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십 년 나는 나를 걸쳐 입고 나의 바깥을 맴돌았다. 간간이 시를 썼고 누구에게도 안부를 묻지 못했다. 이제 바깥의 반대편을 모르겠다. 반대편 입구는 아예 없어졌거나 어딘가로 숨은 게 아닐까 싶었다. 이대로 살아야 할 것만 같았고 막연히 견뎌야 할 것만 같았다. 시 쓰는 일을 그만두면 바깥 생활이 조금은 편해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십 년 동안의 시를 한데 엮으며 알았다. 시가, 그리고 무궁한 당신들이 나의 바깥이었다는 것.
2021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