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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김중혁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71년, 대한민국 경상북도 김천

직업:소설가

가족:그림작가 김중석이 형

기타:계명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데뷔작
2000년 펭귄뉴스

최근작
2024년 9월 <영화 보고 오는 길에 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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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고 유머러스하고 기발한 소설가 김중혁. 문학 혹은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그를 둘러싼 세계를 관찰하는 일은 흥미롭다. 운 좋게도 김중혁 작가의 화려한 입담을 바로 눈 앞에서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여러 번 가졌다. 만남이 잦아질수록 그의 문학과 그의 세계가 점점 더 궁금해졌다. 마침 그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주어졌다.  

2010년 1회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에 이어, 최근 2011년 ‘젊은예술가상’을 수상한 그가 등단 11년 만에 처음으로 산문집을 냈다. 첫 산문집의 타이틀 보다 <대책 없이 해피엔딩>과 몇 번의 작가행사에서 보여준 그의 유머가 이번 산문집에는 어떻게 녹아져 있을까에 더 큰 관심이 쏠렸다. 표지, 작가의 말, 추천사 마저도 깨알 같은 웃음을 주는 <뭐라도 되겠지>, 기대 이상으로 웃겼다. 하지만 웃기기만 한 건 아니었다.

100세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는 한참 웃다가도 마음이 짠해지게 만들었고, 한국사회 이야기는 고개를 끄덕이게 했고, 막걸리 야구 이야기는 옛 친구들을 추억하게 했다. 김중혁 식 농담이 대부분이지만, 따듯함과 진지함이 있을 뿐만 아니라, 생각할 거리도 던져줬다.

‘김중혁 세계’를 몸소 체험하기 위해 그를 만나보기로 했다. 하지만, 재밌는 작가를 지루하게 만들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큰 부담감이 몰려왔다. D-3,2,1… D-DAY! 성곡 미술관 부근의 어느 한 카페에서 김중혁 작가를 마주하는 그 순간 몹시 떨렸는데… 대화를 시작한 지 1분 만에 두려움과 부담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2시간 반 동안 진행된 인터뷰 시간 내내,  웃고 또 웃었다. 열심히 웃느라 바쁘기만 했던 김중혁 작가와의 유별난 인터뷰를 공개한다.
(인터뷰 진행.정리 ㅣ 알라딘 도서팀 송진경)


등단 11년 만의 첫 산문집


알라딘 : 2010년 <대책 없이 해피엔딩> 출간 당시, 작가님과 김연수 작가님의 단독 행사 때 뵙고, 1년 만에 <미스터 모노레일> 행사에서 다시 뵈었어요. 그 후에 김애란 작가님 행사에서 또…! 오늘로 4번 째 만남이에요.  
1년 사이에 작가님이 많이 변하신 것 같아요. 확실히 작년과는 다른 느낌이 있어요. 이번 책
에서 ‘카메라의 시기에서 수다의 시기로 넘어가고 있다’고 하셨는데, 그런 부분이 영향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편한 느낌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김중혁 : 살쪘나? 작년에도 편하지 않았어요? 그날 제가 더 웃기기도 했는데.. (웃음)

알라딘 : (웃음) 네, 웃기셨죠, 웃기셨어요. 그때도 편했는데 두 분이 동시 진행하시다 보니 작가님만의 매력을 제대로 발견하기가 그리 수월치 않았던 것 같아요. 

<미스터 모노레일> 작가행사 때도 정말 즐거웠어요. 제가 가본 행사 중에서 제일 많이 웃었던 것 같아요.

김중혁 : 서점 별로 작가행사를 세 번, 다른 스타일로 진행했어요. 알라딘이 제일 학구적인 분위기였어요.
<악기들의 도서관> 첫 번째 행사 때 알라딘에서 기타 치고 노래 불렀는데… 길이길이 역사에서 지우고 싶은 기억이죠. (웃음)
개인적으로 애착을 갖고 있는 알라딘에서는 새로운 것들을 계속 시도해보고 싶어서, <미스터 모노레일> 행사 때, 실은 알라딘만을 위한 노래 세 곡을 만들었어요. 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평론가분과 대담하는 형식으로 진행했죠.

알라딘 : 작가님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는데.. 아쉽네요! (웃음)

김중혁 : 아쉽죠? 언젠가 한 번 하죠. (웃음)

알라딘 : 7월 <미스터 모노레일>에 이어, 바로 산문집을 내서 쉴 틈이 별로 없으셨을 것 같아요.

김중혁 : 오래 전부터 차곡차곡 에세이를 써왔어요. 그 중에서 버릴 건 버리고 젊은 친구들한테 해주고 싶은 얘기를 비롯한, 젊은 시절의 이야기들로 추리는 정리 작업이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금방 마무리했어요. 추가 일러스트 작업 외에는 준비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어요. 원래는 11월에 낼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나왔어요.

알라딘 : 한겨레에 연재했던 글이 일부 실리기도 했는데, 책 속의 글 모두 연재된 적이 있나요?

김중혁 : 카툰 외 모든 일러스트, 몇 개의 텍스트는 새로 작업했고, 거의 대부분이 연재되었어요.

알라딘 : <대책 없이 해피엔딩>처럼, 이 책도 작가의 말이 깨알 같은 재미가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책 표지, 접지 식의 목차, 거기다 추천사까지..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들더라고요.  

김중혁 : 그런 부분들에 신경을 더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사소한 아이디어를 내는 걸 좋아하고 그런 작업들을 굉장히 재미있어해요. 사무실 차려서 표지, 약력 등을 만들어주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웃음)

알라딘 : 김연수 작가님의 글은 추천사로 봐야 할까요? (웃음)

김중혁 : 망하라고 준 거죠. (웃음) 김연수, 박찬일, 오지은 세 명의 추천사가 있는데, 야구로 치면 박찬일은 커브공과 같고 오지은은 돌직구(스트레이트 정면승부)고, 김연수의 공은 빈볼에 비유할 수 있어요. 빈볼이 뭐냐면 타자를 향해 던지는 공, 맞춰서 죽이려고.. (웃음) 야구를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 거에요.  

알라딘 : 11년 전부터 막연하게 꿈꿔오던 책을 내셨는데 소감 한 말씀 해주세요.

김중혁 : 되게 부끄러워요. 커피 좋아하고, 귀 예민하다고 하니까 저를 굉장히 예민한 사람으로 보더라고요. 작가의 말에도 언급했지만, 평상시에 성격이 좋거든요. (웃음) 사람들이 저와 밥 먹으러 갈 때도 맛있는 집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맛 없으면 어쩌나 고민하더라고요. 저는 전혀 상관 없는데…

이 글을 쓴 김중혁은 실제 김중혁과 사실 거리가 있는 것 같아요. '에세이를 쓰는 자아'라는 게 있는데, 실제 김중혁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모든 걸 대변하는 자아는 아니라는 거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했기 때문에 이 책의 자아가 곧 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실제와 거리도 있고요.
알라딘 : 그런데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책 속의 자아가 김중혁의 전부라고 생각하기가 쉽죠. 그게 문제가 될 수 있을 것도 같고요.

김중혁 :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런 걸 의도한 거죠. 약간 각색된 ‘나’이기 때문에 그게 보여주고 싶은 ‘나’일 수는 있는 것 같아요. 감추고 싶은 ‘나’는 드러내지 않았으니 포장된 김중혁이겠죠.

산문이란 건 저한테 중요해요. 초반에는 산문 쓰는 게 힘들었어요. ‘어떤 얘기를 써야 할까, 어떻게 써야 할까, 어떤 나를 보여주면 좋을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 산문이 약간 재밌어졌어요. 소설은 많은 공략집과 스토리보드와 장면들을 떠올리고 구축한 다음에 써 내려가는 반면, 산문은 머리에 떠오른 것들을 붓 가는 대로 풀어헤치는 재미가 있어요. 그래서 소설을 쓰다가 산문을 쓰면 정신 없이 재밌게 쓸 때가 많더라고요. 그 맛이 있어서. 예전의 쓴 소설을 보면 약간 미성숙한 ‘나’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좀 더 잘 쓸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들 때가 있어요. 산문은 일기장을 들여다보듯 해서 재밌어요. 12년 정도 쓴 산문들은 '소설가 김중혁이 어떻게 폭을 확장하면서 지내왔는가'에 대한 기록들이 꼼꼼하게 되어 있어서 저한테는 값지죠. 타인에게는 '뭐 이런 것까지 하나'라는 생각이 들까봐 좀 창피하다고 생각했어요.

알라딘 : 이 산문은 가볍지만은 않아요. 가벼움 속에서도 무거움, 진중함이 느껴졌거든요. 되게 재밌다가도 생각하게 만드는 순간이 있더라고요. 외할아버지 일화 같은 경우에 웃기면서도 짠했어요. 막걸리 야구도 그런 경우였고요.

김중혁 : 한겨레에서 추석 특집으로 콩트 제의를 해왔는데, 콩트는 못 쓰겠다고 하고 에세이로 대신했어요. 영화를 공부하는 친구가 그 에세이를 보고 연락을 해왔더라고요. 그걸로 단편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고. 그러시라고 했는데 그 뒤로 연락이 없네요? (웃음)

알라딘 : 재밌기만 한 건 아니었고, 작가님에 대해서 많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김중혁 : 이게 다는 아니에요. 더 있어요. (웃음)

알라딘 : 최근 에세이 5권(시계이야기, 닉 혼비의 노래들, 다방기행문, 상상목공소, 발명 마니아)을 추천해주셨는데,
http://www.aladin.co.kr/shop/wbrowse.aspx?CID=68251 
 <닉혼비의 노래들>처럼 어떤 한 주제로 산문을 써보고 싶은 생각은 없으세요?

김중혁 : 아, 그런 산문을 예전에 써보고 싶었어요. 한 곡의 노래가 가지고 있는 의미나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닉혼비의 노래들>이 먼저 나왔더라고요. 언젠가 음악으로 써보고 싶긴 해요. 옛날에 그 책처럼 연재하려고 칼럼 제목을 생각해 놓은 게 있어요. 최신 가요를 제 식 대로 풀어서 소개하고 싶어서 '최신가요인가요'… 근데 지면이 없네요? (웃음)  

(씨네 21에 한 달에 한 번 인디음악가들의 연대기 ‘No Music No Life’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김중혁씨는 누구세요?  


알라딘 : 오늘 인터뷰 오기 전에 네이버 약력을 확인했는데, 여전히 미당문학상, 동인문학상, 리브로 웹디자이너가 남아있더라고요. (웃음) 인터넷 서점 근무 경력은 책에도 소개되었는데, 얼마 동안 어떤 일을 하셨어요?

김중혁 : 사진은 바뀌었어요. 약력은 바뀌면 안 되요. 사람들이 수정 요청할까봐 두렵네요. (웃음)

인터넷 서점 근무는 창립 때부터 한 2년 했어요. 시작은 웹진이었고요, 김연수(현 소설가) 팀장과 고경원(현 작가, <작업실의 고양이>)씨, 저 이렇게 3명이 같은 팀이었죠. ‘이것들은 하는 일 없이 밥만 축낸다’고… 결국 와해됐어요. (웃음) 김연수, 고경원씨는 나가고 저는 계속 남아서 6개월 정도 북 MD를 했어요. 음반팀으로 갔다가, DVD팀 그리고 매장관리까지 했어요.

알라딘 : 정말 멀티플레이어셨네요. (웃음) 북 MD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 없나요?

김중혁 : 멀티플레이어라기보다 시키는 대로 다 했던 거죠. (웃음)

기억에 남는 책은 없고, 제일 힘들었던 건 최신간 50권 추천 목록 같은 걸 뽑을 때였어요. '오늘의 책'을 첫 페이지에 배치하는 작업은 재밌었어요.

알라딘 : 책 내용 중에서도 창고 일화(p.176)가 있는데, 포장이 잘 맞았다고 하셨잖아요. 그걸 보고 많이 공감했어요. 1년에 하루는 물류 근무를 하는데, 저한테도 포장이 적성에 맞더라고요. (웃음)
그렇다면 지금 책은 그 서점에서 주문하시겠네요?

김중혁 : 아니에요, 저는 알라딘에서만 사요. (웃음)

알라딘 : 한 달에 한 번 홍대 상상마당에서 열리는 인디밴드 쇼케이스를 진행하고, 인터넷 문학 라디오 '문장의 소리>' 프로듀서에 각종 공연 기획.. 정말 많은 일을 하고 계시네요.

김중혁 : 이상하게 올해는 말할 기회가 많아진 것 같아요. 발음이 굉장히 안 좋은 저한테 '문장의 소리'란 DJ를 맡기시더라고요. 근데 시작해보니까 너무 재밌는 거에요. 생각지도 못한 재능을 발견하게 됐어요. 부스 안에서는 아무도 보이지 않아서 어떤 사람이 있다고 상정하고 머릿속에 떠올려가면서 말을 해야 하거든요. 게스트 작가들한테 길게 물어봤는데 상대방이 '아니오!' 이렇게 단답으로 반응하면 혼자 굉장히 얼굴 빨개지고 민망해했어요. (웃음) 어떻게 대화하면 좋은지를 알게 되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빨리 파악하게 되는 재능을 발견하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재능이라기 보다 경험이 쌓이게 된 거겠죠. 말하는 게 재밌어졌고, 잘 하게 됐어요. 상상마당 쇼케이스도 제의가 왔을 때 재밌을 것 같아서 하게 됐어요.
예전의 소설은 이미지나 소리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최근 2-3년 동안은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되면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많이 보게 됐어요. 예를 들어, 35살의 사람에게는 35년의 경험 치들이 그 안에 다 들어있거든요. 그 사람과 얘기를 해보면, 어떤 단어를 쓰고 어떻게 말하는구나,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하는구나 다 보이더라고요. 그 어떤 텍스트보다, 사람을 관찰하고 파악하는 게 더 흥미로웠고, 저절로 사람 만나는 게 재밌어졌어요. 사람들과 많이 만나면서 수다의 시기에 접어들게 된 것 같아요.

알라딘 : '문장의 소리'는 언제부터 하신 거에요?

김중혁 : 한 3년 전부터 한 것 같아요. 2년 동안 DJ를 하고, 현재는 PD를 하고 있어요. 지금은 황정은(<백의 그림자> 작가)씨가 DJ를 맡고 있어요.

알라딘 : 수다의 시기 다음에는 어떤 시기가 올까요?

김중혁 : 내년에는 달라질 거에요. 기존의 소설과 약간 다른 소설을 쓰고 싶어요. 내년에는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소설을 집중적으로 쓰는 시기’를 갖고 싶어요.

알라딘 : 그렇다면 침묵의 시기가 오겠네요. 아닌가요?

김중혁 : 혼잣말 하면서 쓰지 않을까요? (웃음)

알라딘 : ‘1중혁 원고지 0.5매’(p.95)라는 표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팔백 일 동안 팔백 매를 써서 ‘일매 김중혁 선생’이라고 불리기도 하신다면서요? 요즘은 평균 하루에 몇 중혁을 쓰고 계신지요?

김중혁 : 이젠 바뀌었어요. ‘열매 김중혁’으로. 사실 '열면 김중혁'으로 바뀌었어요. 노트북을 열면 바로 쓴다고… (웃음)  


차기작, 영화, 여행 그리고 소울푸드


알라딘 : 차기작의 컨셉과 출간 시기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김중혁 : 요새 책이 자주 나와서 좀 걱정되는데요, 내년 초에 단편집이 나올꺼에요. 몇 년 전부터 다양한 장르로 '도시'에 대해서 써왔어요. 차기작은 도시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일들로, 내년 5월 쯤일 것 같아요. 한 가지 주제로 에세이를 한 번 더 쓰고 싶긴 해요. <놀이터 옆 작업실>이라고 예전에 고경원씨가 기획해서, 홍대 앞 희망시장의 아티스트들을 인터뷰한 책이 있어요. 그런 식의 취재 형식의 에세이도 좋을 것 같아요.

알라딘 : 올해 상영작 중, 기억에 남는 영화는 뭔가요?

김중혁 : ‘활’이요. 활의 마지막에 나오는 대사가 있어요. 박해일이 활을 쏘고 나서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고 했는데, 그거 보고 굉장히 감동 받고 누구한테 이렇게 얘기했는데... '원고량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작가들이 글 쓰면서 원고량을 계산을 많이 해요. 그래서 작가들은 이 말에 많이 공감 하던데요. (웃음)

알라딘 : 이탈리아 여행 에피소드(p.328)에 등장하는 요리사 P씨는 박찬일 셰프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역시나 맞더군요. <어쨌든, 잇태리>를 읽었거든요. 딱딱한 빵과 부드러운 치즈와 질깃한 프로슈토, 세 가지의 절묘한 조화에 대해서 두분 모두 같은 얘길 해주셨어요. 배 터지게 먹은 얘기 외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책에 소개되지 않은 내용으로요.

김중혁 : 박찬일 셰프와 L 셰프가 식당을 새로 운영하기로 하고, 식자재 및 기구류를 사기 위해서 이태리에 간다는 거에요. 밥 숟가락을 하나만 얹으면 된다고 해서 따라 갔는데… 정말 대책 없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별로 까다롭지도 않고, 길거리에서 널부러져 자는 스타일이라 불편한 건 전혀 없었어요. 요리사들이랑 같이 다니니까 재밌는 게, 모든 재료를 갖고 음식을 잘 만들더라고요. 요리사랑 다니면 좋구나 싶었죠. 로마 시내에 있을 때 재료를 사서 집에서 해줬는데 너무너무 맛있었어요. 요리사들이 확실히 다르긴 다르구나 생각했어요.

일화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먹은 기억 밖에는. (웃음) 여행을 하면서 사람을 알게 된다고 하잖아요. 그 여행을 통해서 박찬일 셰프를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아, 이태리 여행에서 좋은 와인을 샀는데,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X고기집에서 다 마셔버렸어요. 사람들이 다 대책이 없었어요. (웃음)

알라딘 : ‘에스프레소는 나의 연료’(p.345)를 읽으면서 서서 마시면 2천원 하는 서울의 어느 카페와, 2006년 파리 여행을 떠올렸어요. 파리 여행의 에스프레소.. 노트르담 성당을 바라보며 노천 카페에서 트러플을 곁들인 그 맛..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데, 에스프레소는 언제부터 좋아하셨어요? 외국여행 가면 많이 드시겠네요?

김중혁 : 음식 잡지사에 몸담았던 2002년부터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일하면서 취재할 일이 많으니까,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많이 마셨죠.
외국에 나가면 정말 많이 마시죠. 하루에 몇 잔씩.. 한국에서도 하루에 한 잔씩은 무조건 마시는 것 같아요. 지방에 가면 제일 힘든 게, 잘 하는 에스프레소 집이 잘 없다는 거에요. 제가 고향이 김천인데, 명절 때 내려가면 며칠 동안 못 마시거든요. 엄청 마시고 싶어져요. 그래서 서울에 오면 바로 마시죠.

알라딘 : 최근에 <소울푸드>란 책이 출간됐는데, 작가님의 소울푸드는 뭔가요?

김중혁 :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분식점을 운영하셔서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떡볶이, 어묵, 우동, 도너스를 많이 접할 수 있었어요. 분식이 저의 소울푸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중혁의 서재는 거리에 있다 

(여기서 잠깐! 거리의 서재 속 물건들을 사진으로 만나보세요.) 

알라딘 : 최근에 문화.예술인 15인의 서재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도 출간됐는데, 작가님께서도 서재를 갖고 계시죠? 작가님께 서재는 어떤 의미인가요? 그리고, 책을 구입할 때의 습관이 있나요? 룰을 정해놓고 구입한다던지..

김중혁 : 네, 있어요. 심지어 작업실도 있어요. 근데 거의 사용하지 않아요. 예전에는 책도 장르 별로 분류하는 걸 좋아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요. 또, 사람들이 제가 수집광인 줄 아는데, 수집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요. CD나 책 같은 것도 필요한 사람들한테 선물로 줘요. 지금의 서재는 책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서 창고처럼 되어버렸어요.  

제 서재는 동네카페인 것 같아요. 돌아다니면서 글을 쓰니까요. 언제부턴가 힘들이지 않고 글을 쓰려고 노력해왔어요. 그래서 지금은 힘들이지 않고 쓰게 됐어요. '열면 김중혁'이란 말도 농담 같은 진담인 게, 게으르게 관찰하고 오랫동안 생각하고 순식간에 쓰거든요. 쓰면서 고민하는 건 많이 줄였어요. 생각은 늘 할 수 있죠. 버스에서나 어디에서나. 생각을 늘 하고 있다가 장소에 앉으면 집중력을 발휘해서 쓰고, 다 쓴 만큼 썼으면 또 다른 일을 하고 그래요. 아이디어가 제일 많이 떠오를 때가 주로 잠에서 깨어났을 때, 샤워할 때인데 요즘엔 샤워할 때 아이디어가 잘 떠올라요. 그래서 요즘에 샤워를 자주 해요. (웃음)

꼭 필요한 책만 사는 편이고, 많이 사거나 정해놓고 사진 않아요. 책을 물질처럼 생각하게 되서 책을 본다기보다, 갖고 놀죠. 그래서 이제는 서가나 서재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책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책을 모아두는 장소가 별 의미가 없어요. 글도 아무 데서나 쓰거든요. 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온 데가 서재인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람이 서재인 것 같아요. 사람 속에 책이 있고, 그 사람이 얘기하는 게 서재인 것 같아요. 그래서 서재라는 공간은 저한테 큰 의미가 있지는 않아요. 

알라딘 : 책을 좋아하는 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들의 서재나 공간을 엿보는 걸 흥미로워하는 것 같아요. 작가님의 서재를 보고 싶은데 사진으로 보여주실 수 있나요?

김중혁 : 제 경우에는 거리를 보시면 되요. 거리에 있으니까요. (웃음)
예전에 책은 지식이었는데, 요즘에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쉽게 다 알 수 있으니까 지식은 그리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 그 지식을 자기 식으로 변형하느냐 생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외부의 지식 보다 지식을 받아들이는 나를 어떻게 단련시키는가가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는 모든 일이, 말하자면 마라톤을 뛰기 전에 체력 단련하는 것과 비슷해요. 매일 그런 식으로 저를 단련시켜 놓으면, 어떤 게 다가올 때 제 방식대로 변형해서 재생산해낼 수 있거든요. 나만의 아이디어로 재가공하고 변형시켜서 만들어내는 것. 그런 일이 더욱 중요해진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서가를 꾸미기 보다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는 게 지금의 저한테는 중요한 것 같아요. 서재를 안 보여드리려고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에요. (웃음) 십여 년 전에 고경원씨가 제 서재를 취재한 적 있었어요. 그땐 깨끗한 상태였는데, 대학신문인가에 게재됐었죠. 혹시 집에 가서 깨끗한 공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찍어서 보내드릴게요.
(하지만 그 후로 소식은 없었습니다.)

알라딘 : 여러 편의 소설과 더불어, 이번 산문집까지, 그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뭔가요?

김중혁 : 장편소설 <좀비들>에 가장 애착이 가요. 독자분들이 크게 좋아해주진 않았지만, 그 작품은 아주 오랫동안 썼어요. 제 시간이 가장 많이 녹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책이에요. 제가 제일 많이 담겨 있는 책은 <악기들의 도서관>인 것 같아요. 제일 많이 팔렸고.. (웃음) 그 책이 일본에서 곧 출간될 예정이에요. 12월에 일본에 가서 작가의 만남을 할 예정인데, 재밌을 것 같아요. 일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궁금하고요.

알라딘 : 일본어는 구사할 줄 아세요?

김중혁 : 곰방와? (웃음) 또 뭐 있죠?

알라딘 : 카와이~ (웃음)

김중혁 : 그거 제가 말하도록 요구하시는 거에요? 지금? (웃음)

알라딘 : 일본 독자들과의 만남이라.. 큰 의미가 될 것 같아요.

김중혁 : 네, 그렇죠. 의도하지 않은 건데 번역본이 순식간에 나오게 됐어요. 번역하시는 분을 오래 전 부터 알았어요. 나오게 된 계기는, 그분이 제 소설을 좋아하셔서 단편 <악기들의 도서관>을 'NHK 한국어 강좌' 교재로 사용하셨어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그 교재를 좋아했대요. 저한테 몇 분이 팬레터를 보내기도 했어요. <악기들의 도서관>이 '아무 것도 아닌 채로 죽는다는 건 억울하다'란 문장으로 시작 되요. 칠십 세의 할머니께서 한국어를 시작했는데, 그 내용을 보고 '첫 문장이 좋았다, 아무 것도 아닌 채로 죽는다는 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뭘 해보려고 한다'고 메일을 주셨어요. 정말 기분 좋았어요. 책이 얼마나 팔릴지는 모르겠지만, 독자와의 만남 재밌을 것 같아요.

알라딘 : 카툰 읽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카툰에 소개된 발명품이 실제로 나오면 좋겠다고도 생각 했어요. 혹시 카툰집을 낼 생각은 없으세요?

김중혁 : 산문집에 카툰을 더 넣으려고 했는데, 좀 걸러냈죠. 카툰집을 낼 생각은 없어요. 카툰집을 낼 정도면 훨씬 더 재밌어야 하는데, 더 연습을 해야죠. 
 

2011년 & 2012년의 키워드


알라딘 : 2011년이 곧 마무리되는데, 2011년의 키워드는 뭘까요? 이뤄야겠다고 생각한 일 이루셨어요?

김중혁 : 2011년은 말 많은 해인 것 같아요. (웃음)
이루고 싶은 건 이뤘네요. 제 책이 다른 나라 언어로 출간되면 어떨까 궁금했는데 곧 나올 거고, 꼭 한 번 내고 싶었던 에세이도 냈으니까... 많은 걸 이룬 것 같아요.

알라딘 : 2012년의 키워드와 이루고 싶은 일은요?

김중혁 : 2012년에는 되게 재밌는 장편을 쓰고 싶어요. 이제 시작하려는 단계인데, 지금까지와는 약간 다른 소설을 쓸 것 같아요. 소재는 미정인 상태에요. 사람들이 제 소설을 얘기할 때 남녀가 나와서 사랑은 하지 않고 사라진다고 하는데,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섹스신이 나온다는 거? (웃음)

알라딘 : 아, 기대할게요! 그럼, 키워드는 섹스신인가요? (웃음)

김중혁 : 그럴리가요. (웃음) 평론가와 대담을 한 적 있었어요. 그분이 ‘김중혁의 소설은 중간에 화자가 껴있는데 소년이다. 소년이 바라보는 세계이고, 놀이를 다루는 세계다’고 했는데. 2012년에는 '성인소설가 김중혁'으로.. (웃음)

알라딘 : 마지막으로 알라디너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

김중혁 : 저도 알라디너에요. (웃음)
아까 몸을 단련시키는 얘기를 했는데, 가을.겨울이 제가 보기에는 '문화적인 몸'을 단련시키기에 제일 적합한 시기인 것 같아요. 저는 독서의 계절은 가을 보다는 겨울이라고 생각해요. 따뜻한 아랫목이나 전기장판 위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책보기 정말 좋잖아요. '문화적인 몸'을 단련시키는 일을 많이 하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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