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아이들과 함께 놀았습니다. 지금도 어린이들의 속마음을 알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답니다.
광주매일신문,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황금펜문학상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쓴 책으로 《무지개 똥》 《하늘 정원》 《지구를 지키는 어벤저스》 등이 있습니다.
여러분 혹시 동시집이 없는 세상에서 공부한 사람을 알고 있나요?
선생님이라고요! 딩동댕! 맞았습니다.
그래요. 선생님은 초등학교를 다닐 때 한 번도 동시집이라는 걸 본 적이 없어요. 겨우 알고 있었던 게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라 물고요”라는 동요나 ‘푸른 하늘 은하수’ 노래를 불렀던 게 다예요.
그리고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돌아오는 길’이라는 시가 있었어요.
“비비새가 혼자서 앉아 있었다. 논벌로 지나간 전봇줄 위에 혼자서 동그마니 앉아 있었다”
이런 내용이었는데 아직 시라는 걸 특별히 인식하고 있지 않았지만 그 뭐라 말할 수 없는 쓸쓸함이 전해져서 학교 갔다 오는 길이면 혼자 속으로 암송하고 지금까지도 잊지 않고 외울 수 있답니다.
이렇게 시는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도 내게 찾아와 주었어요. 그리고 저는 놀랍게도 시인이 되었어요. 모두 이렇게 시를 사랑하고 관심을 가졌던 덕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왜 제가 이런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하는 걸까요?
그래요. 저는 여러분이 감수성이 예민하고 풍부한 어린 시절에 많은 동시를 읽어 주면 좋겠다! 하는 마음에서 부탁하고 있는 거예요. 여러분은 읽으려고만 하면 학급문고, 도서관 주변에 어디든지 동시집이 가득하잖아요!
그럼 지금은 우선 제 동시를 읽어 주실래요!
그러려면 잠깐 제 시에 대해서 말해야겠지요. 현명한 여러분은 이미 아시겠지만 세상은 의외로 공평한 것 같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우리 어린이들이 모두 함께 즐겁게 뛰놀며 노는 아주 평등한 세상을 꿈꾼답니다. 그러면서 서로서로 위하며 공평과 공정을 생각하는 그런 나라를 만들고 싶어요. 저는 항상 동시를 쓰면서 이런 시 속에 이런 사상(생각)을 집어 넣으려고 해요.
그럼 친구들과 함께 이 책 속에 있는 몇 편의 동시를 감상해 볼까요?
가만히 잘 살고 있는 이누이트 사람에게
한 러시아인이 다가와 말했네.
-땅을 파시오.
-왜요?
-투자가 되니까
-땅은 항상 잘 있는데요.
-부자가 된다니까!
-땅은 소유하는 게 아니에요.
-어허, 참 답답하기는!
-조심하세요. 얼음이 녹으면 땅이 없어지기도 하니까요!
-이누이트 사람 전문
재미있지 않나요?
그저 자연 속에서 잘 살아가는 이누이트 사람을 러시아 사람이 꼬드기고 있지요. 욕심 없이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땅은 그저 자기 몸처럼 함께 있는 그것인데 러시아 사람은 쓸데없는 생각을 불어넣어 문제를 만들고 있지요. 마지막에 러시아 사람이 땅을 샀는데 여름이 되어 땅이 녹았다고 생각해 보세요. 통쾌하죠? 하지만 아마 착한 이누이트 사람들은 절대로 땅을 팔지 않을 거니까 걱정마세요!
아마 시를 사랑하는 여러분도 절대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거예요.
여기 달팽이 이야기도 재미있어요.
달팽이도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머리에 안테나를 달고 사는 데도 인터넷이 잘 되지 않아요. 용량 초과인가? 결국 친구들에게 와이파이를 쓰겠다고 사정을 합니다. 달팽이도 시대를 확실히 잘 살아가고 있지요?
니네 집 무료 Wi-Fi 되지? 되지?
나 좀 살게 해줄 수 없어? 없어?
가엾지도 않냐? 인정도 않냐?
-나도 어엿한 대한민국 국민 부분
지금 전 지구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는 환경에 관한 거예요. 산업화 이후, 우리는 겨우 200여 년 동안 몇 만 년을 아무 탈 없이 이어온 지구를 망치고 있어요. 이제 환경에 관한 것은 한 치도 양보할 수 없고 급해요. 시간이 없어요. 모두가 함께 마음을 모아 생각하며 지켜내야 해요.
바닷가에 놀러 가 버리고 온 쓰레기가 태평양까지 흘러갔어요. 그리고 쓰레기산이 되었지요. 쓰레기는 햇볕에 녹을 듯 바랬지만 거기에 새겨진 한글은 뚜렷하게 남았어요. 정말 하늘에서 세종대왕님이 보신다면 많이 슬퍼하실 일이네요.
쓰레기는
파도에 실려
머나먼 여행 끝에
북태평양의 한가운데까지 밀려갔네.
이미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쓰레기는 낡고 갈라졌지만
아직 희미하게 보이는
00음료, 00제과
자랑스러운 한글,
부끄러운 한글이 되고 말았네.
-무서운 쓰레기 부분
이제 코로나가 겨우 잠잠해져서 참 다행이에요. 코로나는 모든 것을 멈추게 했어요. 그동안 학교도 못 가면서 여러분 고생이 참 많았어요. 그래도 좋은 것 하나는 여러분들이 모두 손씻기를 아주 잘한다는 거예요. 모두 습관이 되어서 덕분에 감기 환자가 훨씬 줄었대요. 그런데 여기 나오는 세준이 형님은 코로나 시절에 어디 갔다 온 거예요? 손 안 씻고 어떻게 살았대요. 참 대단한 형님이에요.
너무나 게을러서
어찌나 씻기 싫어하는지?
까마귀가 보면
형님, 형님! 할 것이라며
까마귀 형님이 된
나의 형님, 김세준!
그런데
코로나19가 돌고부터
날마다 수백 번씩 손을 씻는다.
손이 부르틀 정도!
이제부터
별명을 바꿔야겠다.
-백로 형님!
-까마귀→백로 전문
요즘 유튜버가 유행이어서 우리 친구들도 많이 하는 걸 봤어요. 하지만 이렇게 친구들이 선택해서 하는 게 아니라 부모님께서 정해 친구들을 혹사시키는 경우도 봤어요. 그럴 경우 어린이들은 전혀 즐거워하지 않고 거의 노동하는 어른들마냥 슬퍼하는 걸 봤어요. 물론 우리가 유튜버에서 얻는 점도 많아요. 쉽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또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도 많아요. 하지만 너도나도 필요 이상을 유튜버를 하는 것 때문에 이 시에서처럼 정작 중요한 때, 먼저 할 것을 뒤로 제쳐두고 미루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말지요.
아무리 유행이라도 따르지 않을 것은 과감하게 쳐내는 게 좋아요.
차가 뒤집혀 아주 위급한 순간!
그런데, 그런데
사람들이 119에 알릴 생각은 않고
사진 찍느라 바쁘다.
-어휴, 경우 없는 유튜버들!
형이 소리를 지르고 아빠가 급히 신고를 한다.
-유튜버 전성시대 부분
나비의 이야기도 비슷해요. 나비의 직접 상황을 모르면서 그냥 도와준다고 날개를 억지로 펴주는 이런 일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죠?
그럼 이런 마음으로 생각하면서 제 시를 읽어 주길 부탁드립니다.
내가 날기 위해
죽음 같은 고치의 삶도 이겨낸 것을
넌 모르니?
제발 날 그대로 놔 둬!
-나비 부분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놀라운 과학의 발전은 날마다 학교에서 배우지만 제대로 다 이해하지 못하고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바뀌고 있어요. 그리고 자본주의의 발달로 엄청난 빈부의 격차가 생기고 있죠.
부자는 날마다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져 이제 집안에서 살지 못하고 거리로 나가 노숙자가 되는 세상도 있습니다. 부자나라 미국, 그중에서 부자 도시, 샌프란시스코에 요즘 엄청난 노숙자들이 날마다 늘어나고 있답니다.
저는 시를 지으면서 세상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나아가는 사람들의 따뜻한 시선을 말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요 세상에는 여전히 뭔가를 해보자고 손을 내밀며 힘을 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 두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요!
내가 먼저 손을 내미는 세상, 그것이 우리가 헤쳐 나가야 할 세상입니다.
그러면 지구라는 희망의 초록별은 더 반짝반짝 빛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