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 : 44호
만약 당신이 한국문학의 오랜 지지자였다면
한국 문학의 열렬한 독자이자, 한국 소설을 팔아 밥벌이를 하는 직장인으로서 한국문학은 이렇다, 한국문학은 별로다 요런 방향으로 단정짓는 말을 들으면 (우리 한국문학 정상 영업합니다...) 비뚤어지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ㅎㅎㅎ) 왜냐면 세상이 발견해주지 않을 뿐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멋진 작업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고... 저는 진짜 재밌어서 읽고 있거든요...
동네 서점 트렌드에 따르면 일반 도서를 단 한 권이라도 읽거나 들은 성인 비율로 통계를 내는 종합독서율 추이는 2023년 43%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한국 문학을 사랑해서 이 앱레터를 구독해주시는 우리 한국 문학 사랑 독자 선생님들도 아마 주변에 책 읽는 분이 아주 많지는 않으실 듯합니다. 시대가 그렇고 세계가 그러니 이 사실 자체는 못 받아들일 것도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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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의 열렬한 독자이자, 한국 소설을 팔아 밥벌이를 하는 직장인으로서 한국문학은 이렇다, 한국문학은 별로다 요런 방향으로 단정짓는 말을 들으면 (우리 한국문학 정상 영업합니다...) 비뚤어지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ㅎㅎㅎ) 왜냐면 세상이 발견해주지 않을 뿐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멋진 작업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고... 저는 진짜 재밌어서 읽고 있거든요...
동네 서점 트렌드에 따르면 일반 도서를 단 한 권이라도 읽거나 들은 성인 비율로 통계를 내는 종합독서율 추이는 2023년 43%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한국 문학을 사랑해서 이 앱레터를 구독해주시는 우리 한국 문학 사랑 독자 선생님들도 아마 주변에 책 읽는 분이 아주 많지는 않으실 듯합니다. 시대가 그렇고 세계가 그러니 이 사실 자체는 못 받아들일 것도 없지요.
소설은 화제의 기자회견, 화제의 레시피 등에 비하면 소소하게 유행할 따름이지만 이 작품만은 '화제의 소설'로 소개해도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문장웹진 연재 후 SNS에서 입소문을 탄 표제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필두로 한 김기태의 첫 소설집이, 이 작가를 기다린 많은 독자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시원시원한 고가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사진부터 호쾌하고 동시대적입니다. 2022년 활동을 시작해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소설 보다 기획 등에 이름을 올리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주목받은 김기태의 소설집. '2020년대의 세태소설을 재설정하는 진중한 시도'로 소외된 도시에 사는 소외된 두 사람이 어떻게 함께 혁명할 수 있는지를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은근한 기미를 담아 바라봅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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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쪽 : 미래는 여전히 닫힌 봉투 안에 있었고 몇몇 퇴근길에는 사는 게 형벌 같았다. 미미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워 담았고 그게 도움이 안 될 때는 불확실하지만 원대한 행복을 상상했다.
Q :
<가벼운 점심>에 실린 소설은 계절 순으로 놓여있습니다. 이 자리에 놓이니 이야기가 한 해가 흐르듯 연결되어 재미있었습니다. 각기 따로 쓰인 소설을 이렇게 엮은 후 소설가가 느낀 감상이 궁금합니다.
A :
단편집인데도 긴 장편소설처럼 느껴지면서, 하나의 인물이 계절에 따라 봄의 청춘을 살고, 여름의 뜨거움을 지나, 가을의 성숙기를 거쳐, 겨울의 쇠락기에 이르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각기 다른 인물들이 한 인물로 여겨진 것은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외로움이란 보편성 때문일 겁니다. 인간은 숙명적으로 고독한 존재로 태어났지만 사는 동안은 조금이라도 덜 고독해지려고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사랑하는 본성 또한 동시에 갖고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계절이 사랑하기에 좋습니다. 사랑에는 계절의 국경이 없으니 어느 계절이든 열심히 사랑을 찾아나서 보세요. 그래서 우리 열심히 고독해지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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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가벼운 점심>에 실린 소설은 계절 순으로 놓여있습니다. 이 자리에 놓이니 이야기가 한 해가 흐르듯 연결되어 재미있었습니다. 각기 따로 쓰인 소설을 이렇게 엮은 후 소설가가 느낀 감상이 궁금합니다.
A :
단편집인데도 긴 장편소설처럼 느껴지면서, 하나의 인물이 계절에 따라 봄의 청춘을 살고, 여름의 뜨거움을 지나, 가을의 성숙기를 거쳐, 겨울의 쇠락기에 이르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각기 다른 인물들이 한 인물로 여겨진 것은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외로움이란 보편성 때문일 겁니다. 인간은 숙명적으로 고독한 존재로 태어났지만 사는 동안은 조금이라도 덜 고독해지려고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사랑하는 본성 또한 동시에 갖고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계절이 사랑하기에 좋습니다. 사랑에는 계절의 국경이 없으니 어느 계절이든 열심히 사랑을 찾아나서 보세요. 그래서 우리 열심히 고독해지지 말아요.
Q :
봄비 내리는 배경의 <피아노, 피아노>는 꼭 이 시기의 소설 같았습니다. 주인공의 '다른 건 몰라도 서울은 연애하기에 멋진 장소'(50쪽)라는 문장이 공감이 됐습니다. 이 약오르는 서울이라는 곳, 가 볼만한 곳, 소설의 표현처럼 '추억을 쌓기에 흠잡을 데 없는 배경'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
서울의 산책 명소 중 하나로 꼽히는, 구로구에 위치한 ‘항동 철길’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쭉 뻗은 철길을 따라 양옆으로 가로수가 심겨 있어서 분위기가 매우 아늑합니다. 계절마다 나무가 옷을 갈아입어서 계절을 따라 철길의 운치도 새로워지니 어느 시기에 찾아가도 멋진 곳입니다. 연인과 손잡고 철길을 천천히 걸으며 나누는 이야기들은 오랜 추억으로 남을 겁니다.
Q :
하루하루 여름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이른 여름 공원에서 읽기 좋은 책을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
이른 여름을 미리부터 뜨겁게 달궈줄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과 유명한 영화죠,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의 원작 소설인 <그해, 여름 손님>을 추천합니다. 영화를 이미 보셨더라도 영화 속 명장면과 주인공의 심리가 소설 안에서 어떠한 깊이와 밀도로 묘사되었는지 비교해 보며 읽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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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고전을 몇 세기를 거쳐 만나도 심금을 울립니다. 뉴스에 따르면 요즘 사과 값이 비싼 이유는 유통 중간 단계에서 도매상들이 매물을 선점하기 때문이라는데요, 시세의 두 배로 과일을 매점매석해 열 배 가격으로 되팔아 큰 이익을 남긴 허생이 '겨우 만 냥으로 나라를 기울였으니, 나라 경제의 얕고 깊음을 알겠구나!'(255쪽)고 탄식하는 장면이 어쩐지 소설 속 얘기만은 아닌 듯합니다.
간호윤이 옮기고 해설한 신간으로 연암 박지원의 소설을 새삼 읽었습니다. 똥지게를 지고 나르는 것을 업으로 하는 예덕선생과 간서치 선귤자가 우정을 나누는 <예덕선생전>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현대적 질문을 여전히 던지는 소설입니다. '제 힘을 다하지 않고서 얻은 재산은 비록 부함이 소봉과 어깨를 겨룬다 해도 그의 이름을 더럽게 여기는 게지.'(47쪽)라는 선귤자의 말은 귀에 콕 박혀 오늘도 마음을 다잡게 합니다.
지난 4월 북하우스에서는 배명훈 작가의 소설 『청혼』을 펴냈습니다. 한때 “우주 저편에서 너의 별이 되어줄게”라는 문장으로 소셜 미디어를 뜨겁게 달구었던 문장이 담긴 바로 그 소설입니다. (지금은 소설의 내용을 속속들이 아는 저에게) 이 낭만적인 소설의 제목과 위의 문장이 유독 저릿하게 다가오는 것은 주인공이 우주 한복판에서 정체불명의 적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생사가 아득한 와중이라는 다소 무거운 배경 때문일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을 지구에 둔 채 멀리 날아와 있는 주인공은 전쟁을 준비하고 전투를 치르면서, 또 사이사이 편지를 쓰고 반지를 고르면서,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날을 그려보곤 하는데요, 그 시간들이 얼마나 외롭고 두렵고 가슴 떨릴지… 소설을 읽다 보면 어느새 주인공에게 푹 빠져들게 되면서, 주인공이 자신의 연인에게 지구에서 함께 살자고 말하는 그 순간을 기다리게 되어요.
낯선 시공간에 낭만적인 분위기와 친숙하고 현실적인 인물을 배합해내는 배명훈 작가의 솜씨는 이 작품에서도 탁월하게 발휘되고 있는데요. 『청혼』을 처음 발표했던 때가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13년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배명훈표 SF’ 또는 ‘배명훈 월드’는 오래전부터 탄탄하게 준비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2013년의 『청혼』과 비교해보았을 때 2024년의 『청혼』은 작가가 그사이 성장하고 발전한 만큼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꼭 남기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배명훈 작가는 이번 개정 작업을 통해 거의 모든 문장을 다시 쓰는 정도로 조탁하고 묘사와 표현을 시대감각에 발맞추어 수정했거든요. 이런 과정을 통해 『청혼』은 한층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재탄생했답니다. 배명훈 작가의 오랜 팬으로서 새롭게 다듬은 초기 작품을 저희 북하우스에서 다시 선보일 수 있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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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북하우스에서는 배명훈 작가의 소설 『청혼』을 펴냈습니다. 한때 “우주 저편에서 너의 별이 되어줄게”라는 문장으로 소셜 미디어를 뜨겁게 달구었던 문장이 담긴 바로 그 소설입니다. (지금은 소설의 내용을 속속들이 아는 저에게) 이 낭만적인 소설의 제목과 위의 문장이 유독 저릿하게 다가오는 것은 주인공이 우주 한복판에서 정체불명의 적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생사가 아득한 와중이라는 다소 무거운 배경 때문일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을 지구에 둔 채 멀리 날아와 있는 주인공은 전쟁을 준비하고 전투를 치르면서, 또 사이사이 편지를 쓰고 반지를 고르면서,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날을 그려보곤 하는데요, 그 시간들이 얼마나 외롭고 두렵고 가슴 떨릴지… 소설을 읽다 보면 어느새 주인공에게 푹 빠져들게 되면서, 주인공이 자신의 연인에게 지구에서 함께 살자고 말하는 그 순간을 기다리게 되어요.
낯선 시공간에 낭만적인 분위기와 친숙하고 현실적인 인물을 배합해내는 배명훈 작가의 솜씨는 이 작품에서도 탁월하게 발휘되고 있는데요. 『청혼』을 처음 발표했던 때가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13년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배명훈표 SF’ 또는 ‘배명훈 월드’는 오래전부터 탄탄하게 준비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2013년의 『청혼』과 비교해보았을 때 2024년의 『청혼』은 작가가 그사이 성장하고 발전한 만큼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꼭 남기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배명훈 작가는 이번 개정 작업을 통해 거의 모든 문장을 다시 쓰는 정도로 조탁하고 묘사와 표현을 시대감각에 발맞추어 수정했거든요. 이런 과정을 통해 『청혼』은 한층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재탄생했답니다. 배명훈 작가의 오랜 팬으로서 새롭게 다듬은 초기 작품을 저희 북하우스에서 다시 선보일 수 있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그러고 보면 『청혼』은 북하우스에서 펴낸 (벌써!) 여덟 번째 배명훈 소설입니다. 첫 단독 소설집이자 박완서 작가에게 큰 지지를 받았던 『안녕, 인공존재!』, 박찬욱 감독이 극찬한 『은닉』, 본격 사회파 SF 『총통각하』, 전쟁과 일상을 맞물린 희한한 이야기 『맛집 폭격』, 정세랑 작가의 정교한 해설과 함께 배명훈 월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한 장의 지도로 자리매김한 『예술과 중력가속도』, 고고심령학자들의 서늘하고 지적이며 조용하지만 뜨거운 브레인 게임이 펼쳐지는 『고고심령학자』, 배명훈이라는 장르가 만개한 절정의 작품 『미래과거시제』, 그리고 이제 『청혼』까지―배명훈 작가가 걸어온 길에 북하우스가 늘 가까이 있었던 셈인데요. 앞으로도 이렇게 따뜻한 문학의 우정을 쭉 이어가기를 바라며, 이번 소설을 독자 분들께 날려보냅니다. 많이 읽어주세요. : )
- 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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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짧은 소설 신간 두 권이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었습니다. <한 사람을 위한 마음> 등의 소설집을 낸 이주란의 짧은 소설, <브로콜리 펀치> 등의 소설집을 낸 이유리의 짧은 소설입니다.
미소는 영수의 표정을 읽고 싶고 영수의 마음을 알고 싶었지만 급하게 굴지 않기로 했다. 어떤 마음인지 너무 묻지는 말아야지.
이주란, <좋아 보여서 다행> 155쪽
며칠 뒤 언니는 SNS에 장문의 글을 올렸습니다. '저는 레즈비언 윤강희가 아니면 차라리 버섯 윤강희가 되겠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이었다. 나는 내가 나인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세계가 이런 나를 원하지 않는다면 내가 아닌 누군가로 목숨을 부지하느니 나인 채로 버섯이 되겠다는 그 글은 하루 만에 조회수가 몇십 만이 넘었다.
이유리 <웨하스 소년> 125쪽
소설 일부분을 적어봤습니다. 너무 묻지는 않고 급하게 굴지는 않는 이주란 소설의 태도도 좋고, 버섯이 되어서 세계와 대결하겠다는 이유리 소설의 기개도 좋습니다. 읽을 것이 많아 풍성한 봄. 아름다운 이 봄을 평안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