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태어나 신경림·정희성 시인의 추천으로 1995년 《민족예술》에 〈가구를 옮기다가〉 외 4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시집 《이 환장할 봄날에》(창비, 2004)와 선시 평론집 《경허 선시 연구》(아침단청, 2014)가 있다. 2010년 제비꽃서민시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요즘은 대통밥 해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나무는 한꺼번에 다 큰다. 한꺼번에 다 커놓고 두고두고 안으로 여문다. 대나무는 키만 크려고 자기 인생을 탕진하지 않는다. 텅 빈 속을 평생을 두고 살찌운다. 크게 비고, 힘껏 단단해진다. 대통밥을 해먹으려면 햇대로는 어림없다. 대통에 찹쌀을 넣고 장작불을 지피면 금방 타버리거나 쩍쩍 금이 가서 당최 밥은 되지 않고 망치기 일쑤다. 묵은 대는 속이 차고, 비어 있다. 거거기에 소중한 밥을 지어먹는 맛이 있다. 나는 대나무가 좋다. 오래 늙어가며 텅텅 비고 싶다. 그동안 돌보아주신 선생님들과, 아직 쌀도 제대로 안치지 못할 햇대 같은 작품을 선뜻 받아주신 창비의 관계자들께도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