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 출생으로 1996년 《문학세계》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초록빛 해탈』 『나는 이 순간의 내가 좋다』 『저렇게 간드러지게』 『구름에게 가는 중』 『귀를 두고 오다』 『민들레 틈새에 앉아서』가 있다. 강원여성문학인회장, 춘천여성문학회장, 삼악시동인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2017년 강원여성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시인의 에스프리
산은 나의 안식처였다. 살면서 받은 상처가 산을 오르다 보면 모두 호흡에 섞여 구름처럼 날아갔다. 어쩌면 이 산행 시절이 내 인생의 전성기였을지도 모른다. 산에 올라 도나 닦았어야 할 운명은 아닌 듯 세속적인 것에 몸을 담그고 지지고 볶으며 그 와중에도 늘 산행했다.
산행하다 보면 늘 가슴 찡한 것들이 나를 지켜본다. 돌아와 그것들을 생각하며 시를 쓰다 보니 자연이 주는 위로에 더 깊은 감동을 느꼈고, 사람들과의 모듬살이의 시적 사유가 적었다. 아마도 그게 나의 한계인 것 같다. 그동안 여섯 권의 시집을 내며 무명 시인임을 즐겼다. 누구에게 조명받는 것은 지금도 부담스럽다. 무명을 즐기며 마음 다치는 평가를 두려워하며 나는 그냥 시를 쓴다.
나에게도 뜻하지 않은 인생 최고의 불행이 찾아왔다. 췌장암으로 남편을 떠나보내며 이런 불행은 나라고 비켜 가지는 않는구나, 탄식했다. 내 직업이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죽음을 돌보는 간호사였음에도 내가 당한 그와의 사별은 마냥 슬프기만 했다. 내 존재의 반이 날아갔으며 가장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보면서 나 또한 저렇게 한 줄기 연기로 사라지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꼈다.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