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직장을 다니던 중에 초고를 완성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을 선언하기 직전이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었어도 주중 일과는 비슷했습니다. 이전보다 늘어난 배달 주문이 그나마 눈에 띄는 변화였습니다.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고 직장에 계속 다닐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욕구가 얼마나 강렬한지 알았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퇴고하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그리움과 불안에서 벗어나고는 했습니다.
저의 첫 번째 장편소설은 한 시기의 동반자로 기억될 듯합니다.
영에 어떤 숫자를 더하면 영은 사라지고 그 숫자만 남습니다. 영에 어떤 숫자를 곱하면 그 숫자를 영으로 바꿉니다. 아무리 많이 늘어놓아도 영은 영 외에 될 수 없습니다. 다른 숫자에 기댈 때 영은 우주의 단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생각들을 해보았습니다.
이미 마침표를 찍은 글에 덧붙이는 말은 결국 마침표의 연장입니다. 마침표를 비집고 하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깊이 읽어주시고 세심하게 조언해주신 김다인 편집자와 김건형 평론가께 감사드립니다.
초고부터 성실하게 읽어주었던 문우들 진, 은, 경, 임, 영과 영에게 감사합니다.
기댈 수 있는 어깨를 빌려준 친구 은과 ㅁㅅㅁ에게 그리움을 전합니다.
묵묵히 옆을 지켜준 부모님께 고개를 숙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그리고 읽음으로써 이 글을 완성해줄 독자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