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년에 태어나 1998년에 사망하기까지 한 세기를 넘게 산 에른스트 윙거는 독일어권의 경계를 넘어 세계 여러 나라에 독자를 가진 현대의 고전 작가다.
어려서부터 모험심이 많아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아프리카 대륙에 관한 책 한 권과 권총으로 무장한 채 부모님 몰래 집을 떠나 프랑스 외인 군단에 들어갔다 곧바로 알제리로 파견되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탈영을 감행하고, 다행히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6주 만에 제대했다. 이때의 경험은 그에게 정신적으로 큰 영향을 미쳐 후에 《아프리카 게임(Afrikanische Spiele)》(1936)이라는 책을 출간하게 된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당시 대부분의 독일 젊은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원병으로 입대했다. 전쟁에 대한 그의 열정은 금방 식었지만, 그는 비교적 빨리 소위로 임명되었으며 뛰어난 용맹성을 인정받아 ‘철십자 훈장’을 받았다. 전쟁이 끝날 무렵, 윙거는 독일군 최고 훈장인 ‘푸르 르메리트 훈장’을 받은 몇 안 되는 보병 소위 중 한 명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윙거는 나치 시대에 국가사회주의에 대해 양가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후일 무수한 공격을 받게 된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에는 친나치적 성향을 지녔던 작가로 분류되어 매년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1980년대에는 그의 작품에서 비인간적이라는 비난을 받은 모든 문장들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곤 했다. 1982년 프랑크푸르트시가 수여하는 괴테상의 수상자로 윙거가 선정되었을 때, 독일연방공화국의 모든 정치 진영에서 이를 대단한 스캔들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몇 년 후 상황은 매우 달라져 1998년 리들링겐에서 102세의 나이로 사망했을 때, 별세 소식을 알리는 대부분의 기사들에서 그에 대한 비판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대표작으로 민족주의와 엘리트주의 사상이 스며든 초기 작품들 《강철 폭풍을 뚫고》(1920), 《폭풍(Sturm)》(1923), 《불과 피(Feuer und Blut)》(1925), 《125번 숲》(1925)과 글쓰기 측면에서 가장 가치 있다고 평가되는 중기 작품들 《아프리카 게임》(1936), 《대리석 절벽에서(Auf den Marmorklippen)》(1939), 《정원과 도로(Garten und Straßen)》(1942), 《대서양 항해(Atlantische Fahrt)》(1947), 그리고 노년기의 정화된 작품들 《새총(Die Zwille)》(1973), 《위험한 만남(Eine gefahrliche Begegnung)》(1985), 《70년이 지나갔다 1∼5(Siebzig verweht Ⅰ∼Ⅴ)》(1998) 등이 있다. 1920∼1940년대에 쓴 작품들로 그는 많은 적을 만들었지만, 이후 노년기의 작품들은 문학 평론가들로부터 대체로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