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통하여 어린이들과 만났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사랑스러웠고, 저마다 나름의 별빛을 반짝이며 제게 다가와 마음을 열어 주었습니다. 제가 만난 어린이들의 어여쁘고 용감한 이야기들을 정성을 다해 쓰고 싶습니다. 사계절 아이와 여행 시리즈 『봄 길 남도』 『여름방학 제주』 『가을캠핑 강원』 『겨울손님 서울』와 『한눈에 제주』를 썼습니다.
가을비가 온 아침, 저는 용늪에 있었습니다. 산 아랫마을 끝의 마지막 집 앞에서 용늪까지 자동차로 한 시간을 달려 올라갔어요. 온 산의 초록은 습기를 잔뜩 머금었고 늪의 골풀은 안개 속에 어우러져 천천히 일렁였어요. 아름다웠어요. 심장이 찌릿할 정도였다니까요. 그래서 완이랑 다시 오기로 결심했어요.
덤벙이 완이는 실수도 핑계도 많은 어린이입니다. 나는 꽤나 젠체하는 어른이고요. 그래서 완이랑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찌그럭 째그락 자주 다투었답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어른들은 아이들과 자주 다툰답니다.) 너무 시끄럽게 툭탁거려서 바위틈으로 지켜본 산양이 코웃음을 치고 너굴 부인에게 야단도 맞았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찬란한 햇빛은 숲속 나무 사이로 깃들고 선선한 바람에 벼 향기가 밀려들던 가을 여행. 마음이 한가로워지면서 찌푸렸던 눈살이 비로소 동그란 웃음으로 바뀌었어요. 우리는 은하수를 보면서 따끈한 차를 서로에게 권하고, 짙은 안개 속에서는 손을 꼭 잡았습니다.
강원도의 산과 바다는 우리를 끌어당겨 커다란 품에 안아 주었어요. 하늘과 바다와 별과 바람을 느끼게 해 주었지요. 그제야 내 옆의 사람에게서 한 발짝 물러서서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그런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완이가 재미있었다고 말해 주어서 다행이에요. “왜 힘들게 이런 여행을 해요. 나는 호텔 아니면 못 자요.” 하고 짜증 낼까 봐 조마조마했거든요.
무더위가 물러가니 가을 숲이 다시 그리워집니다. 여러분도 책장을 덮고 여행 계획을 세워 보면 어떨까요. 곧 여행하기 좋은 가을이 올 거예요.
-2021년 가을을 맞이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