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테마로 한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유럽의 와인 투어를 비롯해 일본의 사케 투어,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투어, 중국의 백주 투어 등의 여로에는 그 지역의 독특한 자연 환경과 술의 장인들이 창조해 낸 이야기가 여행객들을 반기기 때문이다.
보르도의 고도 생떼밀리옹 외곽에 자리 잡은 샤토 슈발 블랑을 방문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슈발 블라의 제조 책임자는 30대 후반의 청년이었다. 이토록 젊은 사람이 어떻게 이런 최고급 와이너리의 책임자가 될 수 있었을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에게 어디서 와인 제조술을 배웠냐고 물었다. 그는 한쪽을 가리켰는데 샤토 페트뤼였다. 자기 아버지가 그 유명한 샤토 페트뤼의 와인 메이커였던 것이다. 그는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포도원과 와이너리의 모든 것을 체득했다.
나는 이때부터 떼르와를 논할 때 사람을 떼놓고 설명할 수 없다고 느꼈다. 떼르와란 지형과 국지적 기후, 토양 그리고 이런 자연적 요소에 사람의 재배 방법과 장인 정신 및 열정 그리고 명주를 평가하고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전통과 문화의 총화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