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 분에게
《돈 끼호떼》가 세상에 나온 1605년 이후 이미 오랜 세월이 흘렀으며, 불멸의 고전으로서의 문학사적 위치를 지켜온 지도 수백 년이 지났다. 또한 이 작품을 본인이 번역하게 된 영예를 가졌던 1973년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느덧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돈 끼호떼》의 영원성에 비하면 20년의 세월은 찰나에 지나지 않지만 역자의 생애로 볼 때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었다.
작품을 번역한 이후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필자 자신의 내면세계에 알게 모르게 많은 변화가 일어났으며, 작품 자체에 대해서도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이 형성되었으므로 현재의 시각을 통해 《돈 끼호떼》를 새롭게 해석, 통찰하고자 한다.
《돈 끼호떼》가 스페인에서 처음 발표되었을 때, 유럽인들은 단순히 흥미롭고 유머러스한 소설로 받아들였지만, 낭만주의 시대 이후에는 이 작품에 숨겨져 있는 무한한 가치의 발견이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작업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다. 단군 이래 가장 커다란 변환기를 맞고 있는 이 시대, 특히 물질적 풍요 속에서 정신의 황폐화를 체험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불멸의 《돈 끼호떼》가 우리 한국의 21세기 독자들에게 어떠한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큰 호기심과 기대를 품고 교정본을 내놓는다.
끝으로 이 번역본은 완역임을 밝히고자 한다. 현대인의 성급한 눈으로 보아 다소 지루하다고 여겨질 만한 부분까지도 원작을 살리려는 의도에서 하나도 삭제하지 않았다. 이것은 이 작품에 자신의 전존재를 던졌던 원작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수도 있으며 또한 사실상 이 작품만큼 인구에 회자하면서도 대충대충 읽히는 작품도 없기 때문이다. 본 완역본이 《돈 끼호떼》에 대한 한국 독자들의 보다 깊이 있는 이해에 일조하기를 바란다. 텍스트로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이베리까’ 출판사에서 낸 《돈 끼호떼》 제4판을 사용했으며, 인·지명 표기에 경음을 썼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