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번째 시집이다.
2016년 봄부터 2022년 겨울까지 일곱 해 동안 발표한
시편들을 모았다. ‘어제오늘’이나 ‘오늘내일’보다는
‘그저께’ 쓴 작품들이 주로 실려 있다.
나날의 삶 속에서 보고 느낀 구체적 사연들을 되도록
짧은 글에 담았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가면
아마도 보이지 않는 침묵이 있을 것이다.
늦게 만난 독자들에게 아쉬운 인사를 전하며……
2023년 새봄에
그동안 36년을 종사해온 교직 생활을 마감하고
전업시인의 길로 들어섰다. 듣기 좋게 말하자면
생애 종반의 전환기에 접어든 셈이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시간의 손에 등을 떠밀려 세속의 생업 현장에서 물러선 셈이다.
그래도 시작에 전념할 일이 여생의 수업으로
남았으니, 다행이라고 할까. 체념과 초탈의 시점에 이를
때까지 노년의 부끄러움 없이 살아가면서,
내 몫의 진솔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올해 희수를 맞이했다.
늦깎이 시인으로 살아오며 지난 40여 년 동안 창작 시
800여 편을 발표하고 독일 시 200여 편을 번역 출판했다.
이만하면 시를 쓰는 데 어지간히 숙달됐을 것 같지만,
시를 쓰는 작업은 나에게 예나 이제나 다름없이 낯설고
서투르다. 아마도 영원히 익숙해질 수 없는 일이 바로
시 쓰기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도 시 쓰기를 멈추지 않고,
주변에 굴러다니는 이면지에 틈날 때마다 연필로 몇 줄씩
끼적거리는 것이 나의 오래된 버릇이다.
그 소산 가운데서 200여 편을 골라 이렇게 시선집을 펴낸다.
열한번째 시집을 펴낸다.
2011년 여름부터 2015년 가을까지
4년 동안 발표한 작품들이다.
나의 종심(從心) 전반기가
담겨 있는 셈이다.
지난 40년간 시 쓰기를 게을리하지 않은
마음과 달리 노쇠한 기운을 감출 수 없다.
흰 눈에 뒤덮인 노년의 일상을
이렇게 천연색으로 드러내다니
부끄럽지 않은가.
2016년 새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