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한 번쯤 자신의 도시에서 또 다른 도시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게 중엔 ‘훌쩍’이란 말뜻 그대로 목적지에 대한 아무 가늠도 없이 강을 이미 건너 버린 그런 이동도 있을 것입니다. 2006년의 제 쓰촨행(四川行)은 바로 그런 충동적 출발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떠나는 일에 더 없이 용감했던 것에 비해 이역에서의 저는 뜻밖에도 상당한 겁쟁이여서 그 만큼 힘든 나날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세월이 어느 정도 흘러서야 청두(成都)에서의 하루하루가 기쁨이었음을 알았습니다. 그 발견이 기뻐서 이만큼이라도 써 두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당신이 닿은 곳이 그 어느 곳이든 하나의 도시 안에는 당신의 생을 충분히 일깨우고도 남는 역사의 흔적과 정신의 지혜가 넘쳐나고 있겠지요. 제게 있어 쓰촨(四川)의 청두成都가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 세월은 마치 십년마일검(十年磨一劍)과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