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소설을 쓴 건 열세 살 때였다. 나는 호기심이 많고 금방 싫증을 내는 사람인데, 변함없이 나를 뜨겁게 만드는 것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뿐이다. 나는 내가 '작가의 몸'으로 태어났다고 믿는다. 이를테면 눈이나 심장 같은 것들이.
몇 해 전, 나의 연인이 세상을 떠난 뒤로 자해하듯 엉망으로 살았다. '환상의 빛'에 매료되는 순간이 많았고, 정신을 여러 번 놓을 뻔했지만, 그럼에도 완전히 놓아지지 않은 걸 보면 내 생에 대한 의지가 생각보다 강한 것 같다(정신을 놓는다는 건 일종의 마취와도 같은 것인데, 나는 마취가 잘 되지 않아 그 모든 것들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그리고 내가 삶을 붙잡는 방식은 언제나 무언가를 '쓰는' 일이었다.
오래 읽힐 좋은 책 한 권쯤은 꼭 남기고 가고 싶다. 그러려면 나는 아주 오래 살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