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명창 김소희의 구음口音을 듣거나,
이생강의 피리소리를 들으면
금세 마음이 고요해진다
판소리 바람의 귀퉁이를 잡고
시린 손끝으로 변죽만 더듬었다
누더기 누더기로 겨우 기운 말
말밥 사이로 진땀만 보인다
귀에 쟁인 소리를 몸말에 새기지 못 했다
見者, 비틀기 뒤틀기를 제대로 못 했다
첫눈에 반해서, 사물들 때가 낀 말문들
콩깍지를 제대로 벗겨내지 못 했다
그 안에 참눈이 숨어 있었는데
시집 간 새색시 첫날밤처럼
심히 부끄럽다 밤잠을 설친 눈자위에
밝은 눈 떠서 보라 얼음찜질을 한다.
표지와 캐리커처를 그려준 한지명 화가와, 사진을
선뜻 제공해준 이왕호 사진작가 두 제자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希明 노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