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상실, 욕망과 모순으로 뒤엉킨 복잡한 인간 내면과 관계를 탐구하는 작가. 1995년 중편소설 「사막의 달」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후, 줄곧 삶의 균열 속에서 자기만의 길을 모색하는 여성의 생애를 그려왔다. 작품 곳곳에 묻어나는 섬세한 문장과 깊이 있는 통찰은 인생의 뼈아픈 모순들을 적나라하게 밝히며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한국일보문학상(1997), 문학동네소설상(1997), 21세기문학상(1998), 대한민국소설문학상 대상(2004), 이상문학상 대상(2007), 현대문학상(2011), 현진건문학상(2016)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 『내 생애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유리로 만든 배』 『열정의 습관』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 『황진이』 『언젠가 내가 돌아오면』 『풀밭위의 식사』 『최소한의 사랑』 『해변빌라』 『이마를 비추는, 발목을 물들이는』 『이중 연인』
2월의 어느 날, 헤이리의 예쁜 카페에서 전경린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풀밭 위의 식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우아한 걸음으로 걸어오시던 선생님을 처음 뵈었을 때부터 글과 어울리는 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루하지 않은 질문을 드리려 노력했습니...
소설을 쓰고 읽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삶이란 다른 무엇도 아니고, 일상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누구도 이 삶의 일상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없고, 저마다 개인적 시간 안에 갇혀 있으며, 여기 이곳에만 있고, 자기 몸으로만 살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생각하고 인식하고 소통하는 것을 자기 내부의 문장으로 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늘 스쳐가고 부딪치고 어긋나고 오해하는 외국과 같은 먼 타자들과, 자기 경계선 바깥의 일상 세계를 소설을 통해 읽고, 동시에 자신을 읽는 것입니다.
이 소설을 끝냈을 때, 잔인할 만큼 불행한 일이 일어나는 한가운데서도, 반짝이는 결정체 같이 지워지지 않는 기쁨을 주인공에게 선물해준 타자들의 ‘기본적 선의’를 생각했습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고 또 누구도 의도하지도 않았던 의외의 기쁨, 순수한 행복이란 바로 그런 모습이 아닐까요?
어쩌면 이 소설은 내가 가장 처음에 발표했어야 할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기엔 나를 생의 가장 낮은 밑바닥으로 끌어내린 강이 흐르고 있으니까요.
그사이 나는 몇 번쯤 도강을 했는지..., 길모퉁이를 돌면, 그 곳은 또다시 대각선으로 밀려난 낯선 강변이겠지요.
소설과 다투는 불편함을 버리고 그냥 좋은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