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계간 『리뷰』에 「거울에 대한 명상」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로 『살
인자의 기억법』 『너의 목소리가 들려』 『퀴즈쇼』 『빛의 제국』 『아랑은 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소설집으로 『오직 두 사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오빠가 돌아왔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호출』이 있다. 여행에 관한 산문 『여행의 이유』와 『오래 준비해온 대답』을 냈고 산문집으로 『보다』 『말하다』 『읽다』 삼부작과 『랄랄라하우스』 등이 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아내와 함께 살며 여행, 요리, 그림 그리기와 정원 일을 좋아한다.
'오빠가 돌아왔다'는 평을 받으며 절찬리 연재되었던 소설 <퀴즈쇼>의 출간을 맞아 즐거운 인터뷰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루아침에 의지할 곳을 모두 잃고 세상 속에 내던져진, 평범한 20대 백수 민수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아저씨'가 되지 않기 위해 계속 노력 중이...
영원히 쓰고 싶은 소설이 있다. 이 소설이 그랬다. 처음엔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씹는 것 같았는데 나중엔 허공을 걷는 기분이었다. 소설쓰기에도 러너스하이가 있는 모양이다. 소설의 어떤 지점을 지나자 내 몸의 호르몬 분비가 달라졌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이미 소설 속에 있었다. 어서 일어나! 가서 소설을 쓰자구!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이 소설은 서울행 비행기에 올라탄 어느 이민사 연구자의 잡담에서 시작되었다. 그 흥미로운 잡담은 몇 다리를 건너 내게 전해졌다. 먼 곳으로 떠나 종적 없이 사라져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에 나는 언제나 매료되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1905년에 제물포를 떠나 지구 반대편의 마야 유적지, 밀림에서 증발해버린 일군의 사람들, 그들은 시종일관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자료를 뒤지기 시작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고통스럽지도 않았다. 그들이 떠난 1905년과 그들이 살아낸 1910년대는 작가로서는 정말 매력적인 연대였다.
한 소설을 끝낼 때마다 작가는 자신이 만든 세계의 명예 시민이 되는 영광을 (홀로) 누린다. 지금 이 순간 나는 1905년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