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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번역

이름:엄은희

최근작
2013년 11월 <그따위 자본주의는 벌써 끝났다>

엄은희

20대 때 여러 환경운동 단체를 기웃거리다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환경 교육을 공부하러 대학원까지 갔다. 서른에 네 살배기 딸을 아빠에게 맡겨 두고 1년 반 동안 필리핀에 머무르며 라푸라푸 섬에서 강행된 다국적기업의 광산 개발이 섬의 환경과 주민들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조사하고, 함께 싸웠다. 이때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논문 「환경의 신자유주의화와 제3세계 환경의 변화」로 서울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 연구소> HK 연구교수로 임용되었고 현재는 에서 일하면서 공정무역, 윤리적 소비, 협동조합에 기초한 대안 발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반광산 지역 운동과 다중 스케일적 연대: 라푸라푸 광산 개발의 정치생태학」(공간과 사회, 2008), 「제3세계 환경문제에 대한 환경정의적 접근」(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지, 2009), 「한국환경운동사의 재조명과 공명의 과제」(진보평론, 2009)가 있고, 공역서로는 『생태논의의 최전선』(필맥, 2009)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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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비아캄페시나> - 2011년 8월  더보기

땅의 사람들, 멸종되는 것이 아니라 희망의 증거가 되다 얼마 전 스스로를 ‘멸종위기 종’이라고 설명하는 미국의 젊은 농부 에릭 험의 저서 『농부의 아들, 땅의 아이』Son of a Farmer, child of the Earth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그가 책에서 인용한 통계 수치대로 2007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감옥에 갇힌 범죄자의 수가 농민의 수를 훌쩍 넘더라는 사실에 기대어 보면 이 표현이 그리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우리의 사정이라고 다를까? 2006년 언제쯤인가 농업정책의 최고책임자라는 사람의 입에서 “휴대폰 팔아 쌀 사먹자”는 주장이 나왔던 이 나라의 농민들은, 2010년을 지나 오늘에 이르는 동안 4대강 사업으로 멀쩡한 농지에 준설토가 쌓이고, 농가 귀퉁이에서 키우던 소들은 마을 어귀 어디쯤에 생매장시키는 장면을 눈 뜨고 지켜보며 늙어가고 있다. 여기의 사정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언제나 객관적으로 비관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희망의 증거가 되고 있는 ‘땅의 사람들’의 모습을 우리는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이 ‘땅의 사람들’이 국제적인 농민운동조직인 비아캄페시나를 통해 국제무대에 어떻게 등장하였고 무엇을 실천해왔는가를 보여주는 본격적이고 깊이 있는 안내서이다. 많은 근대주의자들의 예측과는 달리 전세계의 농민, 소작농, 농업노동자들은 멸종한 것이 아니라 비아캄페시나의 깃발 아래 모여들었고, 칸쿤과 제네바와 홍콩과 시애틀의 반세계화 운동을 앞에서 이끌어왔다. 세계화 시대에 오히려 ‘반세계화 운동’의 선두에서 농민들은 드라마틱한 존재감을 드러내온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아네트 데스마레이즈는 현재 캐나다 레지나대학 국제연구 프로그램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하지만, 그녀 자신은 여동생과 함께 직접 14년 이상 농사를 지었고, 1993년 비아캄페시나가 만들어지는 바로 그 순간부터 이 국제적인 운동에 직접 참여해온 당사자이다. 따라서 그녀는 매우 특별한 위치에서 비아캄페시나가 출범하고 발전해오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고, 이 운동을 만들어 온 국제적인 농민운동가들의 지지와 신뢰 속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2003년 박사학위 논문으로 완성하게 되었다. 비아캄페시나라는 특별한 조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그녀의 논문은 2007년 영어판으로 캐나다와 미국에서 출간되었고, 현재까지 5개 국어로 여러 나라에서 출간되면서 지속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전진하고 있는 비아캄페시나의 존재가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그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번역서의 내용과 관련해 두 가지 사항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우선 영어의 ‘peasant’라는 하나의 용어가 때에 따라 ‘소작농’과 ‘소농’으로 다르게 번역된 곳이 있음을 고백한다. 한국에서 소작농이 현재 존재하느냐의 논쟁 유무를 떠나 번역과 교정의 과정에서 용어의 통일을 기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여러 차례 고민했으나, 정치화된 정체성으로서의 소작농이란 용어의 의미(자세한 설명이 궁금한 독자는 7장을 먼저 읽어도 좋겠다)를 살리기 위해서 소작농이란 용어를 주로 사용하였고, 의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소농이란 번역어도 종종 사용하였다. 두 번째, 저자는 민중운동과 NGO 운동을 구분하며 후자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을 책의 서두에서부터 드러낸다. 이러한 구분과 비판이 불편한 독자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비아캄페시나가 걸어온 역사의 궤적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 조직이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이 바로 ‘농민의 자기결정의 권리’이며, 이를 지키기 위해 국제적인 NGO 단체들과 치열한 긴장의 날을 세워왔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독자들이 이 부분에 대한 오해로 책을 덮지 않고 찬찬히 이들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기를 희망한다. 비아캄페시나 안에서 한국의 위치는 매우 특별하다. 저자가 본문에서 두 번에 걸쳐 언급한 2003년 칸쿤에서의 고故 이경해 열사의 극적인 자결은 이 운동이 반WTO를 외치고 반세계화의 선두에 서도록 만들었다.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농민단체 전여농과 전농은 비아캄페시나의 회원단체이며, 특히 추천의 글을 써 주신 윤금순 선생님은 비아캄페시나의 국제조정위원회의 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해오고 계신다. 모든 나라에서 농민들의 상황이 다 같이 어렵겠지만, 특히 4대강 사업과 배추파동과 구제역으로 인해 작년과 올해 한국에서 농민들의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 마음이 좋지 않다. 그렇지만 지난 2월 한국에서도 신선한 희망의 기쁨이, 비록 찰나지만 찾아왔다. 불도저로 밀어붙이고 있는 4대강 사업 구간 중에서 유일하게 어떠한 공사도 진행되지 않았던 팔당 두물머리 열한 농가의 싸움이 법원의 소송에서 처음으로 승소했을 때의 바로 그 기쁨 말이다. 물론 현재는 그 싸움을 다시 무위로 돌리려는 개발의 논리가 무책임한 정부와 법원의 결정을 앞세워 벌금폭탄을 던지며 팔당의 농민들을 계속 괴롭히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작은 희망들이야말로 땅의 사람들이 전진해왔고 앞으로도 전진할 수 있을 큰 힘이지 않겠는가.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으로 번역 작업을 함께 해준 동료들과 추천의 글을 써 주신 윤금순 선생님, 이 책의 출판을 맡아준 한티재 출판사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 번역자들에게 이 책의 번역 작업은 우리의 방식으로 ‘땅의 사람들’과 연대하는 과정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번역서가 정직한 노동으로 자연과 자기 자신과 도시의 수많은 소비자들을 서로 살리는 땅의 사람들에게 드리는 작은 희망의 선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덧붙인다. 2011년 5월 23일 옮긴이를 대표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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