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을 상상 속 인물이라고 밝힐 때마다 마치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마음이 불편하다. 나에게 앤은 실제 인물이며, 언젠가는 꼭 만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해 질 무렵 연인의 오솔길에서 상상에 잠길 때, 달빛 내리는 자작나무 길을 거닐 때 내 곁에 서 있는 앤을 발견할 것이다. 물론 나는 그 아이와 마주쳐도 전혀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다. 어딘가에 늘 있었던 사람을 만난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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