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어본 나의 작품들은 완성도 면에서 부끄러운 점이 많았다. 그러나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한 편 한 편이 정직하게 쓴 시들이라는 것이다. 나는 시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엄격한 정직성으로 시를 썼다. 나의 작품들은 20세기 중반부터 21세기까지 산 한 남성의 치열한 삶의 기록이 될 것이다.
나는 시라는 꽃을 피워 팔며 살았다. 꽃을 잘 피우고 잘 팔아 더러 부자가 된 이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꽃장수들처럼 내 시의 살림살이는 아직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꽃을 팔다보니 희한하게도 내가 다니는 골목이 환해지고, 내 삶도 덩달아 환하게 피어 있었다. 꽃장수로 산 생애가 이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