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야, 만식이. 축구 얘기 할 때면 말이 빨라지고 심장이 뛰는 황만식.
넌 언제 심장이 뛰니? 아직 없다고 해도 걱정 마. 네가 좋아하는 걸 이야기하며 눈을 반짝이는 순간이 틀림없이 올 거야.
지난번 찔레꽃을 보다가 학교에 지각을 했어.
벌칙 쪽지가 든 상자에서 하필 ‘꿈틀이 춤’을 뽑았지 뭐야. 나처럼 부끄럼 많은 아이에게는 끔찍한 벌칙이야. 식은땀이 났지만 눈 딱 감고 춤을 췄어. 한번 해 보니까 눈곱만큼 자신감이 생기더라.
그동안 앞만 보고 걸어온 것 같아. 주위를 둘러보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어. 그제야 애기똥풀 꽃이 보였어. 측백나무 사이에 새 둥지도 보였지. 길고양이가 중얼거리는 소리도 들리더라. 천천히 걸어도 돼. 좀 늦으면 어때.
칭찬 좋아하지? 나도 엄청 좋아해. 우린 칭찬을 먹고 크는 꿈나무잖아.
얼마 전 국어 시간에 앞에 나가 발표를 했어. 나는 사람들 앞에 서면 얼굴이 빨개지고 귀에서 징 소리가 나. 그래도 꾹 참고 발표를 마쳤어. 내가 자랑스러웠어. 속으로 나를 칭찬해 줬지. 잘 했어, 정말 멋져 하고. 어때, 오늘부터 너도 해 볼래? 이왕이면 머리도 살살 쓰다듬어 줘. 기분 좋아질 거야.
살다 보니 맘대로 안 될 때가 많아. 공부도 그렇고 친구도 그렇고. 혹시 너도 그러니? 실망할 필요 없어. 하는 일마다 잘되는 사람은 세상에 하나도 없을 테니까.
잘될 거야, 만식아. 요즘 내가 나한테 자주 해 주는 말이야. 처음엔 쑥스러웠지만 자꾸 해 보니 괜찮아졌어.
뭔가 일이 꼬이고 속이 상할 때 너에게 말해 줘. 너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잘될 거야 해 봐. 놀라운 일이 막 생길 거야. 네 이름 불러 주는 것도 잊지 마.
그럼 또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