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목표는 역사의 다양한 시점에서 왜곡된 유방의 행적을 사료에 입각하여 재검토함으로써 역사의 실상에 접근하는 데 있다. 유방은 중국역사상 최초의 서민황제였다. 서민이었을 때 황제인 양 행동한다면, 거기에는 비극이 기다리게 되고, 황제가 되었을 때 서민인 양 행동한다면, 거기에는 더 큰 비극이 기다리게 된다. 사회계층의 밑바닥으로부터 정점으로 치고 올라가는 과정에서, 유방은 자연스럽게 또 의식적으로 그 행동양식으로 바꾸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역사서술은 그 과정에 있었던 모순을 지워 없애고 그것을 순조로운 이행과정으로 바꿔 놓으려고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