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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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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마종기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39년, 일본 도쿄 (염소자리)

직업:시인 의사

가족:아버지는 동화작가 마해송, 어머니는 무용가 박외선

기타:연세대학교 의학 학사를 받고, 서울대학교대학원에서 수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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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나만의 미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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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내 문단 등단 50년을 기려주겠다고 해서 졸시 50편을 골라 그 시에 관련된 이야기나 그 분위기에 대한 글을 보태어 한 권의 책으로 묶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그러나 내 시에 대한 분석이나 해석이나 이론이 아닌, 그 시를 읽으면서 내가 시를 썼던 당시의 내 문학적 상상력이나 당시의 분위기를 평이하게 설명하려고 했다. 정말이지 시는 애초부터 내게는 사랑의 대상이었지 분석과 해석의 어려운 수수께끼가 아니었다. 아무리 볼품없는 시일지라도 외국에서 평생의 대부분을 살고, 외국어를 일상어로 쓰면서 모국어로 수백 편의 시를 써왔다면, 그 인간의 가슴 어느 곳에 몇 개의 상처가 없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몸의 어딘가에 눈물의 흔적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밤잠을 설치면서 허둥댄 흔적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내 탓일 뿐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 와중에 나는 오늘도 다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늦은 나이의 하룻밤을 지새우며 볼품없는 시 한 편을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운다. 가족도, 이웃도, 그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외국의 하루, 혼자 목소리를 낮추어 새로 만들어본 시 한 줄을 가만히 읽어보고, 내가 좋아하는 한국 시인의 시도 정성껏 읽어본다. 그리고 그 시에서 우러나오는 빛나고 뿌리 깊은 기쁨을 혼자 은밀히 즐긴다. 그런 기쁨 역시 아무의 것도 아닌 바로 나 혼자의 것, 그래서 나 혼자의 승리라는 것을 느끼며 나는 오늘도 그 뿌듯한 마음을 즐긴다.

마흔두 개의 초록

이 시집은 몇 해 전에 출간한 ‘하늘의 맨살’ 이후 여러 곳에 발표했던 시들을 모은 것이다. 만 5년이란 햇수가 좀 긴 터울이긴 하지만 그래도 게으름에 끌려 다니지 않고 살았다는 안도감이 앞선다. 그간에도 내 시를 지켜보아주고 읽어준 당신에게 감사한다. 2015년 5월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

이 책의 글들은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장장 30년간의 넓은 시간적 공간을 가진다. 대부분 재미 교포 사회의 신문.잡지에 발표된 이 글들은 시인이 쓴 것이라기보다는, 미국에 사는 한 교포의 어느 날의 한숨이고, 평범한 의사의 어느 날의 시선이고, 옆집 친구의 한담이고, 가끔은 주위를 살피며 못을 박으려는 시정인의 매끄럽지 못한 주장이다.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니므로

어쩌다 나는 의사로 평생을 지내오면서 인간의 육체적 조건과 항상 가깝게 함께 어울려 살아왔다. 그래서 내 문학의 화두는 자연히 생명이었다. 인간의 생명은 언제나 희망과 사랑을 지향하기 때문에 그 따뜻함이 그리워 나는 시를 써왔고 시를 쓰는 동안의 어쭙잖은 고통까지도 껴안으려고 했다.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이 시집은 1997년 초에 출간된 시집 <이슬의 눈> 이후, 5년 반 동안 고국에서 발표되었던 시들을 거의 순서대로 모은 것이다. 나는 이제서야 만 36년간의 미국 의사 생활을 끝내면서 몇 해 이른 은퇴를 하였다. 이런 글이나마 고국 땅에서 쓰고 있는 내 큰 기쁨을 이 책을 펼친 분께 삼가 알린다.

아름다움, 그 숨은 숨결

예술, 아름다움을 찾아 한 묶음의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고 나서, 작가의 말은 곧 써서 보내겠다고 약속을 한 지, 거의 한 달이 되었다. 출판사의 눈치가 보이는 듯했지만 어떻게 글을 시작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아 망설이다가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서 책상 앞에 다시 앉았다. 이런 일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라 왜 시작을 못하는지 나 자신도 궁금해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그리고 어렴풋이나마 그 해답을 알 듯도 했다. 첫 번째 이유는 아마도 이 엄혹한 시절, 코로나19 팬데믹의 비극이 온 세상을 뒤덮은 처참한 암흑에서 오늘도 수많은 생명이 비명 속에 죽어가고 시신을 덮을 관도, 묻을 땅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지구. 살아 있는 사람조차 마주 보고 담소도 주고받지 못하는 날들이 도대체 얼마나 더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인지. 서로가 서로를 피하려고만 하는 이 암담한 외면 속에서 무슨 문학이, 무슨 음악 듣기가, 무슨 그림 구경이, 또 무슨 지난날의 동서남북 여행기가 도대체 무슨 정신 나간 소리냐고 야단을 치는 듯해서였다. 거기다가 내가 즐기는 음악이나 그림 감상이나 연극, 영화, 무용 공연이나 잡독의 독서가 뭐 그리 대단한 수준이라고 이 나이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낯간지럽게 책으로 출간하느냐는 질책이 귀에 들리는 듯해서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내게 다른 목소리가 들려온 것도 사실이다. 바로 이렇게 경계가 다 막힌 경험해보지 못한 창백한 세상이기에, 치기 어린 내 생의 미로가 어쩌면 누구에겐가 작은 위로가 될 수도 있고 잠시나마 푸근하고 편안한 자리를 제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예술의 전문 분야를 전공하고 깊이 공부한 분의 학문적 분석이 아니고 그냥 하루하루의 생활 중에 만나는 예술의 즐거움, 내 몸의 일부가 된 것처럼 오랜 세월 나와 함께 살면서 나를 살려준 고마운 은인. 젊은 나이에 고국을 떠나 어쩔 수 없이 느껴야 했던 진한 외로움을 달래주고 힘이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준 그 모든 예술이나 독서나 여행을 그냥 친한 이에게 말하듯 순서도 곡절도 이유도 없이 줄줄이 벌려놓은 게 이 책이다. 말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꽃 몇 송이를 키우는 볼품없는 꽃나무 화분이고 내가 평생 키운 꽃은 의사라는 내 생업과 밤잠을 설치면서 만들어낸 시 몇 편이 전부인데 그 꽃 화분을 이렇게 오래 편하게 살게 해준 흙과 비료와 단비 같은 물은 바로 내가 즐기는 음악 듣기고 그림 보기이고 독서이고 믿음이고 여행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2021년 봄에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 내 시를 읽어준 친구들아, 나는 아직도 작고 아름다운 것에 애태우고 좋은 시에 온 마음을 주는 자를 으뜸가는 인간으로 생각하는 멍청이다.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 전쟁을 일으키는 자, 함부로 총 쏴 사람을 죽이는 자, 표정도 없이 도시를 불바다로 만들겠다면서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가 꽃과 나비에 대한 시를 읽고 눈물 흘리겠는가, 노을이 아름다워 목적지 없는 여행에 나서겠는가. 시인이 모든 사람의 위에 선다는 말이 아니다. 시가 위에 선다는 말도 아니다. 나는 단지 자주 시를 읽어 넋 놓고 꿈꾸는 자가 되어 자연과 인연을 노래하며 즐기는 고결한 영혼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여지껏 성심을 다해 시를 써왔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세상적 성공과 능률만 계산하는 인간으로 살기에는 세상이 너무나 아름답고, 겨우 한 번 사는 인생이 너무 짧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꿈꾸는 자만이 자아(自我)를 온전히 가진다. 자신을 소유하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시를 읽는 당신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세상의 긴 강

모국의 사랑으로 시는 내게 그리운 모국의 또 하나의 이름이었고 나는 그 모국을 애타게 정성을 다해 사랑하며 살아왔다. 그 사랑이 물기를 머금어 글이 되고 노래가 되었다.

천사의 탄식

지난 시집 이후에 발표한 시들, 아주 멀고 멀리 산 넘고 바다 건너에 살고 있는 고달픈 말과 글을 모아서 고국에 보낸다. 5년 동안 모은 시들이지만 그게 내 평균 속도였으니 큰 게으름은 없었다고 믿고 싶다. 시를 읽어줄 당신께 감사한다. 2020년 9월

파타고니아의 양

수상 소감 요즈음에도 초, 중,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우등상을 수여하고 하루도 결석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개근상을 수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상을 받는 것은 올해 남들보다 더 뛰어난 시를 썼기 때문이 아니라 오랜 햇수, 한 해도 쉬지 않고 시를 발표해 왔다고 개근상으로 주는 것이 아닐까. 고국을 떠나던 당시 나는 시인으로는 겨우 이름만 등록한 초짜 주제여서 몇 해만 쉬면 그냥 사라질 존재였지만, 그리고 그런 것에는 관심을 안 보이리라 각오하고 떠난 것이었지만, 외국 병원의 내 환자들은 온갖 병으로 자꾸 죽어 나가고 세상살이는 갈수록 외롭고 힘들어져서 갈팡질팡 거릴 때, 나는 그나마 세상에서 내가 기댈 수 있고 나를 잡아주는 것은 볼품없는 내 시들인 것을 절절히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내 존재의 의미로 시 쓰기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 좀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내 수상작 중 하나의 제목이 되는 디아스포라에 대한 내 의견을 한마디만 남기고 싶다. 물론 디아스포라의 경험들은 보편적일 수가 없지만 정치철학자이고 영원한 국외자로 어두운 시대를 살아온 한나 아렌트(Arendt)의 말, “모든 디아스포라들은 의식적으로라도 피차별자의 위치에 섰던 이들의 삶을 상기하며 살아야 한다”는 큰 약속을 잊지 못한다. 민주주의를 부르짖던 고국의 많은 문학인이 언제부터인가 완고한 국수주의나 민족주의를 열망하는 것에 나는 갈등을 느낀다. 나는 피차별자가 희망하는 열린 공동체의 의미를 늘 꿈꾸며 나머지 삶을 한국의 디아스포라 시인으로 살아 갈 것이다.

하늘의 맨살

몇 해 전에 출간한 시집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이후 여러 잡지에 발표한 시들을 여기에 모았다. 생각해보면 이런 몰골로나마 계속 시를 써올 수 있었던 것도 복이 아닐까 싶다. 그간도 내 시를 지켜보아주고 읽어준 당신께 감사한다. 2010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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