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성복 시인의 말이다.
병들면 아파야 하는데, 아픈 게 맞는데.
이상한 내가 당당한 건 아닌데, 약한 건 나쁜 게 아닌데
피어나는 통증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제대로 앓고 싶었다. 처절한 몸부림이 필요했다.
남은 날은 알 수 없지만 남은 날을 알 수 없기에 나를 들여다봐 줘야 했다.
맥락과 납득의 경계에서 이상한 것들은 더욱 이상하다고 여길 수 있도록
옳은 것들은 더더욱 옳다 할 수 있도록 나다운 회복이 절실했다.
용기를 냈다. 거듭되는 통증, 거듭되는 미완의 완성을 위해 흠뻑 앓아 눕기로.
부디 잊어 잊힌, 잊어 잃은 마음이 돌아와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