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단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2010년 문을 열어 기반구축사업, 인력양성사업, 네트워크사업 등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전반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교육이 문화예술교육자, 기관 종사자, 활동가들을 연결하는 구심점이자 지역민의 온전한 삶을 완성하는 문화적, 정서적 장치이므로 구성원들은 각자의 발톱을 깎기보다는 날카롭게 벼리며 부산에 필요한 문화예술교육 기획들을 해내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많은 것이 바뀐다고 한다. 이미 우리는 그 변화 속에 살아가고 있기도 하다. 문화예술교육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바람을 마주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과학·기술 그리고 문화예술이 융합된 교육 프로그램은 필수적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어떤 결과물이 나와야 하는 걸까? 이전에도 다양한 시도는 있었지만 정답이 없는 그 길을 다시 걸어가야 했다. 정답이 없으니 막막하기도 자유롭기도 한 시작은 기대와 설렘이었다. 과학·기술 관계자와 문화예술기획자, 예술가, 예술교육가(활동가)를 모아놓으면 융합이라 부를 수 있는 어떤 결과 혹은 한 조각이라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설렘이 존재했다.
과학·기술과의 융합은 단어만으로도 우리를 상상의 세계로 안내하기에 충분했다. 예를 들어 거대한 규모의 미디어 아트 작품 같은 것들이 우리 지역의 여러 가지 사회문제와 만나 과학·기술적이고도 예술적인 참신한 방법들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상상은 현실과 달랐다. 과학·기술과 문화예술, 거기에 교육까지, 아주 비슷하고도 아주 다른 이들의 협력과 협업이란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가 달랐고, 각자의 분야에 대한 이해도도 달랐으며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랐다. 그 쉽지 않은 과정 자체가,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협력과 협업하는 것 자체가 결과물이었다. 과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새로운 시선과 생각을 주고받고, 그 과정들이 모여 하나의 프로젝트가 만들어졌다. 이 모든 과정이 결과물이 되기까지 얻은 또 다른 성과 중 하나는 사람이었다.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며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에 함께 한 모든 이들이 과학·기술과 문화예술 그리고 교육의 융합을 이루어낸 참여자이고 기획자이며 실행자였다. 더불어 참여자 혹은 수혜자로 분류되는 주로 아동·청소년들의 참여 과정 속 다양한 반응과 행동들이 소중한 결과물이었다.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2011년 창의 체험교실 시범운영 사업을 시작으로 과학·기술과 문화예술교육이 융합하는 실험에 도전하였다. 지역의 예술가, 예술교육가(활동가)와 부산과학기술협의회의 첫 협업을 시작으로 부산시교육청, 부산시립미술관 등으로 확장해가며, 초·중등학교의 자유학기제를 활용해 ‘Science Opera’, ‘뉴미디어아트 창의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2015년까지 운영하였다. 그리고 3년이 지난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창의예술교육 랩 지원 사업을 확보하면서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하였다. 새로운 형태의 미래지향적 문화예술교육을 연구, 개발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을 발굴하고 기반을 단단히 하는 과정이었다. 2019년은 국립부산과학관 협력형인 전문가 연구 실험랩(Lab), 문화예술교육 단체 오픈랩, 아이디어 발굴랩(해커톤 경진대회)으로 3개 유형의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2020년은 국립부산과학관 협력형 실험랩의 심화형 외에 인공지능과 부산농악을 융합한 ‘아이(AI)농악’을 연구개발 하여 2021년까지 운영하였다.
단연도 공모사업이었으나 2011년부터 이어온 과학·기술과 문화예술교육 융합 프로그램이 지속되고 확장될 수 있도록 연결해 나가고자 하는 노력이었고, 함께하는 과정 중 하나였다. 이러한 융합과 협력의 과정에서 도출된 사업 참여 연구진들과 새로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재단의 고민이 또 다른 확장의 연결과 새로운 도전 과제에 대한 가능성을 발굴한 것은 가장 큰 성과라면 성과일 수 있겠다.
우리는 우리가 과학·기술과 문화예술교육의 융합을 통하여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며, 다음 단계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 책의 시작은 이러한 실무적 고충으로부터 출발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우리의 과거와 현재의 경험을 토대로 한계만 느끼기보다 다음은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성을 얻기 위한 것이다. 이에 책에는 9편의 글을 담았다. 과학·기술과 문화예술교육 혹은 문화예술과의 융합에 대한 이론은 물론 현장 사례까지 다양하다. 각자의 분야에서 직접 부딪히며 얻은 융합에 대한 귀중한 이야기들을 생생히 풀어내준 저자들에게 지면을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21년 사업을 시작하는 시점에 참여단체 대표자들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융합 프로그램을 연구·기획해나가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것은 과학·기술과 문화 예술의 다름을 매개해 주고 상호 간 소통시켜줄 수 있는 통역가·번역가와 같은 역할을 해줄 인력 혹은 장치가 필요했던 것이라 하였다. 이 책이 과학·기술과 문화예술교육의(그냥 문화예술, 예술이어도 좋을 것 같다.) 융합을 고민하고 도전하려는 분들에게 통역가·번역가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새로움은 두려움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 두려움에 도전하는 여러분과 이 책의 글쓴이들 그리고 정답 없는 그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