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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이름:이훤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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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세트] <눈에 덜 띄는> 도서 + 출간 기념 이훤 X 이다혜 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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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가 버리지 못한 유일한 문장이다

온량한 단어를 오래 모으면 울창해질 거란 믿음이 시작한 일 손끝에서 이파리가 쏟아지는 꿈을 꿉니다* 빛 같은 잎들이 읽히고 빚 같은 과오들 떨어져 나가는 *잠 15:4

눈에 덜 띄는

우리는 서로를 충분히 알아보지 않은 적 있다. 교실에서. 캠퍼스에서. 면접장에서. 오래 알았던 타인들 사이에서. 거울 앞에서. 당신은 눈에 덜 띈 적 있다. 비슷한 누군가를 발견하고 지나친 적 있다. 긴장될 만큼의 시선과 적막한 무관심을 오간다. 그러다 고요가 실바람처럼 나를 드나든다. 그 창가에는 복잡한 열망이 산다. 보이고 싶고. 보이고 싶은데 숨고 싶고. 혼자이길 원하지만 혼자인 게 가끔은 견딜 수 없이 시끄럽다. 나를 먼저 알아주면 좋겠다. 그러다 어떤 날은 갑자기 모두로부터 사라지고 싶다. 나는 뒤엉킨 덤불. 몸이 여러 개로 흩어지는 전신주다. 비껴가는 시선에 동요한 적 있는 누군가에게 책이 닿길 바란다. 어쩌면 우리는 몇 개의 비밀을 나눠 갖게 될 거다. —「프롤로그」에서

우리 너무 절박해지지 말아요

쓰는 사람은 다만 쓴다. 찍는 사람은 찍는다. 쓰고 찍는 행위가 다릴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걷는 일을 대신하지 못해서 오늘도 오늘을 연습한다. 연습이 끝난다. 쥐고 있는 것들은 쥐고 있는 사람이 지켜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타인에게 가치 없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우리는 그러나 모든 일에 너무 적극적으로 의미를 모색하지 말 것. 스스로를 유예할 수도 있다.

자그맣고 커다란 고릴라

먼 나라 말을 옮길 때 역자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출판사는 어떤 고민을 할까요? 말은 선처럼 깨끗하게 잘리지 않는데, 어떻게 우리 것으로 가지고 올까요? 역자의 중요한 역할은 작가의 의도를 꼼꼼히 살피는 거예요. 그리고 동시에 의미를 만드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요. 그러는 사이 말과 역자가 섞이게 됩니다. 서로 멀리 있는 말들을 데리고 온다면 더더욱요. 편집부와 함께 오래 고민한 건 “Opposites”의 의미예요. 보통 ’반대‘라고 번역되지요. 이 책은 반대를 암시하는 듯한 두 단어가 대치되며 진행돼요. 그래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반대는 아주 조심스러운 개념이기 때문이에요. 반대에 대해 말할 때 반드시 헷갈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른에게나 어린이에게나, 반대는 딱 떨어지는 개념이 아니니까요. 이분법을 가르치기 위해 이 책이 쓰여지지 않았다고 믿어요. “Old(나이 든)“와 “Young(젊은).” ”Sad(슬픈)”과 “Happy“(행복한)”. 사람과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단어들이어서, 정반대가 아닌 같은 선상에 놓기로 했어요. 슬픔과 행복이 언제나 건너편에 있는 건 아니니까요. 어떤 날은 행복하지만 동시에 조금 슬프기도 하고요. 나의 슬픔이 그의 행복과 닮았을 수도 있으니까요. 책에 쓰이지 않은 저자의 의도를 헤아리며 번역했어요. 이런 식으로 편견을 줄이는 단어들을 선택했습니다. 한번에 이해되지 않는다면 질문해주세요. 두 단어가 왜 멀게 느껴지는지. 그리고 어떤 단어들은 왜 비슷한 것 같은지. 스스로에게 묻고 친구와 선생님 그리고 주변 어른을 초대해 이야기 해보길 바라요. 질문 받은 사람들도 복잡해지면 좋겠어요. 저희는 이 책이 정답 말고 질문이 될 때 더 아름다워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과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책이 끝나도 계속되는 물음들을요.

캘리로 읽은 시

조금 다른 구성으로 책을 엮었다. 함께 읽는 자의 입장으로 미리 가담하고 소개하며 다시 함께 읽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천천히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문장 단위로 소화하는 것도 방식이겠고 한두 편 단위로 읽거나 듬성듬성 읽는 것도 방식이겠다. 자신의 호흡으로 읽어주시라. 다 다르게 생긴 시의 처마들과 그 끝에 달린 풍광을 평소 선호하는 기호에 맞추시기보다, 한 편 한 편이 만드는 시의 모서리를 들여다보고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다. 네 가지 주제로 나뉘었지만 낱개의 작품이 아니라 구체적인 한 사람의 세계로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스스로의 탄식을 들여다보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리고 텍스트를 벗어나 캘리그라피와 이미지 등 다른 몸으로 태어난 이 시들을, 장르 사이사이의 감흥과 함께 느껴주시길 바란다. 누군가에게는 읽는 일과 쓰는 일의 간격이 좁혀지는 계기가 되기를. 쓰게 되기를. 다시 읽게 되기를. 조금 정돈되고, 보다 혼동되어 다른 얼굴로 만나길 소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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