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그림책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며 자료 수집에 나섰을 때, 정병규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은 지금까지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렇게 재미없고 힘든 일을 왜 하려고 하느냐?”
이 말인즉,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을 에둘러 표현하신 말씀인 것을 안다. 나 역시 이 길에서 몇 번이고 포기하려고 했었던 것을 고백한다. 몇 년 전 일본 치히로 미술관에서 다케사코 유코 선생님의 <일본 그림책 100년사>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 다케사코 유코 선생님은 ‘일본 그림책 100년사를 공부하는 것은 우리 그림책 작가가 무엇을 그리고 보여주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 말이 오래도록 남았다. 우리 그림책의 역사를 정리하는 것은 현재를 위한 작업이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작업이라는 단단한 생각이 자리 잡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 머리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