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를 둔 우리 부부에게 중요한 일은, 아무리 피곤하고 바빠도 하루의 마지막은 반드시 동화책을 읽어주겠다는 다짐이었다.
어느 날은 아름다운 공주가 되고 또 다른 날은 피터팬이 되어 천장을 날아오르고 또 어떤 날은 무시무시한 괴물이 되어 엄마를 겁주고, 놀라게 한 것이 미안한 날엔 용감한 기사가 되어 악당에게서 구해주기도 하였다.
아이들은 동화를 들으면서 처음엔 결말만 바꾸더니 나중에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쌍둥이들은 자신들만의 동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막내 유은은 취미로 뜨개질하는 엄마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야기와 글씨를 담당했고 둘째 유영은 꾸준히 그려 온 그림 실력을 뽐내며 깜찍한 삽화를 제공하였으며 나와 큰 딸 유빈은 이야기 중심 장면을 그려, 마침내 자신들만의 동화를 만들겠다는 아이들의 간절한 소망은 ‘털실 나무’로 탄생하게 되었다.
나의 첫 번째 동화를 온 가족이 함께 만들어 의미가 남다르다.
네 여자들 틈에서 싫은 내색 없이 궂은일과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훌륭한 아빠이자 다정한 남편에게 고마움과 존경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