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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게 된 후로 소설을 ‘어떻게’ 쓰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친구들은 “머릿속에 이런 게 다 있었던 거야?” 간솔히 묻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설명해보려 하지만 사실 나는 아직도 소설이 ‘어떻게’ 쓰이는지 잘 모르겠다. 어떤 장면이나 인물, 혹은 그들이 내뱉는 말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떠오른다. 왜 이렇게 자주 나타날까? 자꾸 생각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지 않을까? 다소 무모한 생각으로 큰 틀을 잡고 쓰기 시작한다. 뭔가가 있긴 있겠지, 없지는 않겠지. 흐릿하고 두루뭉술한 마음으로 써나간다. 정말 신기하게도 다 쓰고 나면 매번, 처음에는 생각지 못했던 무언가가 고여 있고 덧대어져 있다.
나는 나를 그저 조그맣고 단순한 기계라고 생각해보기로 한다. 메커니즘은 잘 모르지만, 그 성능만큼은 믿어보기로 한다. 무언가를 넣고 작동시켰더니 어쨌든 이런 것들이 출력되었다고. 돌아가는 원리를 모르니까 고장 나지 않게 하려면 꾸준히 기름칠해주면서 멈추지 않고 작동시키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도 그게 무엇이든 계속 써보려고 한다.
2023년 초여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