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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먹어 보면 알지 뒷마당 탐조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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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 없이, 명랑하게, 사랑을 투쟁으로"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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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이기호의 본격 장편소설. <차남들의 세계사> 이후 11년 만에 세계를 누비는 두툼한 소설로 만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기호 유니버스에서 종종 채택된 이름 '이시봉'이다. 무단횡단하던 아버지가 피자집 앞에서 트럭에 치여 사망한 이후 이시습은 음주에 의지하며 아버지의 사고의 원인일지도 모를 '비숑 프리제' 강아지 이시봉에게만 마음 붙인다. SNS 릴스 스타가 된 강아지 이시봉에게 별안간 브리딩 업체 직원들이 나타나 이시봉이 '비숑의 왕'의 핏줄을 타고난 귀한 강아지라고 모셔가겠다고 제안한 순간 이시습의 삶은 아버지의 투쟁으로, 스페인 왕가의 가계도로 뻗어간다.

이기호의 소설답게 풀고 조이는 이야기의 리듬이 대단하다. 퇴직한 아버지 대신 공장 노동조합에서 간부직을 맡아 고초를 겪은 인간 이시봉, 개 농장에 방치된 귀하신 몸인 강아지 이시봉, 스페인 왕정의 보물이었던 '비숑 프리제'의 가계도 같은 굵직한 이야기 줄기에서 눈을 뗄 수가 없고 동네 횟집에서 홍어회를 얻어먹는 전라도 강아지 이시봉을 상상하면 어쩔 수 없는 웃음이, 사고 이후 엄마에게 구박받으면서도 '어둠 속에서도 명랑함을 잃지 않고'(54쪽) 계속 얼굴을 내미는 꼬질한 이시봉을 생각하면 눈물이 핑 고인다.

마침 이시봉 이야기를 읽는 동안 이 소설의 도입부의 배경 도시이기도 한 광주광역시에서 이번 폭우로 물살에 떠내려간 강아지가 매트리스를 타고 떠다니다 구조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강아지는 원한 없이 명랑하게 귀를 세우고 흙더미가 된 집에서 카메라를 향해 웃고 있었다. 소설이 '강아지를 둘러싼 인간의 책임을 묻기엔, 여전히 유효한 장르'라고 생각한다며 이기호가 자신의 강아지 이시봉에게 들려주고 싶어 짓게 된 이야기. 이 이야기를 다 읽고나면 인간인 우리 독자도 개처럼 왈왈 짖고 세계와 싸우고 싶어질 것이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그런데도 이시봉은 고개를 들고 앞다리를 세우고 앉아 계속 꼬리를 흔들었다. 어둠 속에서도 명랑함을 잃지 않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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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도 놀란 수박 이야기"
먹어 보면 알지
이지은 지음 / 웅진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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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작가 이지은이 신작 <먹어 보면 알지: 호랑수박의 전설>로 돌아왔다. 전설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로, <팥빙수의 전설>, <친구의 전설>, <태양 왕 수바>에 이어 이번에는 한여름밤 으스스한 숲을 배경으로 한 새로운 전설이 펼쳐진다. 세상 귀찮은 듯한 표정의 팥 할머니와 수상쩍은 수박, 호랑이, 곰, 멧돼지 등 숲속 동물들이 얽히며, 표지부터 기묘한 상상과 궁금증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난 수박이 아니야. 날 먹으면 큰일이 벌어진다." 수박 한 입을 찾아 헤매던 동물들이 마주친 정체불명의 수박, 그리고 “먹어 보면 알지!”라는 주문 같은 말 속에 숨겨진 반전.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이 이야기는 유쾌하면서도 오싹한 분위기로 무더위를 잊게 한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잠 못 드는 여름밤을 시원하게 적셔 줄 기묘하고도 맛깔스러운 전설 한 편. 이지은 작가가 빚어낸 상상의 숲 속으로 함께 빠져보자. - 유아 MD 권윤경
이지은 '전설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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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럭 클럽> 에이미 탄의 탐조일지"
뒷마당 탐조 클럽
에이미 탄 지음, 조은영 옮김 / 코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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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좋아하는 대상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에 대해 긴긴 이야기를 들려줄 때, 듣는 이는 그 대상보다도 정작 내 눈앞에서 신나게 말하고 있는 이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에이미탄이 6년간 뒷마당에 찾아온 새들을 돌보며 관찰한 기록이다. 그가 관찰한 새들의 이야기는 신기하고 귀엽고 재미있지만 그보다 더 사랑스러운 건 사실 에이미 탄 자신이다.

6년간의 기록 속엔 쥐가 새들의 밥을 뺏어 먹고 전염병을 퍼뜨릴까 전전긍긍하며 장애물들을 설치하며 실험하고, 천적으로부터 공격당한 새의 사체를 보며 '자연의 섭리'라는 말을 꺼내는 대신 마음 깊이 애도하고, 목격하기 어렵다고 소문난 새의 뒷마당 방문에 홀로 가슴 부풀어 있다가 은근슬쩍 탐조 모임에 자랑하는 에이미 탄의 모습이 모두 들어있다. 60대 중후반이라는 나이(글을 쓸 당시)가 무색하게 왕성한 호기심과 기발한 위트, 그리고 따뜻하고 열린 마음으로 중무장한 탄을 읽다 보면 이렇게 매력적으로 나이 드는 비법에 관해 강의라도 열어 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다.

그러니 이 멋진 사람이 푹 빠져있는 탐조의 세계 또한 자꾸만 훔쳐보고 싶지 않을 수 없다. 탄이 들여다보는 새들의 세계는 인간 사회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들의 행동과 실수, 의도(라고 믿고 싶은 것들)와 생존의 공식으로 가득 차 있다. 맛깔나는 문장들이 안내하는 새들의 세계, 500쪽을 넘는 페이지가 지루함 없이 술술 넘어간다. 탄이 직접 열정으로 그린 새들의 그림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이 여름을 위한 아름다운 책이다. - 과학 MD 김경영
추천의 글
이 책에는 특별한 줄거리도 없고 누군가가 죽거나 사랑에 빠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어떤 소설보다도 극적이고 무엇보다도 진실하다. 모이통에 내려앉은 덤불어치의 푸르스름한 깃털, 그 새가 또다시 날아오르기까지의 짧은 망설임, 알을 품고 있는 까마귀의 무표정한 눈빛. 탄은 이 작은 생명들을 그저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자신의 내면과 마주한다. 때로는 새의 조심스러운 움직임에서 상실을 읽고, 때로는 깃털 하나의 방향에서 삶의 방향을 되돌아본다.
“새를 느껴 봐요. 새가 되어 보는 겁니다.”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자연을 사랑한다는 말은 쉬워도 자연을 존중하며 바라보는 일은 어렵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보았다’는 감각을 붙잡기 위해선 속도를 늦추고 시선을 낮추어야 한다. 에이미 탄은 이 느린 시간 속에서 병든 몸을 돌보고, 산만했던 마음을 가라앉히며,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 -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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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삶의 가치"
느림보 거북이의 단단한 결심
미하엘 엔데 지음, 율리아 뉘슈 그림, 전은경 옮김 / 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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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끝없는 이야기> 등의 명작으로 세대를 넘어 사랑받아온 작가 미하엘 엔데. 그가 남긴 이 그림동화는, 동물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이야기를 통해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야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훌륭한 그림 작품을 풍성하게 담아, 읽는 재미와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크든 작든, 나이가 많든 적든, 뚱뚱하든 말랐든, 수중 동물이든 육상 동물이든 상관없이" 세상의 모든 동물이 위대한 사자왕 레오 28세의 결혼식에 초대받는다. 왕의 성대한 결혼식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선 거북이 트란퀼라는 가는 도중에 거미, 달팽이, 도마뱀, 까마귀와 조우한다. 그들은 모두 트란퀼라에게 "그 속도로는 너무 늦을 거야", "길을 잘못 들었어", "결혼식은 이미 취소됐어" 훈수를 두며 여행을 만류한다. 하지만 트란퀼라는 그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만의 속도로 묵묵히 나아간다. 과연 트란퀼라는 왕의 결혼식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이 귀여운 동화는 마지막에 실소를 터트리게 만드는 반전도 있어 중간에 읽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 트란퀼라처럼 묵묵히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다 보면 마지막 장에 닿는 순간, 인내심과 끈기,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가치를 깨닫게 될 것이다. - 어린이 MD 송진경
추천사
남들보다 늦지 않는 것보다 자기 걸음을 믿고 끝까지 가 보는 용기가 더 소중합니다. 자기만의 속도를 끝까지 지켜 낸 사람에게는 반드시 환하고 넉넉한 자리가 열립니다.
우리 아이들이 타인의 속도에 조급해하지 않고, 정해진 기준에 얽매이기보다 자기만의 리듬과 방향을 존중하며 자라나기를 바랍니다. <느림보 거북이의 단단한 결심>이 아이들 곁에서 오래도록 다정하고 든든한 친구가 되어 줄 것입니다. - 이현아 (<어린이 마음 약국> 저자, 교사, 좋아서하는그림책연구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