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데뷔할 때는 스스로를 SF 작가로 지칭하는 사람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지만,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저 외에도 SF 작가가 잔뜩 있지요. 그러니 저는 이제 안심하고 스스로를 과학소설작가만이 아니라 공상연애소설가로도 규정하고자 해요.
저는 공상과학소설을 보며 자란 공상과학소년이었어요. 비록 저보다 앞선 SF 팬과 작가들은 공상과학소설에서 ‘공상’이라는 두 글자를 지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저 역시 그분들의 헤게모니 투쟁이 올바르다고도 평가합니다만, 제게는 아직 ‘공상’이라는 단어가 주는 두근거림이 남아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 단편집을 위해 과학소설보다는 공상연애소설에 가까운 원고들을 모았고, 표제작으로 삼고자 이 작품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의 두근거림이 <공상연애소설>을 통해 여러분께 전달되었다면 참으로 기쁘겠습니다.
2022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