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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하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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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한국교육운동의 역사와 전망>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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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김수영이 있다! 여기서 춤추어라. 김수영을 '철학하는 시인'으로 논구한 비평문학의 진수! 늘샘이 시도한 '김수영론'은 작가 김수영의 정신세계를 다룬 색다른 비평서이다. 기존에 존재했던 김수영 찬양 일색의 주례사 비평이 아니다. 거꾸로 신동엽을 의식하며 김수영을 신화화하려는 흐름을 비판하는 공모비평도 아니다. 나아가 김수영 시 작품이 지닌 난해함을 드러내며 내리까는 부박한 골목비평도 아니다. 오히려 늘샘의 '김수영론'은 기존 문단 내 '패거리' 성격을 띤 비평계 관행을 비판하며 김수영에 대한 부박한 지식과 연구자가 보인 게으름에 일침을 가한다.한 마디로 김수영 작품 세계가 함축한 철학에 대한 가능성을 분석적으로 논구한다. 놀라운 시도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김수영 작품 세계가 지닌 정신세계를 고유한 한국식 사유로서 자리매김을 처음 시도한다. 다시 말해 김수영은 시인이자 철학자이며 그를 바탕으로 고유한 한국식 사유인 민중적 성격을 지닌 산문시 형식을 도출해 낸다. 김수영이 시도한 '산문시' 형식이 민중의식에 기초한 고유한 한국식 사유 형태임을 논구하고 있다.‘거대한 뿌리’는 그 결정체다.실제로 김수영의 작품 세계를 분석하거나 비평한 연구물 가운데 아직까지 철학에 대한 관점에서 김수영을 다룬 작품은 한 편도 없었다. 가령, 김수영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지난 해의 한겨레 기획연재물 「거대한 김수영 100년」만 해도 그렇다. 철학자부터 문예비평가, 작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자들이 에너지를 쏟아냈지만 김수영의 정신세계인 철학에 대한 관점을 다루지 못했다. 그만큼 시인, 평론가이자 번역가로서 김수영이 처한 정신세계를 철학에 대한 관점에서 제대로 분석하고 해석한 문예비평서는 전무했다. 김수영에 대한 각각의 연구물이나 단행본이 저마다 문학사로서 의미를 지닌 출판물이지만 김수영 시와 시론에 대해 '철학'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한 작품과는 거리가 멀었다. 더구나 대중서사시대 김수영 산문시가 지닌 고유한 한국식 사유 형식인 '민중서사라는 정신세계'에 대한 가능성을 탐구한 연구물은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늘샘의 역작은 비평사의 기념비로 남을 만한 문예비평서이다. 더 나아가 기존 한국 문단 내 문예비평 관행에 조종을 울리고 대중평자시대를 맞아 새로운 문예비평 모델을 제시한 신호탄으로 작용할 명작이다.문예비평가 늘샘은 김수영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두 가지 용어를 차용한다. 먼저 러시아 문예비평가 바흐친이 사용한 '크로노토포스'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크로노토포스'는 '시공간'을 의미하는 서사이론의 핵심 개념으로 이야기 마디를 맺고 푸는 결절점을 가리킨다. 이유는 시인, 시론을 쓴 작가이자 번역가로서 김수영이 처한 시공간상 시대배경을 중시한 탓이다. 모든 작품은 작가의 정신세계가 담긴 시대의 아들이자 시대의 사회상을 작가 내면에서 직조한 투영물이기 때문이다. 김수영이 살아갔던 시대는 일제강점기 식민지배와 혼돈으로 가득한 해방 공간, 그리고 시인 스스로 삶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던 한국전쟁, 게다가 4·19혁명과 5·16군사쿠데타라는 현대사의 거친 질곡을 시대배경으로 한다. 따라서 그런 시공간을 배경으로 '크로노토포스'라는 개념의 막대만큼 시인 김수영이 처한 시대상황을 고스란히 대변하는 용어는 없다. 실제로 김수영은 전후의 실존주의 철학을 집대성한 하이데거 사상에 깊이 심취했던 작가다. 일본어판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1937)을 닳고 닳을 정도로 숙독할 만큼 시인 김수영은 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실존' 문제를 깊이 자신의 내면에 뿌리내리며 사숙한 철학하는 작가였다. 그런 의미에서 김수영은 부조리하고 거친 격랑의 시대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뇌했던 래디칼한 모럴리스트 시인이었다. 실제로 2020년 12월에 출간한 <네거리의 예술가들>(사실과 가치)에서 늘샘은 처음으로 김수영을 모더니스트 시인을 넘어서서 모럴리스트 시인으로 조명하고 있다. 다음으로 문예비평가 늘샘은 마르크스주의 이론가 프레데릭 제임슨이 쓴 '정치적 무의식' 용어를 차용한다. 제임슨이 쓴 '정치적 무의식' 개념은 마르크스주의와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을 결합한 용어이다. 특정 시대를 살아갔던 당대 민중들이 처한 현실 속 욕망과 정치적 의지를 문예비평가 늘샘은 '정치적 무의식'이라 표현했다. '무의식도 언어처럼 구조화돼 있다'는 프랑스 정신분석철학자 라캉이 쓴 명제를 분석 도구로 삼았다. 바로 그 '정치적 무의식'이 드러난 잘 대표작이 「거대한 뿌리」(1964)와 「풀」(1968)이고, 그 출발점이 초기 작품 「공자의 생활난」(1945)과 전쟁 직후 발표한 「달나라 장난」(1953)이다.「공자의 생활난」에선 해방 공간 부조리와 무질서가 판을 치고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이 다시 고개를 쳐드는 배반된 현실에서 말(언어)과 실제(사물)가 일치하지 않음을 비판한다. 나아가 봉건 질서가 무너져가던 주나라 말기 공자라는 '불우한 지식인'에 자신을 빗대어 「공자의 생활난」이란 시를 쓴다. 철학자 김상환(서울대 교수)이 분석한 대로 공자로 상징되는 '선비정신'을 지닌 시인으로서 김수영을 해석하기보다 가치가 혼란스러운 무질서한 시대 '불우한 지식인'의 표상으로 시인 자신을 공자에 빗댄 표현으로 보았다. 그 이유를 문예비평가 늘샘은 기호학자 소쉬르와 움베르토 에코를 거론하며 치밀하게 비판했다. 다시 말해 해방 공간 가치 혼돈이 극에 달했던 시절, 줄넘기 장난을 벌이고 위험한 작전이 횡행하며 말(언어)과 실제(사물)가 일치하지 않는 가치 혼란의 위기 속 현실을 스물다섯의 청년 김수영은 「공자의 생활난」으로 토해냈다는 해석이다. 기호학은 언어의 상징성을 분석함으로써 현실의 거짓과 위선을 날카롭게 파헤친다는 의미에서 문예비평가 늘샘이 시도한 탁월한 분석이 아닐 수 없다.현대 기호학의 선구자 소쉬르가 표현한 대로 본디 언어란 실체가 아니라 형태일 뿐이고 언어는 오직 기호로서 기능하기 때문이다. '불우한 지식인'을 상징하는 기호로서 공자를 빗댄 표현일 뿐, 김상환 교수처럼 유교 '선비정신'과 시인 김수영을 연결 짓는 작업은 언어의 의미를 즉자적으로 해석한 무리이자 지나친 착각이다. 실제로 김수영 시 세계에 영향을 미친 실체는 유교의 '선비정신'이 아니라 '어머니'와 '불교'임을 문예비평가 늘샘은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해방 공간 무질서와 기회주의가 휩쓰는 아노미 상태에서 시인 김수영은 언어의 허구를 폭로하는 유명론 속 리얼리즘에 기초해 현실의 부조리와 모순을 극심한 구토를 느끼듯이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그것이 김수영 작품이 함축한 정신세계를 이해하는 정직한 안목이자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비평문학의 정도이다.「거대한 뿌리」에선 민중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곰보, 애꾸, 애 못 낳는 여자, 무식쟁이, 이 모든 무수한 반동들"로 표현하고 있다. 마르크스, 엥겔스가 소외된 이들에게 '신성 가족'이란 옷을 입혔듯이 해방과 전쟁, 그리고 독재로 점철된 한국 현대사에서 사유하는 고절한 시인 김수영 또한 역사의 주체이지만 소외된 민중들을 '거대한 뿌리'로서 형상화했다.문예비평가 늘샘은 '민중'이란 용어가 처음 사용된 내력도 동학농민혁명 사발통문임을 밝혔다. 제2차 동학농민혁명인 우금치 전투와 3·1만세 시위 사이엔 2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민족 대표 33인 가운데 천도교 대표가 15명이고, 그들 가운데 손병희를 포함해 9명이 우금치 전투에 참전했다는 사실은 민중종교인 동학(천도교)이 여전히 한국 역사의 주체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김수영은 그만의 민중적 언어로 "사회주의자는 네에미 씹이다. 통일도 중립도 개좆"이고 "아이스크림은 미국놈 좆대강이나 빨아라"고  당대 지식인들의 위선과 비주체성을 강렬하게 성토하고 있다. 그러면서 "나에게 놋주발보다도 더 쨍쨍 울리는 추억이 있는 한""진창은 아무리 더러운 진창이라도 좋다",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고 역사 주체인 민중에 대해 견고한 믿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들은 이승만 '국가주의'에 맞서 국가(독재자)를 상징하는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해서 도는 소외된 객체가 아니라 "스스로 도는 팽이"가 바로 민족의 실체이자 역사의 주체인 민중임을 시인 김수영은 발견한다. 또한 "시를 반역한" 삶을 살고 있다는 강렬한 자의식에 기초해 "시를 배반하고 산다"(「구름 위의 파수병」)는 반시론적 태도와 산문집에서 "시여 침을 뱉으라"고 역설하면서 시대와 불화를 겪었던 모럴리스트 시인 김수영은 언젠가 (순수)민족문학을 외쳤던 미당 서정주에 대해 이렇게 토로했다."서정주의 작품은 그 토속성이 견딜 수 없다는 점에서 혐오스럽고, 그 늘어지는 서정성이 둘째 이유이고, 무엇보다 미당의 반동성이 역겹다."부조리하고 불의가 횡행했던 시대! 시와 삶을 일치시키려 고투했던 진정한 민족시인다운 일갈이 아닐 수 없다.시인 김수영! 그는 "소설을 쓰는 마음으로 시를 쓴다"고 토로했다. 그가 발표한 시와 산문은 권력에 밀착된 궁정시인이 남긴 언어 유희가 아니다. 그는 노래하기 위해 시를 쓰지 않았다. 그는 사유하고 은폐된 세계의 허구를 까발리기 위해 시를 썼다. 김수영은 오직 불의한 시대를 관통하며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고투했다. 따라서 김수영 시 세계는 독재자를 찬양하기 위해 기교를 부린 미사여구는 더더욱 아니다. 그가 남긴 작품은 시대의 부조리와 부패한 세계에 대한 날카로운 고발이자 폭로이며 당대 우리 시대가 나아갈 정신세계이자 지향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수영이 남긴 문학작품은 단순히 문학작품으로서 깨우침을 주는 걸 넘어서서 시대의 좌표를 읽는 시대정신으로 읽힌다.그리고 그는 일제강점기 카프 문학의 맹장, 임화를 우상처럼 존경했던 작가이다. 임화가 쓴 「네거리의 순이」에서 보듯이 단편서사시 전통을 이어받은 산문시로 대표되는 김수영의 작품세계는 70년대 김지하, 90년대 김남주로 계승되며 한국현대시문학사의 맥을 형성했다. 높은 도덕성과 윤리라는 잣대를 요구하는 비평문학에서 시인 김수영이 오늘날 불멸의 시인으로 여전히 주목 받는 이유이다. 실제로 2005년 광복 60주년을 맞아 <교수신문>(2005. 8.20)에서 발표한 설문조사를 보면 김수영은 함석헌, 김지하와 함께 한국현대사 학문 분야에서 가장 깊은 영향을 미친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이런 측면에서 볼 때, 동서양 철학과 사상을 폭넓게 섭렵하고 자신의 정신세계로 오랜 기간 숙성시켜 낸 문예비평가 늘샘의 '김수영론'은 김수영 연구의 또 다른 지평을 열어젖힌 빼어난 비평서가 아닐 수 없다. 김수영 문학에 깃든 정신세계, 즉 철학을 분석하고 김수영 시인이 지닌 정신세계가 고유한 한국식 사유형식인 민중적 서사로 표현됨으로써 김수영 시세계가 '세계성'을 획득할 수 있는 대목임을 오롯이 밝혀 내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김수영을 '철학하는 시인'으로 논구한 늘샘의 역작은 깊이 있는 비평문학의 진수! 바로 그 자체다. 글쓴이는 세 번 원고를 읽으면서 절로 무릎을 치며 탄성을 내질렀다. 늘샘 김상천의 <철학자 김수영>에 대해 감히 일독을 권한다. 2022년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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