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 웨스트 스트리트(East West Street)》의 출판을 몇 달 앞둔 2016년 봄, 나는 런던의 유명한 서점에서 열리는 한 행사의 진행을 요청받았다. 그 행사는 한국 작가 작품의 영어 번역서 출판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그 작가의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녀의 작품을 읽어보지는 못했었다. 그래서 요청을 수락할지 결정하기 전에 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먼저 읽어볼 수 있을지 물어봤다. 약간의 자료를 읽어본 적은 있지만 자세한 사항, 특히 사람들에 대한 자세한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던 1980년 광주항쟁에 대한 이야기를 날카롭고 정교하게, 고통스럽지만 매우 용기 있게 다룬 그 책에 나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한 번의 깊은 독서를 통해서 내가 그동안 가르쳤던 학생들, 전통 음식, 1950년대 이후 이 나라가 국제 정치에 끼쳤던 영향 그리고 2002년 월드컵 등을 통해 낯익게 여겼던 한국에 대한 나의 느낌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 책과 눈부시게 뛰어난 글의 어떤 면이 그런 효과를 가져다 준 것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내기 위해 나는 즉시 지난 3년 동안 《이스트 웨스트 스트리트》가 출간되는 세계 각국을 여행했던 내 경험을 돌이켜보았다. 그 여행으로 인해 나는 이 책의 핵심 주제가 어쩌면 인류에게 보편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광범위한 공감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내가 그 가치를 몰랐거나 글로 풀어내면서 기대하지 않았던, 이야기와 이야기들이 서로 얽히면서 만들어낸 결과였다. 더블린, 케이프타운, 멕시코시티, 뭄바이, 파리, 도쿄 또는 베를린 등 전 세계 어느 곳이든, 모든 공동체가 ‘제노사이드’와 ‘인도에 반하는 죄’의 관념과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관계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나는 서울을 비롯해서, 정의가 외면당하거나 부당하게 실현됨으로써 갖게 된 각자의 개인적이고 예민한 상처와, 같은 의식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이 있는 한국의 다른 지역은 이와 다를지 궁금하다. 그것이 한강 작가가 그처럼 대단한 아름다움과 놀라운 자제력을 기울여 집필한 글의 주제이든, ‘일본군 위안부들’이 전쟁 당시 다뤄졌던 방식이든, 광주의 민주화 운동이든, 난징 대학살이든 또는 바바라 데믹이 《우리가 가장 행복해(Nothing to Envy)》를 통해 신랄하게 그 실상을 파헤친 북한의 평범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그로테스크한 인권침해이든, 나는 이 책에 썼던 이야기들을 다양한 독자들이 각기 다양한 방식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독자들이 이 책의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알고 싶기는 하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한국에서 출판되고, 나의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을 매우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 한국어판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