 편안하게 읽히면서도 흥미진진한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습니다. 동생과 세계를 지키기 위해 악과 맞서는 요나탄만큼 너는 용감한 아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Q :
끝까지 읽은 후, 독자 역시 ‘경우 없는 세계’에 놓이는 것 같은 소설입니다. 경우 없는 이 세계를 함께 살아갈 독자들에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경우의 사전적 의미는 ‘사리나 도리’이고, ‘도리’라는 단어를 다시 풀면 ‘사람이 어떤 입장에서 마땅히 행하여야 할 바른길’이라는 의미입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이 세계에서 ‘바른 길을 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알기 위해 애쓰고, 누군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또 공감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지치고 힘든 일이니까요.
경우 없는 세계에 내던져진 우리는 인수처럼 자주 공허함을 느끼겠지만 그럼에도 제가 여러분의 무사 평안을 기원하겠습니다. 저의 경우는 독자 여러분입니다. 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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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우리에게 부커상은 낯설지만은 않은 상이 되었습니다. 줄리언 반스, 얀 마텔 같은, 한국 독자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가 수상한 이 상을 <채식주의자>로 한강이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문학에서 발견하는 무한한 좌표들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면서 그곳에서 새삼 알게된 아버지의 살아생전 모습의 회상과 잘몰랐던 일들..
코로나19와 난방비 상승 등의 사건을 겪으며 대중목욕탕이 줄폐업을 했다는 뉴스가 최근 방영되었습니다. 조만간 이 익숙한, 하늘색 타일 벽으로 이루어진 수조를 기억하는 세대가 점차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외따롭고 단단한, 용기의 리듬'을 간직한 손유미의 첫 시집과 세신사 엄마와 무용가로 성공할 꿈을 꾸는 딸이 목욕탕을 배경으로 펼치는 서사를 그린 김유담의 소설은 이 정겨운 공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건넵니다.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로 지명된 <저주토끼>가 개정판으로 새로 출간되었습니다.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사람들의 맥락이 선명히 드러나기를 바라는 작가의 뜻을 충실히 반영하여 결말 부분 일부를 최초 창작 버전으로 복원하였다'는 출판사의 설명과 함께 보다 완전해진 기기괴괴한 이야기를, 토끼의 새빨간 눈동자를 바라봅니다.
출판사는 지금 : 은행나무
은행나무 시리즈 N°
단편이 담지 못했던 서사, 장편이 따라가지 못했던 속도를 모두 담은
은행나무출판사의 ‘경장편시리즈N 노벨라’가 새로운 라인업, 리커버 표지로 돌아왔습니다.
박문영 <허니비>, 황모과 <서브 플롯>, 장진영 <취미는 사생활> 신작과 함께
서이제, 한정현, 정지돈, 정용준, 장희원 등 지금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이
쓴 속도감 있고 날렵한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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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서 발견하는 무한한 좌표들
은행나무 시리즈 N°
단편이 담지 못했던 서사, 장편이 따라가지 못했던 속도를 모두 담은
은행나무출판사의 ‘경장편시리즈N 노벨라’가 새로운 라인업, 리커버 표지로 돌아왔습니다.
박문영 <허니비>, 황모과 <서브 플롯>, 장진영 <취미는 사생활> 신작과 함께
서이제, 한정현, 정지돈, 정용준, 장희원 등 지금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이
쓴 속도감 있고 날렵한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최진영 《구의 증명》, 윤이형 《개인적 기억》, 황현진 《달의 의지》 등 기존 ‘노벨라’가 새로운 표지로 출간, 리커버 개정판은 계속될 예정입니다.
젊은 작가들의 소설의 형식적 고민을 타파하고 문학 서사의 회복을 꾀하는 한편,
좀 더 최적화된 분량의 소설을 찾는 과정이 될 경장편시리즈N 노벨라!
문학에서 발견하는 무한한 좌표들을 시리즈 N을 통해 경험해보길 바랍니다.
- 은행나무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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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지금
슬프기도하고 때론 웃프기도 한 3일간의 시간속에서 겪고 들었던 일들로 통해 다시 돌아 보게된 아버지..
정지아님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보고 제 자신은 어떠했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책입니다
(익명 독자께서 보내주신 사연을 소개합니다.)
목욕탕 좋아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