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가난해도 용서가 된다는 말이 따뜻한 위로가 되었던 시간이 있었다. 그렇게 긴 터널을 지나고 겨우 새벽을 맞이하였다. 동토에 새싹이 돋아나듯이 삶 속에 빛이 찾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벼랑 위에 또다시 홀로서야 했다. 삶은 홀로서기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전화 너머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 ‘암입니다. 악성입니다.’ 또 한 번의 거대한 폭풍과 맞서야 했다.
항암의 고통과 탈모는 깊은 수렁에 빠지게 했다. 그러나 시인의 마음에 곧은 절개가 있었으니 문방사우 벗을 삼아 문격을 귀하게 여기는 것, 원천이 깊은 시냇물이 되고,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 그렇게 홀로서기를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