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교와 명지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 [독한 연애] [다시 없을 말] [여자와 여자 사이]를, 평론집 [메타버스 시대의 문학]을 썼다.
현재 강사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생활하고 있다.
누구나 자신과 타인의 부재를 존재의 상태로 전환시키는 연인의 형상을 꿈꾼다. 나 역시도 이런 사랑의 자장에 놓여 있음은 물론이다. 이 얼마나 천문학적 넓이의 규모를 가지는 아리땁되 ……무섭고 슬픈 말인가. 사랑의 ……존재.
나는 이제 만인에게 사랑받는 연인을 원하지 않는다. 상처만이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한 방식이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큰 사랑을 품은 사람은 점차 작은 사랑이 아닌 곳에, 그리고 사랑의 일부는 더더욱 아닌 곳에 살게 되며, 이것이 나로선 매우 견디기 어렵고…… 그러함으로 너무 큰 것 안에는 정작 사소하고 작은 사랑의 일이 설자리가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옳게 알고 있는가. 혼돈스런 사랑의 본성에 대해 단언할 권리도 정녕 있는 것인가.
소유했던 오랜 서적을 처분하고 생일날 이사를 했다. 시도. 그 곁의 섬에 산다. 그럼에도 바다로 나가지 않고 있다. 여기를 떠나기 전, 하루면 족하다고. 그날은 조밀하고 간격 좁은 물길 아닌 가닥수를 변형시켜 직조한 너른 바닷길, 나의 지형학적 바다를 보겠다고. 반짝대는 환영의 영상을 기어코 분에 넘치게 담겠다며 그날을 기다린다. 아직은 쓸쓸한 바닷길, 하늘길이다. 낯섦으로 뒤바뀐 밤낮이 오간다.
격앙된 숨결로 말하는, 권리. 그것의 삶을 붙잡다. 머묾과 떠남에 존재하는 초점 같은 순간과 지나침. 쌓이면서 함축되는 생. 연명한다는 것. 오히려 그리하여 눈부신 생애. 나의 생에 정면승부를 건다. “인생도 사랑도 제가 책임져요. 일도 찾고 공부도 하겠어요……!!” 이 말은 ‘그녀’(Die Fremde, 2010)에게서 주워섬긴 말이지만, 쓰는 순간 그 결정은 내 결심으로 자리하였다. 인습과 기성화된 현실이라는 지배 체제 그 거대한 괴물 앞에 선 이방인, 나의 우마이. 그녀가 떠날 때다. 노예의 금기를 범하듯 생각보다 위험한 양극단의 가능성 위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을까. 때로 무지한 듯 막막함이 밀려든다. 아르테미스와 아테나 사이, 비추는 것이 저 스스로 발광체라는 이성이 되어야 한다. 극명한 용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섬김이 섬광이 되는 그런 변이의 과정으로 끝남으로써……
네가 내 시를 받아볼 그즈음 네가 알던 곳은 말소된 장소일 것이다. 한동안 고스란히 바닷가 폭설에 갇혀 겨울을 날 것이다. 섬에서 근린의 뭍으로 가기 전. 그렇게 바람, 구름, 나의 시도. 그마저도. 그 무엇에 비길 만한 것이 없는 사랑도 미완인 채 아직은 비켜섬으로 간다.
어느 날 시간이 호된 질책처럼 나에게 한데 임박했고, 여지없이 사랑을 잃은 인생으로 내몰았듯이 다신 못 가볼 그 길을 불현 무상으로 돌려주려는 생, 그 둥ㅤㄱㅡㄻ의 형상들. 이젠 개인적 부채였던 몇몇 그녀와 그의 이야기를 돌려드린다.
지순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대체 어딨는 거냐, 함부로 부정하며 나를 단념에 포함시킬수록 불가능한 영원과 불가피한 사랑의 형상에 대해 쓰고 싶었음을. 현재 사랑에 대한 좌절과 우수로 심하게 손상되었음에도 사랑과의 다툼에선 여전히 역부족임을 느끼며 바다로 흘러가는 큰 배들을 날마다 바라본다. 그렇게 떠나고 머묾에 존재하는 영혼들. 조용히 자신을 드러내는 흰 것들. 황해로 뻗어가는 물길이 전신으로 파문진다.
두 발로 설 수 있는 곳의 끝. 땅끝이다. 끝…… 이유 없이 찾아오는 것이 사랑의 시작이지만, 끝은 언제나 그렇듯이 조건짓고 이유를 동반한다. 그럼에도 공간의 차별성이 무화된 상태로 늘 가까이 있는 섬광—신성한 눈부심이 오늘도 표나게 두드러진다.
차례에 있어 맨 끝인 꼴찌인 양 일부러 표현에 지각인, 내 생에 호흡을 맞춰준 당신께. 내가 사라져도 영속성으로 살아 있을 섬, 격랑으로 부서진 사랑에 머물러 쓴다.
용서해달라. 모든 사건이 시작된 시간이자 끝인 공간에서 하양을 보며 내가 잊겠다. 섬약하고 고결한 흐름. 대낮에도 옷을 벗는 어리디어린 순결이고 싶었고.
문학은 내 사랑의 직무였다. 나는. 있겠다.
책이 나오기까지 맘 써주신 선생님들께 그리고 나의 언니와 동생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애닯던 그해 늦여름 먼저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