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사상 `가장 큰` 이름을 가진 작가.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내놓았을 때부터, `치밀하고 빈틈없는 세부, 비약이나 단절이 없는 긴밀한 서사구성, 풍부한 상징과 삽화들 같은 미덕으로 한 젊은 마이스터의 탄생을 예감케 한다`는 파격적인 찬사를 받았다.
고등학교 때 임철우의 글을 읽으면서 소설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이 그의 운명을 결정지웠다. 대학에 진학해서는 학교에 갔다 오는 도중에 차에서 많은 시를 읽었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문학과 사회」를 통해 등단했다.
한강의 소설은 신세대 소설가답지 않게, 세상을 다 살아버린 자의 좌절과 비애의 분위기를 짙게 풍긴다. 그의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결손 가정이나 비참한 죽음을 과거사로 안고 있거나, 발작이나 허무한 복수의 장면을 연출하거나, 정처 없이 떠도는 인생으로 살아간다. 이러한 비탄한 삶을 통해 실존의 문제에 천착하며 서정적 방식으로 이를 풀어 나간다.
그늘진 정서의 소설을 즐겨 쓰는 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그늘진 풍경을 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고 한다. 자신의 소설을 읽고 너무 슬펐다는 독자를 만났을 때가 가장 기쁘다고도 했다.
작업 중에는 새벽 3,4시에 일어나 오전까지 글을 쓰고, 작업이 잘 되지 않으면 줄곧 살아온 수유리 일대를 산책한다. 마지막 탈고를 끝낼 때까지 줄곧 긴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작품이 완성되면 그만큼 해방감도 크다. <검은 사슴>을 내고 나서는 너무 좋아서 방안을 왔다갔다 하다가 스테플러에 찔려서 제법 피가 나기도 했다.
지출은 많지 않지만 그 중 상당 부분이 책값이다. 교보나 종로서적 같은 대형서점을 들르거나 단골인 동네 책방도 자주 찾는다. 아홉 평 남짓한 책방의 주인은 그에게 `무기한 무한정'책을 빌려줄 정도로 친밀한 사이라고 한다.
「샘이깊은물」 「출판저널」 「샘터」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1995년 7월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펴낸 후, `사놓기만 하고 못 읽었던 책도 읽고 여러 곳을 여행하고 싶어서` 직장을 그만 두었다. 전남 장흥으로 귀거래한 소설가 한승원의 고명딸이며, 오빠 한동림(본명 한국인)도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소설가. 결국 소설가 집안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