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생인 송해성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로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대학시절 <폭력연구>라는 시리즈 단편 영화를 제작해 인간과 폭력 등의 문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송해성 감독은 스스로 <폭력연구>가 주먹으로 치고 받는 식의 폭력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언어 등 비가시적인 폭력에 대한 영화라고 한다.
졸업 후에는 장길수 감독의 <수잔브링크의 아리랑>, 장현수 감독의 <게임의 법칙>, <본 투 킬> 등의 영화에서 조감독으로 현장수업을 쌓았고 1999년 <카라>로 데뷔했다. 환타지와 멜로드라마가 혼합된 장르영화인 <카라>는 신선한 아이디어에 비해 연기와 스토리, 연출에 있어서의 허술함이 아쉬움을 남긴 영화였다.
제작사의 기획에 의해 연출을 떠맡은 <카라>를 자신의 영화가 아니라고 말하던 그는 2001년 <파이란>으로 성공적인 재기를 보여줬다. 일본 소설가 아사다 지로의 <러브레터>를 원작으로 구성한 <파이란>은 밀입국한 중국 여인 파이란(장백지)와 몇 푼의 돈을 받고 그녀와 위장결혼한 건달 이강재(최민식)의 연정을 담은 영화. 남녀관계를 다뤘지만 정통 멜로라기보다는 인간 드라마에 가까운 <파이란>에서 송해성은 진정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밑바닥 삶에 대한 현실감 있는 묘사와 최민식의 열연이 특히 주목을 받았다. 2004년 조선인이면서 일본의 영웅으로 등극한 프로레슬러 역도산의 삶을 다룬 영화 <역도산>을 통해 송해성 감독은 흥행 감독으로 떠오르게 된다. 모든 것을 가졌지만 결코 웃을 수 없었던 역도산의 인간적인 면모를 제대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얻은 이 영화는 흥행과 평단 모두에게서 찬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