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이별인가?
여보세요? 여보세요?
임종의 순간같이
얼어붙은 우주.
제발 끊지 마.
불 꺼진 휴대폰을
유골 단지처럼 꽉
손에 쥔 자.
다급한 활자공의 손길로
문자들을 눌러 빛나게 해 본다.
뭘 어쩌란 건지,
화면의 하얀빛이 눈 내리고,
무슨 그림이 될지 짐작도 못할 문자 퍼즐
눈밭에 놓인 채 헐벗은 몸을 못 가려 또 운다.
눈 내리고,
위안 없는 삶은 찌푸린 하늘 아래서
도리 없이 계속 살긴 살아 있는데
한마디 전하지 못한 말이 있는 것 같아
그게 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보이지 않는 바닥을 손으로 쓸며
떨어뜨린 뭔가를 찾듯
여보세요?
여보세요?
이 책은 일상 안에서 우리가 몰두하고 있는 그런 구원, 또는 우리의 두 발이 서 있는 단단해보이는 평범한 삶의 지반 밑에서 불처럼 으르렁거리는 모험을 다룬다. '일상 안에 미리 있는 구원'을 다룬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그것은 일상적 삶을 기술하는 일상적 낱말들을 환원불능의 최종 개념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