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고전비평공간 ‘규문’에서 동서양 고전과 불교를 공부하고 있다. 나는 공부복, 스승복, 친구복이 참 많은 사람이다. 가르침과 배움의 관계 속에서 늘 받기만 하는 쪽에 있는 것 같아 항상 고맙고 미안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친구들과 함께 『청소년 고전 독서클럽』, 『고전 톡톡』, 『인물 톡톡』 등을 썼다.
불경을 소리 내어 읽는 건 흥미롭고도 기이한 경험이다. 구전되어 오던 붓다의 설법을 기록한 경전의 특성상 비슷하게 반복되는 구절들이 많다 보니, 읽다 보면 내용을 잘 몰라도 마치 ‘아는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낭송의 참맛을 알려면 그 반복구가 만들어 내는 오묘한 울림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면 경전 속에 스며들어 있는 붓다의 말하기 방식, 표현법, 뉘앙스, 청자를 대하는 태도 등을 함께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붓다의 설법이 지금 여기서 온전히 행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주위의 사물들이 다르게 보이는 신비체험(!)마저 가능하다. 모든 경전의 끝에 반복되듯이, 붓다의 설법을 들은 중생들은 모두 기뻐하며 받들어 행했다고 한다. 지금 여기서 경전을 낭송하는 우리도 붓다가 선물하는 그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