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책에서도 저는 ‘AI’보다 ‘상상력’에 방점을 찍고 싶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AI 자체보다 AI로 인해 펼쳐질 현상을 상상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소설을 쓴다기보다 미래를 예상해보는 과정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두 가지 입장을 그려보았습니다. ‘AI는 인간을 위한 도구다’와 ‘AI는 인간을 위협할 무기다’. 우리 현실의 진짜 인류는 당연히 AI를 ‘도구’로 생각하고 개발하겠지만, 의도와 다르게 위협이 된다면 어째서일까요? 그 지점을 고민해보는 것만으로도 AI 개발에 참여하는 셈이 되지 않을까요? 문제점을 제시하는 역할로서 말입니다.
어느 날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대학생’ 태그가 붙어 있는 악마도 신선하지 않을까? 지옥에 악마대학교가 존재하고, 거기 다니는 대학생 악마들이 존재한다면? 전공이 있고 수업이 있고 학점이 있다면? (……) 이런 생각 끝에 처음 쓴 장면이 바로 주인공 악마 ‘벨’이 허둥지둥 강의실에 지각하는 장면입니다. 『악마대학교』의 모든 이야기는 그 한 장면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과거, 내가 인간을 탐구한 이유는 공포 게시판에 어울리는 글을쓰기 위해서였다.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그 말만을 철썩같이 믿고, 인간의 어두운 부분을 어떻게 드러낼지를 궁리하며 애썼다. 이번에는 정반대다. 이 책은 내가 인간을 사랑하기 위해 탐구하여 쓴 글들이다. 실제로 난 인간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 책도 좋다. 좋아하는 책을 낼 수 있어 기쁘다. 조금 욕심을 내보자면, 독자분들도 이책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읽는 동안 독자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움직이기를, 내가 글을 쓰면서 느낀 감정과 같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