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7일 : 41호
만나러 와주어요. 여기가 불가능한 곳이라도
악보집이 아닌 음악집입니다. 세상의 소리를 일정 기호로 기록한 '악보집'이 아닌, 단 한번 숨결이 닿아 연주된, 다시는 반복할 수 없는 '음악집'이라는 개념이 시와 닮았다는 점에서 착안해 이런 제목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시는 먼 곳에서 안부를 묻듯 “당신, 듣고 있어요?” 소리를 냅니다.
산문집 <영혼의 물질적인 밤>, 소설 <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에 이어 이장욱 시집 <음악집>이 출간되었습니다. 공교롭게 최근 1년 내 출간된 책의 장르가 모두 달라 다채로운 세계의 갈래를 가늠하며 함께 읽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오즈 야스지로, 필립 시모어 호프먼, 첨밀밀, 등려군 같은 추억이 어린 이름들과 그 음악이 단 한 번 재생되었을 그 공간들이 함께 떠오릅니다. 관객이 많지 않은 극장에서 오즈 야스지로를 보고 쓸쓸히 걷던 그 쓸쓸함 같은 것들. (그리고 그 음악은 결코 전과 같지 않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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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집이 아닌 음악집입니다. 세상의 소리를 일정 기호로 기록한 '악보집'이 아닌, 단 한번 숨결이 닿아 연주된, 다시는 반복할 수 없는 '음악집'이라는 개념이 시와 닮았다는 점에서 착안해 이런 제목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시는 먼 곳에서 안부를 묻듯 “당신, 듣고 있어요?” 소리를 냅니다.
산문집 <영혼의 물질적인 밤>, 소설 <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에 이어 이장욱 시집 <음악집>이 출간되었습니다. 공교롭게 최근 1년 내 출간된 책의 장르가 모두 달라 다채로운 세계의 갈래를 가늠하며 함께 읽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오즈 야스지로, 필립 시모어 호프먼, 첨밀밀, 등려군 같은 추억이 어린 이름들과 그 음악이 단 한 번 재생되었을 그 공간들이 함께 떠오릅니다. 관객이 많지 않은 극장에서 오즈 야스지로를 보고 쓸쓸히 걷던 그 쓸쓸함 같은 것들. (그리고 그 음악은 결코 전과 같지 않지요...)
문학과지성 시인선 599번으로 이장욱 시집이 한 시기를 닫고, 이 시인선은 600번을 향해 나아갑니다. <문학과사회> 2024년 봄호에 시인이 더한 소회를 아래에 붙입니다. 안타까운 것, 미진한 것, 도달할 수 없어서 아름다운 것을 찾아 시 읽는 마음도 나아갈 것입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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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쪽 :
599번. 숫자가 마음에 들었다. 600번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 어딘지 불균형한, 위태위태한, 한끗이 모자란, 그런 숫자다. 한때는 시란 그런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말하자면 599번처럼 위태로워야 한다고, 한끗이 모자라야 한다고, 그렇게 안타까운 것이 있어야 한다고.
「문학과지성 시인선 통권 600호 기념―축하합니다」, 『문학과사회』 2024년 봄호에서
Q :
2008년 <하이킹 걸즈>를 읽고 자랐을 어린이, 청소년들도 충분히 어른이 되었을 만큼 시간이 흘렀습니다.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는 어른을 위한 소설인데요, 평소와 다른 독자를 상상하며 이 이야기를 만들 때의 마음이 궁금합니다.
A :
제가 썼던 청소년 소설 속 10대 주인공이 20대가 된 모습을 상상해 봤어요. <하이킹 걸즈>의 은성이나 <닌자걸스>의 은비, <판타스틱걸>의 예슬이가 저에게 화를 낼 것 같아요. “뭐예요, 언니! 어른이 되면 달라질 줄 알았는데 더 힘들잖아!”라고 말이에요. 어른이 되어 실제로 제가 느낀 감정이었거든요. 어른이 된 독자들을 위해 애프터서비스를 하는 마음으로 썼어요. 10대를 잘 버티고 견딘 것처럼 20대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다독이고 응원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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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2008년 <하이킹 걸즈>를 읽고 자랐을 어린이, 청소년들도 충분히 어른이 되었을 만큼 시간이 흘렀습니다.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는 어른을 위한 소설인데요, 평소와 다른 독자를 상상하며 이 이야기를 만들 때의 마음이 궁금합니다.
A :
제가 썼던 청소년 소설 속 10대 주인공이 20대가 된 모습을 상상해 봤어요. <하이킹 걸즈>의 은성이나 <닌자걸스>의 은비, <판타스틱걸>의 예슬이가 저에게 화를 낼 것 같아요. “뭐예요, 언니! 어른이 되면 달라질 줄 알았는데 더 힘들잖아!”라고 말이에요. 어른이 되어 실제로 제가 느낀 감정이었거든요. 어른이 된 독자들을 위해 애프터서비스를 하는 마음으로 썼어요. 10대를 잘 버티고 견딘 것처럼 20대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다독이고 응원하고 싶었어요.
Q :
잃어버렸던 과거의 물건들이 돌아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토토로 필통, 다이어리, 가방, 핸드폰처럼 김혜정 작가에게도 잃어버렸던, 다시 만났으면 하는, 추억의 물건이 있을까요?
A :
중학생 때 가수 ‘패닉’과 ‘전람회’를 정말 많이 좋아했어요. 혼자 이어폰을 꽂고 그들의 음악을 들을 때만큼은 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그 무엇도 부럽지 않은 완전한 순간이었어요. 중3 때 이적과 김동률이 만든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의 앨범을 같은 반 친구에게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했어요.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였는데 ‘카니발’을 자랑하고 싶어서 빌려줬고 졸업을 하면서 연락이 끊겼어요. 지금은 그 친구가 누구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아요. ‘카니발’의 음악은 음악 사이트를 통해 다시 들을 수 있지만, 그 앨범을 다시 찾을 수 없는 건 왠지 제 한 시절을 그대로 둔 채 가져 오지 못한 기분이 들어요. 그래도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네요. 사춘기가 많이 힘들었거든요.
Q :
'부디 당신들이 무사히 청춘의 시기를 지나 나를 만나러 오기를'이라는 작가의 말이 참 좋더라고요. 소설을 읽고 다시 힘내서 오늘을 살아갈 독자에게 응원의 한 마디를 부탁드립니다.
A :
저는 시간이 흐른다기보다 쌓인다고 생각해요. ‘오늘의 나’의 양손을 잡고 있는 건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예요. 고개를 돌려 양옆에 서 있는 나를 보세요. 과거의 내가 잘했듯이 오늘의 나도 잘할 수 있을 거고, 미래의 내가 기다리고 있으니 조금 더 힘을 내서 살아가는 거죠. 요즘 100세 시대잖아요. 그러니 인생을 조금 더 길게 봤으면 좋겠어요. 늘 어렵기만 하고 힘들지만은 않아요. 좋을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고, 어려울 때도 있고, 신날 때도 있고 정말 다양한 게 다 모여 있는 게 삶이잖아요. 여러분들의 중년과 노년이 기다리고 있으니, 힘을 내서 걸어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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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란 정말로 신기함. 옛날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영혼을 빼앗기는 듯한 느낌이 이따금 들지 않니? 난 들거든. 그렇다면, 우리들은 이렇게나 많이 사진에 찍혀버렸으니까 영혼이 완전히 닳아 없어졌겠네? (189쪽, (「♡ 1 0 0 4 7 9 ♡」)
딱 이 맛을 기다리셨을, 김사과의 소설집이 출간되었습니다. 현대, 도시, 절망, 욕망, 인스타그램, 척, 예술가, 계급, 향락, 귀신 같은 키워드를 엮어 톡 쏘는 톡식(toxic)한 이야기로 맹렬하게 질문합니다. 도시가 지긋지긋한 사람, 그렇지만 이 외의 대안을 상상할 수 없는 사람, 사실은 이 속도감에 중독되어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정말이지 인간들에게 진절머리가 난다"(25쪽, 「귀신들」) 같은 날카로운 문장을 만나면 (대안을 모르더라도) 우선 속은 시원합니다. 이 세계를 소화하는 게 버거워 늘 소화불량 상태인 저 같은 사람에겐 딱 맞는 소설입니다.
지금 은행나무 국내문학팀은 리뉴얼된 『Axt』를 열심히 굴려가느라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매일을 보내고 있답니다. 올해 신년호부터 표지와 콘텐츠, 본문 디자인까지 대대적인 리뉴얼을 감행했는데요. 가장 달라진 점이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아무래도 키워드가 생겼다는 점일 거예요.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획을 짜다 보니 들어가는 품이 전에 비해 몇 배는 더 많아졌지만 그만큼 뿌듯함도 함께 느끼고 있어요. 주 1회 잡지 기획 회의를 하고 있는데, 떨어지는 당을 다시 채우려 과자를 한 주먹씩 먹게 되고…… 덕분에 운동까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웃음)
『Axt』 편집부가 고른 53호 키워드는 ‘빌런’입니다. 3월은 신학기이기도 하고, 따뜻한 날씨 덕에 자주 밖에 나가게 되니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되는 달이죠. 그만큼 갑작스럽게 맞닥뜨리는 ‘빌런’도 곳곳에 있을 거예요. 하지만 현실 속 빌런과는 달리 소설 속, 영화 속 빌런은 서사 구조상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도 합니다. 조커 없는 배트맨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요. 그래서 『Axt』 편집부는 이번 호를 통해 ‘빌런’이라는 키워드를 문학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다양하게 사유해볼 수 있는 기획을 준비하기로 했어요.
53호 interview에서는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를 출간한 정세랑 소설가와 ‘빌런’을 주제로 서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신간에 대한 이야기와 빌런에 대한 고찰, 사진과 함께 보내온 정세랑 작가의 근황을 함께 실었으니 문학 독자라면 누구든 설레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거라 자신해요. 한편 비대면 톡 좌담으로 진행하는 chat은 ‘셜록 홈즈, 빌런으로 읽기’라는 주제로 『셜록 홈즈: 주홍색 연구』를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빌런이 작품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모리아티와 아이린 애들러는 정말로 빌런인지, 그렇다면 셜록 홈즈에게는 빌런의 요소가 없는지, 2024년에 읽는 『셜록 홈즈』는 우리에게 어떻게 해석되는지 등 다양한 시각으로 『셜록 홈즈』를 재조명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그리고 박참새 시인, 김홍 소설가, 정시우 영화 칼럼니스트가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빌런’에 대한 에세이, 『VOSTOK』 박지수 편집장의 cover story까지. 라인업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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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은행나무 국내문학팀은 리뉴얼된 『Axt』를 열심히 굴려가느라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매일을 보내고 있답니다. 올해 신년호부터 표지와 콘텐츠, 본문 디자인까지 대대적인 리뉴얼을 감행했는데요. 가장 달라진 점이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아무래도 키워드가 생겼다는 점일 거예요.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획을 짜다 보니 들어가는 품이 전에 비해 몇 배는 더 많아졌지만 그만큼 뿌듯함도 함께 느끼고 있어요. 주 1회 잡지 기획 회의를 하고 있는데, 떨어지는 당을 다시 채우려 과자를 한 주먹씩 먹게 되고…… 덕분에 운동까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웃음)
『Axt』 편집부가 고른 53호 키워드는 ‘빌런’입니다. 3월은 신학기이기도 하고, 따뜻한 날씨 덕에 자주 밖에 나가게 되니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되는 달이죠. 그만큼 갑작스럽게 맞닥뜨리는 ‘빌런’도 곳곳에 있을 거예요. 하지만 현실 속 빌런과는 달리 소설 속, 영화 속 빌런은 서사 구조상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도 합니다. 조커 없는 배트맨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요. 그래서 『Axt』 편집부는 이번 호를 통해 ‘빌런’이라는 키워드를 문학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다양하게 사유해볼 수 있는 기획을 준비하기로 했어요.
53호 interview에서는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를 출간한 정세랑 소설가와 ‘빌런’을 주제로 서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신간에 대한 이야기와 빌런에 대한 고찰, 사진과 함께 보내온 정세랑 작가의 근황을 함께 실었으니 문학 독자라면 누구든 설레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거라 자신해요. 한편 비대면 톡 좌담으로 진행하는 chat은 ‘셜록 홈즈, 빌런으로 읽기’라는 주제로 『셜록 홈즈: 주홍색 연구』를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빌런이 작품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모리아티와 아이린 애들러는 정말로 빌런인지, 그렇다면 셜록 홈즈에게는 빌런의 요소가 없는지, 2024년에 읽는 『셜록 홈즈』는 우리에게 어떻게 해석되는지 등 다양한 시각으로 『셜록 홈즈』를 재조명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그리고 박참새 시인, 김홍 소설가, 정시우 영화 칼럼니스트가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빌런’에 대한 에세이, 『VOSTOK』 박지수 편집장의 cover story까지. 라인업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나요?
『Axt』를 통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소설을 기다리는 분들도 많죠. ‘빙의물’과 ‘기념일’이라는 키워드로 연재되는 테마소설 코너 key-word에는 조시현, 이희주 소설가의 단편이, short story에는 2024 신춘문예 당선자 김영은, 권희진 소설가의 신작 단편이 실립니다. novel에는 전예진 소설가의 새로운 장편 「매점 지하 대피자들」 연재가 시작되고, 지난 호에 이어 권혜영, 이서수, 김나현 소설가의 장편 연재가 이어져요. 『Axt』에 실린 소설과 함께 즐겁고 다정한 계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럼 전, 여러분의 5월을 위해 다시 마감하러 가볼게요. 총총.
p.s. 봄인데 무슨 책 읽지, 싶은 날엔 review에 실린 황예인 문학평론가, 김유림 시인, 하가람 소설가의 서평을! 어쩐지 많이 웃고 싶어, 하는 날엔 essay에 실린 정지돈 소설가, 양다솔 작가의 산문을 처방해드리고 싶어요. 교정지를 보내며 “방금 야근식으로 먹고 온 국밥보다 작가님 에세이가 제 기력 보충에 더 도움이 되네요. 감사합니다”라고 써서 보냈거든요.(웃음) 봄날의 감성이 필요해, 하는 날엔 당연히 김태형 조향사와 김연덕 시인의 에세이겠죠?!
- 은행나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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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신경림의 <농무>를 시작으로 출간을 시작한 창비시선이 500호를 출간합니다. 안희연, 황인찬 시인이 > 401번(2016년 출간, 1948년생 시인 김용택의 <울고 들어온 너에게>)부터 499번까지(2024년 출간, 2000년생 시인 한재범의 <웃긴 게 뭔지 아세요 >) 400번대에 이름을 올린 시인들의 작품 90편을 엮었습니다.
제가 처음 시를 읽던 학창시절, 그야말로 '라떼'는 '순수/참여'라는 기준으로 시를 구분해 이야기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기준으로 시를 말하는 사람을 요즘엔 잘 보지 못했습니다. 첫 시집을 엮는 시인들이 대거 이름을 올린 400번대의의 시인 목록을 보면 한국시도 움직이는구나, 생각이 들어 뭉클했습니다. 정호승과 조온윤이 한 호흡으로 읽히는 시집의 흐름에 몸을 맡겨 이 시차와 파도타기를 하면 어떨까요. 500번 기념 시선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과 시인이 즐겨 읽는 시를 엮은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가 함께 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