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글 한줄 제대로 쓸 기회가 없었지만, 슈퍼문이 뜨는 가을날 오래전 꿈꾸었던 시인이 되기로 했습니다. 미진한 솜씨지만 다행히 신인상을 받았고 문우들과 시창창작에 매진했습니다. 십여 권의 책을 출간한 시인은 독서국어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쓰기를 갈망하는 어른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허기란 빈 것이며 쓸쓸하고 냉한 린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허기는 충만의 뒷모습 아닐까요? 함께이며 온기 어린 것이 허기 아래 가려있으니까요. 어느 날 덜컥 지난 허기의 뒷면을 보고 찬란함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오후 지는 석양에, 떨어지는 낙엽에, 풀 죽었던 물 한 모금에 살아나는 식물을 보면서요. 여전히 탓하며 떠넘겨서 이기고 자신을 옹호하려는 날선 거짓 허기와 다투어 하루는 지고 하루는 이기며 사는게 우리네 삶이겠지만, 사는 한 이기려 하지 않고 안고 가면 어떨까요? 가끔 쓸쓸해도 자주 채워지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