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역자의 긴 학문적 여정은 아르토와 함께였던 것 같다. 대학원에 진학해 프랑스 연극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은 뒤 처음 아르토를 만났다. ≪연극과 그 이중≫을 읽었을 때 너무나 생소하고 어려웠다. 지금 그 생소함은 사라졌으나 어려움은 여전하다. (중략)
출판사로부터 ≪연극과 그 이중≫ 번역 의뢰를 받고 마음이 잠시 복잡해졌다. 한 번은 꼭 번역하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오래전에 포기한 상태였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고향 친구를 소환하는 느낌이었다. 번역을 시작하고 곧장 아르토에 빠져들었다. 정독을 해야 하니 이전에 대충 넘어갔던 것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중략)
아르토와 다시 만나 어려운 문체와 씨름하면서도 한쪽에서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번역을 한다고 해서 꼭 원작자를 추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원작자의 정독이 한편으론 새로운 세계로의 시각을 열어 줄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연극과 그 이중≫의 번역은 역자에게 연극과 연극치료에 있어 좀 더 성숙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 옮긴이 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