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과 바람과 새와 꽃의 말을 받아 적기를 좋아합니다.
나무들이 우거진 도서관 창가에서 활자들을 수집하고, 사물
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인간적인 책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 안에 유폐된 나를 끌어내기 위하여, 오늘의 나를 넘어서기 위하여, 힘센 기억을 붙잡기 위하여, 뜨거운 심장의 언어를 받아 적기 위하여 깜박이는 커서를 좇아갑니다.
커서의 끝에서 검은 활자들이 부스스 일어나 군무를 춥니다.
일어섬과 넘어섬 사이, 날마다 새로 태어납니다.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입니다. 사람들 속에 이글거리는 빨강을 봅니다.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 익명의 빨강이 모여 온 세상을 빨갛게 달궈왔음을, 세상의 심장이 되어왔음을 깨닫습니다. 빨강이 내 안에서 깨어납니다. 빨강의 박동이 느껴집니다.
이제 당신을 던져야 할 때입니다. 당신의 바깥으로, 당신의 빨강 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