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은 된장에 오덕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다른 맛과 섞여도 제맛을 잃지 않는 단심(丹心),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제거하는 불심(佛心), 맵고 자극적인 맛을 부드럽게 하는 선심(善心), 어떤 음식과도 조화를 이루는 화심(和心), 오랫동안 상하지 않고 한결 같은 항심(恒心). 이것이 과학이 그리 발달하지 못한 그 시절, 우리네 할머니와 어머니들이 장에 정성을 다하고 그 장으로 가족들의 건강을 지켜낸 이유입니다. 한때 나트륨 과다 음식으로 외면당했던 장류와 장아찌, 젓갈들이 다시금 건강식품으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이에 용기를 내어 건강하고 맛도 좋은 저염 장아찌와 젓갈, 반찬들을 소개했습니다. 또 재래식 장류도 없고 장독대도 없는 아파트에서 손쉽게 발효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레시피를 구성해 보았습니다. 이 책을 차근차근 따라하다 보면 입맛 없는 어느 나른한 오후, 물만 말아도 밥 한 공기 뚝딱 비울 발효음식들이 냉장고에 차곡차곡 채어질 것입니다.
“매일 같이 터져 나오는 먹을거리에 대한 불편한 소식과 외식 메뉴, 패스트푸드에 대한 소식을 접하다 보면 맛이 있건 없건 건강에 제일 좋은 음식은 내가 직접 해 먹는 집밥이라는 생각이 들 거예요. 사 먹지 않고 만들어 먹는 것 자체가 건강 요리인 셈이지요.
처음엔 조금 맛이 없고 더디게 만들어질지라도 내가 만든 음식에 남편을 길들이다 보면 우리 아내 요리 솜씨가 최고라는 말도 듣게 되고, 엄마 요리가 가장 맛있다고 칭찬해주는 예쁜 아기도 생깁니다. 아내에게 이 책을 선물하려는 남편이라면 아내의 조금 설익은 밥도, 조금 짠 국도, 밍밍한 맛의 반찬도 칭찬해 주세요. 작은 칭찬 하나로 아내의 요리 솜씨는 더욱 발전할 수 있습니다.“
바삭바삭 소리를 내며 입 안에서 부서지는 고소한 튀김의 유혹. 비만 내리면 사정없이 온 몸의 신경세포를 마비시키는 지글지글 부침개. 모두 고소한 식용유가 없다면 불가능한 유혹입니다. 어린 시절만 해도 명절이면 뒷방 가득 식용유와 설탕, 밀가루들이 선물로 들어오곤 했지만 시절이 변해 요즘의 식용유는 비만과 트랜스지방의 온상으로 외면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은 단백질, 탄수화물과 함께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필수 영양소입니다. 영양과잉이나 비만 환자, 각종 성인병 환자가 아니라면 지방은 우리 몸을 활동시키고 구성하는 중요한 영양 성분이 됩니다.
올리브오일은 체지방의 분해를 돕고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막아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며 암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 줍니다. 요리뿐만 아니라 클렌징오일이나 마사지오일로도 사용이 가능하지요. 혹시 선물로 받거나 사 놓고 쓰지 않는 올리브오일이 있다면 오늘부터 이 책과 함께 가까이 두고 사용하면 어떨까요. 향이 강해 한식에 어울리지 않는다든지 열에 약하다는데 볶아 먹어도 되는지, 냉장고에 두었더니 하얗게 굳어 버렸는데 버려야 하는지 등의 걱정은 이 책을 대하면서 사라질 것입니다. 올리브오일을 활용한 한식 메뉴와 건강 간식도 소개되어 있으니 다양하게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날씬 샐러드 요리도 빠질 수 없겠지요. 똑똑한 올리브오일을 가까이 한다면 훨씬 건강한 웰빙 밥상을 차릴 수 있을 겁니다.
몸에 이로운 음식을 만드는 일, 말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식재료의 유통과정이 긴 도시에서는 신선한 재료를 구입하는 것부터 녹록치 않으며,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음식의 맛을 내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하지만 가족 모두가 건강한 ‘엄마표 밥상’에 길들여지려면 주부들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화학조미료나 인스턴트 양념은 그 자체로는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음식물과 결합하여 체내에 들어오면 각종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면역체계를 공격합니다. 그러므로 조금 번거롭고 귀찮더라도 자신과 갖고의 건강을 위해 좋은 먹을거리고 밥상을 차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집에서 직접 만든 천연 양념은 건강 식탁을 차리는 데 매우 요긴한 맛내기 비법입니다. 이 책에서는 주위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식재료와 양념을 활용해 음식 고유의 깊은 맛을 살렸습니다. 시간이 있을 때 천연 재료들을 곱게 갈거나 다져서 준비해 두고, 요리할 때 이것저것 섞어 사용하다 보면 가족들이 좋아하는 맛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전통식인 제철 음식으로 차린 채식이야말로 가장 건강한 밥상입니다. 맛없고 단조로울 거라는 고정관념은 버리셔도 됩니다. 채식은 단순히 풀만 먹는 허기진 식단이 아니라 육류를 제외한 풍성한 식재료를 모두 사용하는 잘 차려진 식단이니까요. 모든 음식을 채식으로 즐기려면 굳은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하루에 한 끼, 반찬도 필요 없이 한 그릇 뚝딱이라면 훨씬 가깝게 느껴지지요. 식재료도 많이 필요 없습니다. 주재료 두세 가지만 있으면 한 끼 걱정은 접어 두고 가뿐하게 즐길 수 있는 요리들만 수록했으니까요. 채소를 손질할 시간도, 제대로 차릴 여유도 없는 요즘 주부들을 위해 요리법도 대폭 간소화했습니다. 아침에 좋은 초간단 요리부터 귀찮을 때 먹는 면 요리, 포만감을 주는 밥과 죽 요리, 그리고 특별한 주말에 별미로 즐길 수 있는 요리까지 모두 한 그릇에 간단하고 소박하게 담아냈습니다. 오늘부터 당장 고기와 생선을 모두 갖다 버리고 서걱거리는 채소와 질긴 통곡식을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의 생활 방식과 리듬에 맞추어 다양한 방법으로 채식을 접하기만 하면 됩니다. 너무 어려워 마세요. 조급한 마음도 갖지 마세요. 그 옛날, 엄마와 할머니가 해 주셨던 밥상을 떠올리며 소박하지만 풍성한 채식을 즐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