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사 전공, 숙명여자대학교 역사문화학과 명예교수. 신라 불교사상과 문화를 비롯한 한국불교사와 한국문화사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저로 『한국불교사』, 『나는 오늘 사찰에 간다』, 『그림으로 보는 불교이야기』, 『의상화엄사상 연구』, 『일연과 삼국유사』 등이 있다.
마음이 끄는 대로 절을 찾는다. 명산 대찰이어도 좋고 도심의 가까운 절이어도 무방하다. 몇 차례 문을 지나 절마당에 들어서서 탑을 한 번 쳐다보고는 법당으로 들어간다. 향을 사르고 마루에 앉는다. 불단에 좌정한 불상이 먼저 순례객의 가슴을 가득 채워 온다. 진리를 찾는 이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진리 그 자체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는 형상을 보여주는 붓다가 우선이다. 그래서 불상 앞에 머리 조아리고 우러러본다. 한동안 불상을 바라보면 그제서야 뒷벽에 걸린 불화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불화가 기억에 남는 일은 그다지 흔치 않다. 으레 법당 안 벽면에 걸려 있는 것으로 지나치고 말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화의 내용을 알고 절을 찾으면 전혀 다른 생각으로 순례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쓰게 된 까닭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