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침판 ‘옮긴이의 말’ 가운데
이 책에서 헬렌은, 젊은 시절 크리슈나무르티와의 깊은 교류를 포함하여, 처음 스코트를 만나게 된 무렵부터 53년 동안 같이 산 생활을 섬세하고 따뜻한 필치로 그리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아주 검소한 생활을 하며 병원과 약을 멀리했는데도 드물게 오래 살았다는 사실은, 새삼 건강의 비결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삶의 태도에서 나온다는 교훈을 확인시켜 준다. 50권이 넘는 책을 쓴 박학다식한 저술가이자 억센 농부로서 검소하고 소박한 삶을 살았던 스코트와 헬렌의 삶은 대량소비와 환경오염으로 전 지구에 걸쳐 위기가 눈앞에 닥쳐 있는 오늘날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콧의 삶에서 더욱 완성된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것은 스스로 음식을 끊음으로써 평화롭게 맞이한 ‘죽음’이다.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달관한 선사의 임종을 연상시키는 그의 마지막은 죽음을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보는 데서 비롯된다. 이 책에서 헬렌은 스콧과 반세기 동안 함께한 ‘땅에 뿌리박은 삶’과 평온하고도 위엄을 간직한 그의 죽음을 통해 사랑과 삶, 죽음이 하나임을 보여 준다. 조화로운 삶, 참으로 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삶이 어떤 삶인지 온몸으로 보여 준 두 사람의 사랑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