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가 길게 한 줄로 늘어서서 철로를 달려가는 기차를 보면 참 신기합니다. 더구나 방학을 맞으면 친척의 반가운 얼굴이 생각나면서 철커덕거리는 기차에 몸을 싣고 먼 곳으로 기차 여행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납니다.
≪기차 할머니≫의 주인공 울리도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방학을 맞아 여행을 떠나자고 엄마에게 조릅니다. 그러나 이번 방학에는 울리의 아빠와 엄마가 모두 바쁩니다. 결국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울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기차를 타고 이모님 댁으로 가게 됩니다. 혼자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다니! 다 큰 아이 대접을 받는 것 같아 기쁘고, 설레임도 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슴이 조마조마하고,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울리는 이왕이면 재미있게 놀 친구들과 함께 가고 싶었지만 하필이면 어떤 할머니와 마주 앉아 가게 됩니다.
그러나 할머니와 함께 가는 기차 여행은 재미도 없고, 지루할 거라고 생각했던 울리의 생각은 큰 착각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울리가 기차표를 찾지 못해 쩔쩔맬 때도 자상하게 도와주시고, 불안해하는 울리의 마음을 인자하게 다독거려 줍니다.
할머니에게 처음으로 배우는 재미있는 글자놀이와 할머니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시간이 언제 흘러갔는지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흥미진진합니다. 집으로 돌아갈 때도 그런 할머니를 만나 같이 타고 가겠다고 생각하는 울리는 과연 어떤 재미있는 기차 여행을 했을까요?
세상에는 직접 부딪쳐 보지도 않고 재미없을 거라고, 혹은 지루할 거라고 생각하며 거부하는 일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들을 직접 경험하면 생각지도 않은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크게 자란답니다.
울리와 기차 할머니가 함께 떠나는 재미있고, 멋진 여행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 진한 아쉬움이 남는 행복한 여행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알면 알수록 세상은 언제나 새롭다
오래전, 스위스에서 수학을 배울 때 당시 공산국가였던 동독을 벗어나 스위스로 망명을 와서 수학을 가르치던 교수님이 계셨다. 나는 원래 수학을 좋아했지만 그분의 강의를 들으며 감동으로 새로 눈이 떠지듯 큰 기쁨을 맛보았다. 그분이 가르쳤던 수학은 숫자에 대한 공부가 아니라 철학이고, 인문학이었다. 미분과 적분이 현상의 실체에 최대한 가깝게 접근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역설하며, 숫자를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다루던 그분의 강의가 내게는 천지개벽과도 같은 발상의 전환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분은 나를 가르치고, 1년 후 강의 도중 심장마비에 걸려 강단에서 60세의 짧은 생을 마감하셨다. 수학의 두꺼운 껍질을 벗겨내 우리 앞에 그 실체를 보여주셨던 열정이 마음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기에 그 누구보다도 큰 슬픔으로 조문했던 기억이 있다.
알고 보면 세상 일이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참 많다. 어느 국가를 여행하고 오면 그곳과 관련된 뉴스가 새삼 부쩍 늘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아들이 군대에 가 있으면 거리에서 만나는 군인들에 대한 시선이 예전과 다른 애정 어린 눈빛으로 변해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 책은 ‘운동화’를 다룬다. 세상에 그 흔한 운동화에 무슨 할 말이 있겠나 생각했다면 섣부른 판단이다. 운동화를 소재로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 Globalization), 그리고 세계 무역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낸 이 책은 겉으로 보이는 세상사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실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그런 딱딱한 주제를 추리물처럼 온갖 상상을 하며 추적하게 만든 이야기의 구성이 책을 술술 읽게 만드는 비법이다.
요즘 공원을 돌며 운동을 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은 이후 운동화가 새롭게 보인다. 익명의 존재처럼 나와 무관한 상품으로서가 아니라 여러 과정을 거쳐 우리의 발을 감싸는 운동화에 숨어 있는 세계화의 실상을 되짚어 보게 되는 것이다. 수학이 철학이 되듯, 단순한 무역 상품이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무심코 입에 넣으면 별맛이 느껴지지 않지만 잠자코 씹다 보면 은은한 맛에 오히려 중독되게 만드는 독일 빵을 먹는 것처럼, 화려한 문체는 아니지만 낮은 어조로 나긋나긋 풀어내는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제법 느껴지는 책이다.
세상에는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하지 말라는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또 어른들은 말하지 않지만, 왠지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아, 하고 싶어도 꾹 참는 일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아무 거리낌 없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만 있다면, 재미있고 신 나는 일들이 너무나 많을 것 같습니다.
≪나와 클라라 누나≫의 주인공은 누나와 함께 많은 어린이들이 그렇게 참아 온 일들을 비록 책 속이지만 거침없이 해 봅니다. 엄마는 맛있는 케이크를 집에 사다 놓고, 손님들을 위해 사 왔으니 손도 대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맛있게 생긴 케이크를 보고 어떻게 참을 수 있을까요? 그것은 주인공과 클라라 누나가 지키기에는 너무 어려운 명령입니다. 결국 주인공과 클라라 누나는 손가락으로 케이크를 조금씩 맛보다가, 나중에는 거의 다 먹어 치우고 맙니다. 물론 주인공과 클라라 누나는 엄마의 명령을 어길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단지 케이크가 상하지 않았는지 직접 점검해 본 것뿐이지요.
주인공과 클라라 누나의 호기심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벼룩 서커스를 열어 볼 생각에 시작한 벼룩 잡기, 죽은 물벼룩만 먹는 불쌍한 금붕어에게 맛있는 소시지 갖다 주기, 강아지에게 예쁘게 색칠해 주기, 유령놀이를 실감나게 하기 위해 침대보에 구멍 뚫기. 이것들은 주인공과 클라라 누나가 한 순진무구한 장난의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기들이 하지 못했던 일들을 주인공과 클라라 누나가 통쾌하게 해 주기 때문일까요? 독일에서 ≪나와 클라라 누나≫는 많은 어린이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책이 되었고, 이 책의 저자 디미테르 잉키오브는 인기 작가가 되었답니다. 어린이의 마음을 잘 아는 작품으로 평가받은 이 책이,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에게도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책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자기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으면 불편하다. 신발이 너무 크면 잘 걷기도 어려워 행동하기 불편하고, 너무 작은 신발을 신어도 발이 아파 제대로 걷지 못한다. 누구에게나 숨겨져 있는 재능이 있는데 자기가 갖고 있는 능력보다 과장되게 자랑을 했다가는 언젠가 들통이 나서 허풍쟁이로 놀림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자기에게 갖고 있는 능력을 실제보다 더 줄여서 말하고,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면 그것도 문제가 된다. 그것은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마치 작은 신발에 억지로 발을 밀어 넣어 숨기는 것과 같다.
누구나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과 형제들이 격려해 주고, 사랑을 베풀어 주지만 자기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런 외부의 도움은 아무 소용이 없다. 달리기를 하려면 일단 발에 맞는 신발을 신어 주어야 하듯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한다면 갖고 있는 능력도 점점 더 커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을 올바르게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독일에서 처음 발표된 이 책은 현재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는데 그 해 출판된 아동 도서 가운데 가장 큰 성공을 거둬 10만 부 이상 많이 팔리고, 팬 그룹까지 형성되어 있다. 세계 다른 나라에도 번역되어 소개되는 것으로 보아 어느 나라에서나 공통되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라고 여겨진다.
오래전에 출판됐던 책이 이번에 새로운 삽화와 함께 뉴 에디션으로 다시 출판되게 되어 원고를 조금 손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무엇보다도 기쁘다.
단순히 어른이 아동을 훈계하거나 암묵적인 세뇌로 굴복시키는 책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마음속 목소리에 고루 귀를 기울인 아주 좋은 책이라는 생각에 이 책을 번역 소개했었는데, 그 소망을 이제까지의 튼튼한 생명력이 증명해 보이니 열심히 길러 보기 좋게 성장한 나무를 보는 듯 뿌듯하고 행복하다.
미하엘 엔데가 책을 쓸 때 많은 고민을 하고, 대표작 《모모》를 쓸 때는 6년간 고심한 끝에 작품을 완성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창작에 임했음을 잘 알기에 비록 두껍지 않은 아동용 도서이지만 이 작품 속에 그가 얼마나 깊은 사고를 하고, 치밀하게 이야기를 엮어 나갔는지 새삼 느낄 수 있다. 원작자가 어떤 사고와 마음으로 단어 하나하나를 골라 창작했는지 다시 깊게 고민하면서 그의 마음이 좀 더 독자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원고를 미세하게 수정했다.
처음 이 책을 낼 무렵 꼬물꼬물한 어린이었던 딸아이가 이제 곧 엄마가 된다. 엄마와 아기가 같은 책을 통해 독후감을 나눌 수 있는 것이야말로 명작이 독자에게 건네는 거룩한 선물이다.
《참지 말고 말해!》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괴롭힘을 ‘사건’이 아닌 ‘소통’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고민은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고 도움을 청하면 의외로 쉽게 해결되지요. 이 책은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다른 사람에게 알릴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 주고, 대화와 소통의 힘을 깨우쳐 줍니다.
좋은 책을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향기 같은 게 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그런 느낌이 나서 빙그레 미소를 지었습니다. 좋은 책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그냥 읽기만 하는 책이 아니라, 독자와 책이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그림책이라서 감동이 더 컸습니다. 그간 독일어로 된 글을 200권이 넘게 번역.소개하였습니다. 한울림어린이에서 나온 <달팽이 찰리에겐 새 집이 필요해!>, <색깔 손님>과 이 작가의 첫 번째 그림책 <토끼를 재워 줘!>도 꼭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어요!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하는 사람을 만나면 즐겁습니다. 내용을 훤히 다 알고 있는 옛날이야기라도 들을 때마다 깔깔대고 웃는 것은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주어진 상황을 그림을 펼쳐 보이듯 잘 표현해 주며 실감나게 말하기 때문이지요.
이 책의 주인공 프리다는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잘합니다. 이런저런 짓궂은 장난도 잘 치지만 프리다의 이야기를 즐겁게 읽는 이유는 프리다가 세심한 부분을 놓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레니 오빠나 남동생 프륑켄 그리고 부모님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고, 그것을 잘 표현해 줍니다. 그래서 이야기가 흥미롭고, 지루하지 않지요.
어른들은 흔히 말합니다. 어린이는 어린이다워야 한다고. 누구나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하고, 실제로 해볼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의 주인공이 하는 여러 가지 경험들을 지켜보며 간접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귀여운 친구 프리다를 통해 흥미로운 추억을 쌓아가는 독자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간접 경험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신나고, 유쾌한 일들로 시간을 보내며 재미있는 어린 시절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